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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지국 막내공주專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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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지국 막내공주專 2

[ EPUB ]
신순옥(연두) | 가하 | 2011년 08월 09일   저자/출판사 더보기/감추기
리뷰 총점7.4 리뷰 7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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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행일 2011년 08월 09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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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원기기 크레마,PC(윈도우 - 4K 모니터 미지원),아이폰,아이패드,안드로이드폰,안드로이드패드,전자책단말기(저사양 기기 사용 불가),PC(Mac)
파일/용량 EPUB(DRM) | 0.88MB ?
글자 수/ 페이지 수 약 20만자, 약 6.7만 단어, A4 약 125쪽?
ISBN13 978896647016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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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개 책소개 보이기/감추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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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소개 관련자료 보이기/감추기

저자 : 연두
본명은 신순옥이다.
1977년생, 봄에 태어난 뱀이라서 그런지 독을 좀 품고 있다.
그동안 내 외모에 자만했다는 걸 깨닫고 요즘 머리를 기르고 있다.
우아하게 보이고 싶었는데, 머리를 기르니 타잔 같다.
야성이 느껴져서 슬프다.

오래 살고 싶다. 건강하게.
그래서 많은 작품을 쓰고 싶다.
100권 쓰고 세상 떠나는 게 꿈이다.

역사에 기록되는 큰 나무는 못 남기더라도
세상 여기저기에서 열심히 번식하며
뿌리를 내리는 잡풀이라도 남기고 가고 싶다.

하늘에 계신 엄마가 헛되게 살지 않았음을
증명하는 딸이 되고 싶다.
작가인 걸 자랑스러워했던,
글을 쓸 땐 당신 몸이 아파도 말하지 않고 기다려주었던 그분께
부끄럽지 않은 글을 쓰고 싶다.

책 속으로 책속으로 보이기/감추기

“내다 버려라.”
산실청 밖에서 온종일 초조하게 서성였던 대왕은 그리 명했다. 안절부절 눈치를 살피던 내관은 두 눈을 휘둥그레 뜨고 어리둥절 되물었다.
“내다 버리시라니…… 무엇을…….”
대왕은 성마르게 소리쳤다.
“저것을 내다 버리란 말이다. 저것을!”
대왕은 갓 태어난 일곱째 공주를 ‘저것’이라 칭했다. 산실청을 가리키는 대왕의 손끝이 분에 겨운 듯 파르르 떨리고 있었다.
“어서 내다 버리래두.”
대왕의 두 눈은 금방이라도 산실청 안에 있는 애기씨를 죽일 것처럼 분노와 증오에 휩싸여 있었다. 그 추상같은 불호령에 주저하고 있던 내관이 서둘러 산실청 안으로 들어갔다. 잠시 후 누에고치처럼 포대기에 둘둘 감싸인 애기씨를 내관이 품에 안고 밖으로 나왔다.
산실청 안은 고요했다. 서른여덟 나이에 일곱 번째 아이를 낳은 왕후 길대부인은 혼절해 있었다. 산실청 안은 길대부인이 쏟아낸 피로 흰 천이 온통 붉디붉게 물들어 있었다. 그 붉은 자리 위에서 길대부인은 아이의 울음소리와 공주님이라는 시녀의 답을 섞어 듣고 간신히 잡고 있던 의식의 끈을 놓아버렸다.
내관은 포대기 안으로 찬바람이 들어갈까 갓 태어난 막내공주를 품 안 깊숙이 감아 안고, 포대기 깃으로 공주의 얼굴을 가렸다. 대왕은 그마저도 보기 싫으신지 냉담하게 등을 돌려 버렸다.
“이럴 수는 없다. 하늘이 내게 이러실 수는 없어. 오직 바라거늘, 왕위 물려줄 자손 하나만 내려달라 간청드린 나에게 이러실 수는 없어.”
