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나 드라마에 기업과 관련된 내용이 나오면 여지없이 틀리는 부분이 있다. 작가들이 주주총회와 이사회에 관한 지식 없이 시나리오를 쓴다는 것과 감독이나 배우 또한 그런 사실을 모른다는 점이다. 물론 보는 사람들도 모르고 본다. 주주총회는 회사의 주식을 보유한 주주들이 모여 주요 안건을 논의하고 표결로 가부를 결정한다. 1년에 한 번씩 정기적으로 열리는 정기 주주총회와 필요할 때 수시로 열리는 임시 주주총회 두 가지가 있는데, 정기와 비정기의 차이만 있을 뿐 기능은 같다. 경영권 측면에서 본다면 주주총회의 가장 큰 역할은 역시 등기 이사와 감사의 선임이다. _41쪽, 02 ‘자금표’를 아십니까?
대한민국에서 코스닥 회사를 인수하는 대부분의 사람들은 정상적으로 경영하기보다 그저 주가를 올려 돈을 버는 데 혈안이 되어 있다. 그중 극단적인 일부는 주가조작, 횡령, 배임에 이골이 난 사람들이어서, 회사를 인수한 뒤에는 사실 여부와 상관없이 여러 재료를 만들어 주가를 띄운다. 상장사 인수의 각본 전개는 언제나 ‘기승전 주가’다. 주가가 오르면 모든 투자가에게서 영웅처럼 환호받고, 용이하게 자금을 조달할 수 있다. 회사를 인수하며 주위에서 끌어온 자금을 높은 수익을 붙여 돌려줄 수 있고, 이는 다음 단계 작전의 성공률을 높이며, 이제 원만한 자금 조달은 쉽게 가능해진다. 실제로 주가조작에 몇 차례 성공한 기업사냥꾼들은 비록 검찰에 쫓겨 다니는 신세일망정 시장에서는 돈을 몰고 다니는 영웅이다. _58쪽, 03 상장회사를 인수하기 위해 혈안이 된 사람들
회장이 구속되더라도 나머지 임직원이 본연의 역할에 충실하면 그만인데, 지금 한국의 전문 경영진에게 주어진 임무는 경영이 아니라 회장 뒤치다꺼리에 있다는 것을 여실히 증명한 셈이다. 조폭 두목도 감옥에서 조직을 관리하는 세상인데, 조직을 갖춘 대형 기업체가 회장 한 명 때문에 돌아가지 않는다는 것은 새빨간 거짓말이다.
‘상법’ 개정안에서 주요 이슈가 되는 조항은 크게 다섯 가지인데 감사위원 분리 선임, 집중투표제 의무화, 직원 추천을 통한 사외 이사 선임, 전자투표제 의무화, 자사주 처분에 대한 규제 부활 등이다. 이에 대해 재벌들은 실효성은 낮고 부작용만 크다고 주장하고 있다. 그들이 말하는 부작용이란 바로 경영권의 침해다. 이는 다른 표현을 빌리자면 밀실 경영이 방해된다는 의미일 것이다. 세계 주요 28개국 중 기업과 최고 경영자(CEO)에 대한 자국 국민의 신뢰도가 최하위인 나라가 한국인 것은 결코 우연이 아니다. _75쪽, 03 상장회사를 인수하기 위해 혈안이 된 사람들
그런데 채무자에게 압류명령장을 주는 것은 계좌의 돈을 바로 빼가라고 알려주는 셈이므로, 현행 제도는 채권자에게 일방적으로 불리하다. 다행히 채무자가 송달을 받지 못해도(폐문부재) 제3 채무자가 받으면 효력이 즉시 발생하니 그나마 다행이다. 그래도 현행 제도는 바뀌어야 한다고 본다. 법원의 집행명령을 채무자에게 알리는 것은 미리 알고 방어하라는 신호와 다를 바 없기 때문에 채무자에게는 전달되지 않아야 한다.
