아, 어쩐다고 나는 여태 하늘 한번 쳐다보지 않고 지내 왔을까. 그 날 내가 본 하늘은 높고 푸르러 눈이 부셨지만 내겐 너무 낯설었다. 늘 내 머리 위에 펼쳐져 있는 하늘이었는데, 난 그 하늘 한번 올려다볼 생각을 못 하고 그렇게 지내왔었다.--- p.7
나는 덤으로 사는 자이니까 내 인생은 더 특별하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항상 그 자리에서 다시 시작했다. 넘어져 울다가도 다시 일어났다. 아무도 일어나라고 손 내밀어 주지 않아도, 함께 가자고 다가와 주지 않아도, 난 아무 일 없었던 것처럼 일어나야 했다.--- p.7
내가 아무리 별 볼 일 없는 모습으로 살아간다 해도 날 향해 소리쳐 주고, 멋지다고 이름 불러 주는 자가 있을 때, 내 인생은 그때부터 의미 있고, 멋있어지는 것이다.--- p.8
“이제 어디 가 볼 곳도 없다. 어차피 죽을 아이니까 (점쟁이가 한해를 못 넘긴다고 했으니) 여기서 죽이든지 살리든지 알아서 하라”라며 모든 걸 포기하는 심정으로 나를 병원에 그냥 두고 가셨다. 난 그 날 그 병원에 버려지게 된 거였다. 어차피 죽을 아이라니까.--- p.32
하나님이 우리에게 주신 가장 귀한 선물은 생명이고 우리가 하나님께 드릴 수 있는 가장 귀한 선물은 그 생명을 아름답게 사는 것이라고 했다. 다시 사는 삶, 다시 주신 생명, 난 그 생명을 아름답게 살아드리기 위해 늘 최선을 다하고 있다. 그냥 살면 안 된다는 생각이 늘 나를 붙잡고 있다.--- p.35
모든 순간은 나를 키우기 위한 인생의 훈련이라고 생각했다. 그러면 무엇이든지 받아들이기가 훨씬 수월했다. 부끄럽고 쑥스러운 것도 이겨 낼 수 있었다. 바로 그것 때문에 내가 지금 이 자리에 있는 거로 생각하면 오히려 더 용기가 생겼다.--- p.45
남편은 요즘 어떤 생각을 하고 살까? 남편은 요즘 내가 어떤 생각을 하고 사는지 알까? 궁금할까? 난 요즘 그것이 궁금하다.--- p.54
부부는 등 돌리면 남이라 했지만 아무렇게나 내 마음대로 쉽게 등 돌려지지 않는 것이 또 부부였다. 너 왜 그렇게 사냐고 남 이야기는 쉽게 할 수 있어도 칼로 무 자르듯이 단번에 자를 수 없는 것이 인간관계이고 특히나 부부관계가 아닐까. 자식이 있으면 더하겠지.--- p.58
그 무엇보다도 나를 힘들게 하고 우울하게 하는 건 무기력함이었다. 지금껏 열심히 살아왔지만 지금 보니 아무런 의미도 찾을 수 없고 의욕마저 땅에 떨어져 아무런 자신감도 가질 수가 없었다. 쓸모없는 자라는 생각만 자꾸 들었다. 이제 어떤 것도 내가 할 수 있는 일이 없을 것 같았다. 그것이 너무 두렵고, 조급해지고, 나를 더 못살게 몰고 갔다. 모든 게 내 탓이라는 쓸데없는 생각이 날 괴롭히곤 했다.--- p.61
그러나 이젠 누구라도 상관없었다. 누구라도 내게 “너 잘못 산 거 아니야, 틀린 거 아니야.”라고 말 좀 해 줬으면 싶었는데 막상 그 말을 듣고 나니 눈물이 멈추지 않았다.--- p.74
“수술도 100% 확신을 할 수 없으므로 미리 할 필요 없고, 하반신 마비가 오면 그때 50%의 기대를 걸고 합니다. 잘되면 걸을 수 있는 거고, 아니면…….”--- p.108
내 안에서는 끊임없이 누군가와 이야기하기를 원했다. 내 이야기를 들어 줄 누군가가 필요했다. 좋은 이야기든, 안 좋은 이야기든, 내가 쏟아내는 이야기들을 듣고 “그래 그래”, “잘했어”, “맞아”라며 맞장구치고 반응해줄 누군가가 있었으면 했다.--- p.128
다른 사람 인생을 함부로 비난하고 평가해서는 안 되듯이 내 인생을 내가 비난해서도 안 되며 남이 비난하도록 해서도 안 된다. 내 글은 내 인생이고 바로 나인 것이다.--- p.131
어떤 길이라도 내가 어떤 마음으로 어떤 시선으로 바라보고 걷느냐에 따라 길은 달라지는 거니까. 아무리 꽃길을 걷고 있어도 내 곁에 있는 그 꽃을 보지 못하면 꽃은 소용없다. 아무리 돌길을 걷고 있어도 가슴속에 한 송이라도 꽃을 품고, 꽃을 키우고 살아가면 그 길도 꽃길 인생이다.--- p.145
다른 사람의 허물을 들춰내어서 아프게 하는 돌 같은 사람이 아니라 잘 가려주고 덮어주는 부드러운 흙 같은 사람이 되어야지. 그래서 가는 길마다 꽃을 많이 피워내는 사람이 되어야지.--- p.148
네가 그렇지 뭐 별수 있느냐 그러면 난 정말 아무것도 못 하는 자가 된다. ‘아니야, 괜찮아 그럴 수도 있다’며 다독거리고 기다려주면 난 다시 할 수 있다. 끊임없이 이렇게 넘어지고 일어서고를 반복하는 날 향해 지치지 않고 응원해주는 누군가가 있으면 좋겠지만 그래도 끝까지 날 응원해 주는 이는 결국은 내가 되어야 한다.--- p.162
다른 이는 나보고 그렇게 어떻게 사느냐고 해도 내가 아무렇지 않으면 괜찮은 거다. 그런데 내가 그들의 생각을 받아들이면 그렇게 사는 내가 왠지 억울한 느낌이 든다. 다른 사람들 문제를 나도 문제로 받아들이면 여태 아무렇지 않던 내 삶이 그때부터 문제가 되는 것이다. 모든 건 내가 받아들이기 나름이다.--- p.162
때로는 힘내라고 말해주는 사람도, 힘드니 라고 물어주는 사람도 하나도 안 보일 때가 있다. 그래도 슬퍼하지 말자. 무슨 일이 있어도 무너지지만 말자. 내가 나를 위로해주면 되니까!--- p.172
“엄마, 내가 엄마 아들이 아니고 저렇게 장난감들처럼 돈을 주고 골라서 살 수 있는 아이라면 그래도 엄마가 나를 고를 거에요?”“그럼, 당연하지. 엄마 눈엔 너밖에 안 보여.”--- p.202
불리어지는 이름이 달라지면 왠지 세상을 더 아름답게 살아낼 수도 있을 것 같다. 용기를 더 내야 할 것도 같다. 어떻게 부르는지, 어떻게 불리는가에 따라 우리는 서로에게, 또 세상에서 전혀 다른 사람이 될 수도 있다.
--- p.21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