명산대천, 치성드리지 않은 곳이 없다. 혹시라도 나쁜 기운 깃들까, 하늘이 노할까, 노심초사 묵은 죄인 풀어주고 햇죄인 잡아들이지 않았다. 궁 안은 물론 백성들에게까지 살생을 금하였고, 굶주리고 헐벗은 백성 내 몸같이 돌보았다.
그뿐이랴. 길대부인 잔뼈는 녹이는 듯 굵은 뼈는 줄이는 듯 원앙금침 잣베개마저 살에 닿는 것 괴로워하시고, 수라에는 생쌀내 나고, 어수에는 해감내 나고, 푸성귀에는 풋내 나고, 장국에는 날장내 난다며 섭생의 고생 이만저만한 것이 아니었다. 하여 속 끓이고 애간장 졸이면서도 유달리 고생하는 길대부인을 보며 이번에는 분명 사내아이구나 대왕은 확신하였던 것이다. 해서 그 아이 뱃속에서 무사히 자라 나오기만을 바라며 사대문 안에 있는 문복쟁이들에게 기원해 달라 금붙이 은붙이 줄줄이 갖다 바치었다. 그런데 공주라니, 이게 무슨 천인공노할 일인가.
백성을 다스리고 하늘과 땅을 받들음에 있어 칭송이 자자한 목지국의 어비대왕, 일곱 번째 자손으로 태어난 여식 앞에서 눈물을 떨어뜨리며 애통해했다.
정녕, 하늘은 이 왕조가 끝나야 한다고 보고 있는가. 도대체 무엇을 잘못했기에 이토록 하늘이 그를 배반하고 농락하는가. 어비대왕, 어느 순간 어금니를 사리물고 칼날처럼 형형한 눈으로 깃에 싸인 애기씨를 노려보았다.
‘그래, 저것은 내 자식이 아니다. 하늘이 나를 시험하려고 다른 이에게 점지한 아이를 이곳에 태어나게 하신 것이다. 그러니 내 아이일 리가 없어. 저것은 내 아이가 아니니, 하늘로 돌려보내야 한다.’
대왕의 뒤에서 숨죽이고 서 있던 내관이 조심스레 입을 열었다.
“대왕마마, 차라리…… 어느 신하의…… 야…… 양녀로 보…… 보내심이…….”
대왕은 내관의 말허리를 단칼에 잘랐다.
“하늘의 아이다. 누가 감히 양녀를 삼으리오.”
내관은 덜덜 떨며 허리를 숙였다. 그러나 공주 애기씨를 버리는 짓은 차마 엄두가 나지 않는 일, 용기 내어 다시 한 번 청을 올렸다.
“하오나 대왕마마, 공주 애기씨 버릴 곳이 이 세상 어디에 있단 말입니까. 그런 곳은 천지간 어디에도 없을 것이니 제발 명을 거두어…….”
“하늘과 땅에 없다면, 바다에 버리면 되겠구나. 하늘의 아이이니, 하늘께서 알아서 하실 게다.”
허리를 숙이고 있던 내관은 청천벽력을 들은 양 그 자리에 주저앉았다. 대왕은 마음을 돌이킬 생각이 없다는 듯 산실청 앞을 떠났다. 공주 애기씨를 안은 내관만 그 자리에서 옴짝달싹 못하고 있었다.
어비대왕 등극한 지 스물다섯 해가 되는 그해, 일곱 번째 공주가 세상에 나오자마자 버려졌다. 어비대왕도 백성들도 그 공주가 대왕의 마지막 아이가 되리라는 것을 알지 못했다.
내관과 시녀들이 대왕의 명을 거스르지 못해 버리기는 버렸으되, 물고기 밥 되지 말라고 나라 안의 최고 옥바치를 찾아가 옥함을 짰다. 혹여 누군가 발견하여 막내공주의 목숨이라도 건질 수 있을까 기원하며 옥함 뚜껑 위에 숨구멍을 뚫었으나, 망망대해 바다 위를 떠다니다 풍랑에 휩쓸려 버릴 게 자명함을 모두가 알고 있었다.
