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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섬니악 시티 Insomniac Cit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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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섬니악 시티 Insomniac City

: 뉴욕, 올리버 색스 그리고 나

정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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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17년 08월 30일
판형 양장?
쪽수, 무게, 크기 352쪽 | 570g | 140*225*30mm
ISBN13 9791159921193
ISBN10 1159921199

중고도서 소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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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가 내게 편지를 한 통 보내왔다. 우리는 그렇게 만났다. 그는 《해부학자》의 교정본을 읽고 마음에 들어 했다. (“원래는 추천사를 쓸 생각”이었지만 “몰입하는 바람에 잊고 말았죠”?재치 있는 인정이라고 생각했다.) 내가 아직 샌프란시스코에 살 때였다?2008년 초였다. 아직까지는 사람들이 일상적으로 편지를 쓰던 시절(그렇게 오래전은 아니지만), 편지를 받으면 차분히 자리 잡고 앉아 답장을 쓰던 시절이었다.
“친애하는 헤이스 씨….”
“친애하는 색스 박사님….”
이렇게 O와 나의 서신 교환이 시작되었다.
그리고 한 달 뒤 뉴욕에 가게 되었는데, 올리버의 초대를 받아 방문했다. 우리는 그의 진료실 건너편 카페에서 점심을 먹었다. 홍합과 감자튀김, 벨기에산 흑맥주 예닐곱 순배. 우리는 자리를 떠날 줄 모르고 오후가 지나도록 이야기를 이어갔다. 우리에게는 글쓰기 이외에도 다른 공통점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그에게도 평생 따라다닌 불면증이 있었다. --- p.45~46

내가 포도주를 한 병 가져가서 O의 옥상으로 올라갔다.
내가 뉴욕에 온 지 한 달 기념일.
“잔을 가져올까요?” O가 허둥대며 물었다.
“아뇨, 그러실 필요 없어요.”
우리는 돌아가며 병나발을 불었다. --- p.59

O가 마이클 잭슨이 누군지 전혀 알지 못했던 일이 기억난다. “마이클 잭슨이 뭐죠?” 뉴스가 뜬 다음 날 O가 묻는데 ‘누구’가 아니라 ‘무엇’이었다. 어떻게 그 뛰어난 가수가 한 사람의 인간에서 외계생물체 같은 존재로 변질되어갔던가를 생각해보면, 아주 이상한 동시에 그 이상 적절한 표현도 없을 듯했다. (63쪽)
나는 O가 누군가와 사귀어본 적이 없을 뿐만 아니라, 게이라는 사실을 공개적으로 밝힌 적도 없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하지만 어떤 면에서는 그럴 이유가 없었다. 그의 말로는, 삼십오 년 동안 섹스를 하지 않았다나. 처음에는 그 말을 믿지 않았다. 사람이 오로지 일밖에 모르고, 읽고 쓰고 사고하는, 그렇게 수도승처럼 산다는 것은 경탄이 나오는 동시에 상상이 되지 않는 얘기였다. 두말할 여지없이, 그는 내가 아는 가장 특이한 사람이었다.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서 깨달았다. 내가 그냥 O와 사랑에 빠진 것이 아니라는 사실을. 그 이상의 무언가, 이제껏 내가 경험해보지 못한 무언가였다. 나는 그를 온마음으로 사모했다. --- p.64

O의 일흔여섯 살 생일.
아주 긴 키스가 끝났다. 나는 혀로 그의 입과 입술을 샅샅이 탐색했다. 그의 두 눈은 여전히 감겨 있었지만 어쩔 줄 모르는 놀라움이 얼굴 가득했다. “이런 게 키스인가요? 아니면 당신이 발명한 건가요?”
나는 웃음을 터뜨렸고, 무장해제되었다. 내가 특허 낸 거라고 하니, 비밀을 지키겠다고 맹세했다.
O가 살며시 웃는다.
“내가 여기서 더 꼭 안으면 당신 뇌에서 일어나는 일을 들을 수 있어요.” 내가 그에게 말했다. --- p.66

내가 실수로 방울토마토 상자를 바닥에 떨어뜨렸을 때 O의 반응 :
“예뻐라! 다시 해봐요!”
그래서 다시 한다.
O : “빌리 친구들이 얼굴 좀 보자고 아우성일 것 같은데.”
나 : “글쎄요. 모르겠네요. 여기가 내가 있고 싶은 곳인걸요. 당신하고요.”
O : “미쳤어. 하지만 고마워.” --- p.304

“우리가 할 수 있는 최선은 지적으로, 창조적으로, 비판적으로, 생각할 거리를 담아 지금 이 시기 이 세계를 살아간다는 것이 어떤 것인지를 글로 쓰는 것이지.”--- p.304

“색스 박사님, 어떤 소원이 있으세요?” 호스피스 간호사가 물었다.
“마지막은 어떻게 맞이하고 싶으신지요?”
“집에서요.” O가 또렷하고 안정된 목소리로 대답했다. “고통이나 불편 없이, 여기 있는 친구들과 함께요.”
저렇게 말할 수 있으려면 어떤 용기가 필요한 걸까, 나는 속으로 생각 했다?마땅히 그래야 하기에 아무에게도 주목받지 못하고 지나쳐버릴 용기. 그러나 나는 그럼에도 영원히 간직할 용기.
“네, 좋습니다. 제가 최선을 다해 박사님의 소원을 지켜드리겠습니다.” 간호사가 말했다.
“고맙습니다.” O가 말했다. --- p.335

가슴이 무너질 듯 아프지만 평온하다.
지난밤 잠깐 눈 붙이기 전에, 그에게 필요한 것이 있나 해서 와보았다. 나는 담요로 그의 몸을 감싸주고 그의 이마에 입 맞추었다.
“내가 당신을 얼마나 사랑하는지 알아요?” 내가 말했다.
“모르지.” 그의 눈은 감겨 있었지만, 아름다운 무언가를 보는 듯, 웃음을 띠고 있었다.
“많이요.”
“좋아.” O가 말했다. “아주 좋아.”
“좋은 꿈 꿔요.”
--- p.3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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