내관을 따라간 왕후의 시녀 가락이 왕후께서 손수 지어놓은 배냇저고리를 공주 애기씨에게 입혔다. 갓 태어난 애기씨는 배가 고파 어미의 젖을 찾으며 울었지만, 내관도 시녀도 그 울음을 듣지 못한 척 서둘러 바다로 향했다. 동해 바다는 풍랑이 깊으니, 남쪽으로 떠내려가 육지에 닿을 수 있게 되길 빌며 서해로 향했다. 옥함 속에서 하루 종일 울었던 애기씨는 울다 지쳐 잠들었는지 바다에 버려질 때 아무 소리도 내지 않았다. 후여, 슬프다. 옥함은 제 안에 무엇이 있는지를 아는지 모르는지 두리둥실 물결 위를 떠내려가는구나.
애기씨를 품은 옥함 위로 달빛만 쏟아져 내릴 때, 혼절해 있던 길대부인이 깨어났다. 길대부인 눈을 뜨자마자 애기씨부터 찾으시는데 주위가 이상하게 적막하다. 당신 곁을 지키고 있어야 할 시녀 가락은 어디 있고, 또 갓 낳은 핏덩이는 어디 있는고. 길대부인, 마르고 갈라진 입술을 달싹여 목소리를 쥐어짰다.
“가락아, 네 밖에 있느냐?”
밖은 오래도록 침묵하다, 살며시 문을 열었다. 가락 대신 어린 시녀가 대답을 해왔다.
“예, 마마.”
길대부인 애기님이 어디 갔는지 물으려다 어린 시녀가 후들후들 떨고 있는 양을 보곤 이상한 기운을 느낀다. 하여 자신도 모르게 주위를 살핀다. 이상하다. 찬바람 쐬어선 안 될 애기님이 어디로 갔을꼬. 여섯 아이 태어날 때마다 지아비인 어비대왕도 직접 거동하여 보고 가셨는데, 이번엔 데려가서 보시고 있는고. 길대부인 이상한 기운을 털어내려는 듯 침착하게 묻는다.
“대왕께 가서 애기님 좀 데려오너라.”
길대부인 젖 물릴 채비를 하며 자리에서 일어나 앉으려는데, 문 앞에 앉아 있는 어린 시녀의 낯빛이 심상치가 않다.
“뭐 하느냐, 어서 갔다 오지 않고.”
“마마……. 그것이…….”
어린 시녀는 쉬이 말을 잇지 못하고 덜덜 떨고 있었다. 사색이 되어 떨고 있는 시녀를 가만히 살펴보던 길대부인, 이상하게 심장이 두방망이질 친다. 삼 년 전 여섯째 공주가 태어나던 날 대왕이 뱉은 한탄의 말이 문득 스쳐 지나갔다.

“개도 암캐 수캐 고루고루 낳는데, 우리는 개만도 못하단 말인가.”

누구보다 왕자가 태어나기를 기원했던 길대부인, 어비대왕이 느꼈을 통탄과 서운함을 생각하니 가슴 부근이 지근지근하다. 허나 안타깝고 속상한 마음 그 뒤편에서 스멀스멀 끼쳐 오는 이 불안함은 무엇인고.
“무엇이냐. 말을 해라.”
어린 시녀는 바닥에 납작 웅크리고 바들바들 떨며 고했다.
“대왕마마께서…… 고…… 공주님을…… 버…… 버리라 하셔서…….”
어린 시녀의 대답에 길대부인이 숨을 들이켰다.
“버리라…… 하셨다고?”
“예, 공주님을…… 바다에……내다 버리라 하셔서…… 새벽녘에 가락님께서 함께…… 길을 떠났나이다.”
길대부인 대경하여 그대로 굳어졌다. 어린 시녀는 왕후께서 다시 혼절하시는 건 아닌가 고개를 들어 왕후의 안색을 살피었다.
이불을 움켜쥐고 한참을 떨며 말을 잇지 못하고 있던 길대부인, 휙 하니 이부자리를 걷어 젖히더니 아직 추슬러지지 않은 쇠약한 몸을 일으켰다. 시녀들이 갓 출산한 왕후의 몸 안에 냉기 들어갈까 두려워 털가죽 걸쳐 드리려 급히 움직였지만 왕후는 아무것도 눈에 들어오지 않는 듯 휘청휘청 산실청을 나설 뿐이었다.
애기님을 낳느라 반쪽으로 찢어진 육신은 미처 아물지를 못해 길대부인 걸음 옮길 때마다 피를 흘렸다. 후둑후둑 비처럼 떨어진 핏방울은 그렇게 어비대왕 계시는 왕궁 처소까지 이어졌다. 처소 앞에 다다른 길대부인, 휘청거리며 내실 안으로 들어서니 어비대왕 어둠 속에 홀로 앉아 계셨다. 길대부인 나무 기둥에 몸을 기대어 금방이라도 거꾸러질 것 같은 육신을 세웠다.
“이 무슨 천벌 받을 짓입니까?”
대왕은 말이 없었다. 고집스럽게 창 위로 드리워진 어둠만 노려보고 있었다. 길대부인은 대왕을 구슬리듯 차분차분 떨리는 목소리로 말을 이었다.
“아무리 서운하셔도 그렇지, 아무리 속상하셔도 그렇지, 어찌 자식을 버리라 하십니까?”
지아비의 침묵 앞에서 길대부인은 더 이상 버티고 설 힘이 없다. 폭우에 무너지는 흙더미처럼 길대부인이 그 자리에 스르르 주저앉았다.
“속상하셔서 잠깐 안 보이는 곳으로 보내신 것이지요? 그렇죠, 마마? 아이들이라면 끔찍이도 어여뻐 해주시는 마마께서 그런 무서운 명을 내리실 리 없어요.”
지어미에게 눈길조차 주지 않고 대왕이 말했다.
“기억하는가. 문복쟁이들이 그대와 나의 혼인을 두고 말하였던 점괘를.”
하염없이 눈물을 흘리던 길대부인의 눈동자가 대왕에게로 향했다.
“그때 동서남북 사대문의 문복쟁이들 모두 그대와 내가 일곱 자식을 둘 것이라고 말했다. 기억하는가?”
다그쳐 묻는 대왕의 말에 길대부인 황망한 얼굴로 답했다.
“하여 일곱 번째 아이가 태어나지 않았습니까?”
대왕의 얼굴이 일그러졌다.
“그러기에 그 아이가 내 자식일 수 없는 것이다.”
이해할 수 없다는 얼굴로 길대부인이 바라보자 대왕이 일갈했다.
“그 아이가 내 일곱 번째 자식이 된다면, 이 왕조는 누가 잇는단 말인가.”
대왕은 아직도 분을 참을 수 없다는 양 이를 갈며 길대부인에게로 다가갔다.
“천벌을 받아도 좋다. 이대로 왕조를 닫느니, 차라리 천벌을 받고 후사를 이으리.”
“대왕, 어찌 손바닥으로 하늘을 가리려 하십니까? 낳은 아이를 버린다 하여 그 아이가 대왕의 아이가 아닌 것이 된답니까? 어찌 문복쟁이의 말만 믿고, 일곱 아이만 얻을 수 있으리라 생각하십니까? 설혹 그렇다하더라도 어찌 살아 있는 자식을 버리라 하실 수 있습니까?”
길대부인의 항변에 대왕은 단단히 못을 박았다.
“그 아이는 내 아이가 아니다. 하늘의 뜻대로 태어난 아이니, 하늘로 보냈을 뿐. 하늘이 그 아이를 살릴 뜻이라면 살릴 것이고, 죽일 뜻이라면 죽일 것이다. 그러니 그대는 이제 그만 처소로 돌아가 그 폭쇠한 몸을 추슬러라. 왕조를 이어야 할 귀한 몸이다.”
길대부인 기가 막히고 눈앞이 캄캄해 입만 벙긋거렸다. 대왕이 할 말을 모두 했다는 양 밖에 있는 내관에게 왕후를 모셔가라 명하는데, 길대부인 정신을 놓은 듯 악을 썼다.
“어느 정신 나간 년이 제 새끼를 죽이는 짐승의 아이를 낳는답니까?”
대왕의 손이 허공으로 올라갔다. 수많은 전쟁을 거쳐 우듬지처럼 변해 버린 큰 손이 실성한 듯 악을 쓰고 우는 지어미의 뺨을 후려갈겼다. 길대부인의 입에서 피가 흘러나왔다. 왕후는 미친 사람처럼 웃음과 울음이 한데 섞인 소리를 내며 더 악을 썼다.
“저도 버리세요, 이참에 저도 죽이고 다시 왕후를 맞으세요!”
대왕의 손이 후들후들 떨고 있었다. 손은 허공으로 다시 올라가다, 이내 소맷자락 안으로 감추어졌다.
“왕후를 모셔가라.”
대왕의 명에 밖에 있는 내관과 따라온 왕후의 시녀들이 길대부인을 업고 나갔다.
내궁으로 모셔진 길대부인이 다시 깨어났을 땐 시녀 가락이 곁을 지키고 있었다. 깨어났으되 깨어나지 않았고, 눈 떴으되 눈 감은 길대부인이 넋을 잃은 얼굴로 부스스 일어나 앉았다.
“네 감히…… 아직도 살아 있느냐.”
왕후의 목소리가 서늘했다. 새벽 내내 꼼짝 않고 왕후의 숨결을 살피던 가락이 바닥에 머리가 닿도록 낮게 엎드렸다.
“아직 할 일이 남아 있어 불경을 씻지 못했나이다.”
길대부인이 보스스 냉기 어린 미소를 지었다.
“어디에 어떻게 버렸는지 고해야 한다고 생각했느냐.”
가락이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애기님이 남의 손에 버려지는 걸 보느니, 차라리 제 손으로 버리고 돌아오는 것이 더 낫다 싶었다. 애기님이 살 수 있는 길을 어떻게든 찾아보고자 제 발로 따라나섰다. 가락이 엎드린 채 흐느꼈다.
“옥함에…… 숨구멍 하나…… 뚫어주는 것밖에 제가 할 수 있는 것이 없었나이다.”
길대부인이 가슴에 새기듯 읊조렸다.
“옥함에 넣어 버렸구나.”
동이 트는지 푸른빛이 문살 사이로 비쳐 들어오고 있었다. 아득하고 망연한 얼굴로 그 푸른빛을 망망대해 바다처럼 보고 있던 길대부인이 어느 순간 얼굴을 일그러뜨렸다.
“부질없다. 옥함이니 금궤니, 차라리 물고기 밥이 되는 것이 나았다. 그 답답한 함 속에서 숨이 끊어지려면 얼마나 오랫동안 춥고 배고파야 하겠느냐. 차라리 숨을 끊어 넣지 그랬느냐. 차라리 고기밥이 되도록 바다에 던져 버리지 그랬느냐.”
“마마…….”
가락이 울며 고개를 저었다.
“마마, 인명은 제천, 알 수 없는 일이옵니다. 서해에 띄었으니 뱃길 따라 남해에 닿을 수도 있사옵니다. 소인이 그 일을 대비하야 옥함에 마마의 가락지를 함께 넣었나이다.”
가락의 말에 짧은 순간 길대부인의 눈동자에 빛이 감돌았다. 그러나 그 빛도 이내 사그라졌다. 길대부인 모두 부질없는 짓이라는 듯 길고 긴 탄식만 내뱉었다.
“부질없다. 그토록 왕자의 회임 바라고 치성드려도 들어주지 않는 하늘님이 바다에 버린 애기님을 살려줄까. 다 어리석고 어리석은 사람의 과욕일 뿐이다.”
왕후의 절망 앞에 시녀 가락은 말을 찾지 못했다. 길대부인은 엎드려 있는 가락을 멍하니 바라보다 문득 젖어 있는 앞섶을 느끼고 고개를 숙였다. 애기님은 없는데, 몸은 철없이 젖을 내고 있었다. 가락이 그 모습을 보고, 얼른 덧댈 천과 새 유(삼국시대 상의 명칭)를 가져왔지만 길대부인은 갈아입지는 않고 가락에게 명을 내렸다.
“가락아, 네 지금 사가에 나가 의술은 용하되 언술은 용치 않은 의원 한 분 모셔오너라.”
가락이 의아한 얼굴로 왕후를 바라보자, 길대부인이 속 안에 깃든 마음 얼핏 한 자락 내비친다.
“나는 이제 애기님 낳는 건 그만 하련다.”
왕후를 바라보던 가락이 놀란 가슴 부여잡고, 목소리를 낮췄다.
“마마, 그 무슨 황망한 말씀이십니까.”
“되었으니 어서 바삐 다녀오너라. 젖몸살이 심하구나. 대왕이 아시면 가슴 아플 일이다.”
길대부인이 광목으로 젖가슴을 덧대고 다시 자리에 누웠다. 가락은 왕후께서 잠시 어깃장을 부렸다고 생각했다. 어찌 됐든 지난 이십여 년 동안 대왕을 끔찍이도 은애해 오셨던 왕후 아니신가. 분하고 원통하다 하셔도 결국 당신의 젖몸살을 대왕이 전해 듣고 속상해하실까 봐 궁 밖의 의원을 불러들이라는 것이리라.
가락이 서둘러 궁을 나섰다. 죽을 각오로 궁에 돌아왔던 가락이지만, 이러한 명을 자신에게 내린 것은 아직 죽지 말고 살아 있어라 말하신 것과 진배없었다. 이 죗값은 추후에 받겠다, 그러니 아직은 살아 있어라, 네 아직 날 위해 할 일이 남아 있다, 궁을 나서는 가락이 왕후의 말없는 말을 가슴에 새기며 연신 눈물을 닦아냈다.
가락이 사가에 당도할 즈음, 죽은 듯이 누워 있던 길대부인이 일어나 몸단장 채비하라 명하였다. 길대부인, 쑥물 달인 물에 정갈히 몸 씻으시고, 피 묻은 속곳 벗어두고 새 옷으로 갈아입으셨다. 땀과 피로 젖은 머리카락 세세하게 물길에 닦아내시고, 가지런히 빗어 올리셨다. 붉은 꽃가루 입술에 바르시고 푸른빛 감도는 옥 귀고리 귀에 거시니 길대부인 언제 해산한 듯싶게 고아하였다.
시중들던 시녀들 씻은 물과 벗은 옷 챙겨 모두 나가니, 그제야 길대부인, 보고 계시던 면경 한쪽으로 치우고, 패물 넣어둔 보갑을 가져와 열어보았다. 보갑 안엔 미처 겉싸개를 여미지 못한 가락지 하나가 한쪽에 덩그러니 놓여 있었다. 아마도 가락이 쌍가락지 중 하나를 급히 들고 간 모양이었다.
담담한 눈길로 한쪽만 남은 가락지를 내려다보던 왕후는 떨리는 손길로 그 가락지 집어 들어 왼손 약지에 끼었다. 몸단장으로는 해산의 뒤끝을 감출 수 없는 것인지 퉁퉁 부운 손가락에 가락지가 다 들어가지 않았다.
손가락 마디에 걸린 가락지를 감싸 쥐고 길대부인 화사하게 쏟아져 들어오는 봄 햇살을 피해 질끈 눈을 감았다. 살아온 지난날 이토록 참혹하게 추운 봄이 있었던가.
---본문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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