또 채무자가 금융기관에 압류 사실을 확인할 수 있는 것도 문제가 있다. 압류를 당하지 않을 정당한 사유가 있다면 이 역시 법원의 판결을 받고 확인할 수 있도록 해야지, 지금처럼 채무자 본인이 직접 확인할 수 있으면 어느 채무자가 압류 은행에 입금하겠는가? 가장 좋은 방법은 어떤 사유가 있어도 계좌에 대한 압류 사실은 채무자 본인이 확인할 수 없도록 해야 한다. 그런 제도가 도입되면 찍기와 같은 상장사의 가장 납입은 사라질 것이다. _89쪽, 04 기업사냥의 화룡점정, 자금의 공개 모집(공모)
최고급 호텔을 빌려 IR을 하고, 발표 자리에 중국 공무원이 한 명 와서 축사를 하면 시장에 잘 먹혀든다. 정작 중국원양자원유한공사(China Ocean Resources), 씨케이에이치(CKH)처럼 중국인이 주인인 회사의 주가는 오르지 않는데, 한국인이 중국에 가서 사업한다고 발표하면 급등하는 주식이 많았다. 투자가들에게 헛되지만 큰 꿈을 안겨준 덕분이다. 예상 매출 5000억 원에 영업이익 1200억 원 등등, 이루지 못할 숫자지만 투자가에게는 꿈을 안겨주었고, ‘6개월 뒤에는 제자리로 돌아가겠지만 일단은 오를 테니 지르고 보자’는 심리가 작용한 것이다. 계약서 한 부 만들어놓고 현지에서 IR용 사진을 찍어 홍보에 이용하고, 실제 공무원인지 아닌지도 모를 중국인 한 명을 불러와 인터뷰했더니 주가는 크게 움직였다. 하지만 알고 보면 대부분이 거짓이고 사기다. 백번 양보해 좋게 표현하자면 ‘엄청나게 부풀린 과장’이라고 할 수 있다. _111쪽, 05 작전을 통한 주가조작
정치 관련 테마주가 되면 주가는 기업 실적과 무관하게 널뛰기한다. 최근 금융감독원에서는 이를 막기 위해 특별 조사반을 운영하는 중이며 정치 테마주 집중 제보 기간을 정해 신고를 받고 있다. “금융감독원에서는 대선을 앞두고 정치 테마주와 관련한 불공정 거래를 막기 위해 특별 조사반을 운영하는 중입니다. 주가의 움직임이 수상하다면 투자하지 말고 신고하세요”라고 홍보하지만, 신고한다고 해도 조사가 끝나려면 1년 이상 걸린다. 설사 적발된다고 해도 대선 테마주로 감옥에 갔다는 사람을 본 적이 없으니 믿음이 가지 않는다. 이를 막으려면 주가조작에 관한 조사가 지금보다 훨씬 신속해야 하고, 처벌도 빠르게 실행되어야 한다. 지금의 시스템으로는 주가조작의 그림자조차 밟지 못한다. _114쪽, 05 작전을 통한 주가조작
개미들의 피해를 막기 위해서는 상장폐지 기준이 훨씬 더 강화되어야 한다. 또한 경영진의 책임을 물으려면 경영권을 박탈하면 된다. 경영권은 등기 이사들로 구성된 이사회를 의미하는데, 등기 이사 전원을 특수 관계인이 아닌 제삼자로 교체하고 상장폐지를 일정 기간 유예하면 투자가들도 주식을 팔 기회를 충분히 가질 수 있다. _193쪽, 08 상장폐지를 면하는 100가지 기술
경영진은 투자금을 유치하자마자 본연의 사업에 맞지 않는 신규 사업 얘기를 자주 했다. “‘무인 항공기’나 ‘잠수함’에 투자를 하기로 했는데 엄청난 수익이 예상된다”라고 했지만 그것을 믿는 사람은 없었다. 평생 해본 적이 없고 기존 사업과는 무관한 일을 한다는 것 자체가 말이 되지 않기 때문에 많은 사람들이 말렸지만 소용이 없었다. 애초부터 돈을 빼돌리기 위한 수단이었다. 이들은 황당무계한 사업일수록 실패를 정당화할 수 있다고 판단한 듯하다. 결국 회사는 2009년 한 나스닥 회사와의 합병 계획에 승인하고 미국 시장에 진출한다는 기사를 남긴 채 세상에서 사라졌다. 이렇듯 경영진이 마음을 달리 먹으면 수백 명이 되는 주주들도 막지 못한다. _210쪽, 09 비상장사의 딜레마
가해자들은 소송 진행 중에 유죄 판결이 확실시되면 배임·횡령한 돈을 회사에 반환해 선처를 호소하기도 한다. 또는 피해자에게 금원을 변제해 구제받기도 한다. …… 형사 사건이므로 피해 금액을 원위치한다고 해서 죄가 없어지는 것은 아니지만, 정상참작이 되어 형량이 상당히 경감된다. 이런 사실을 잘 아는 선수들은 피해액을 변제할 때도 절대 다 주지 않는다. 극히 일부만 변상해 고소인이 소를 취하하게 하거나, 변제 노력을 하고 있다는 탄원서를 법원에 제출해 선처를 호소한다. …… 합의금을 결정하고 지급하는 시기는 피의자의 재산과 피해자의 다급함에 달려 있다. 피해자가 개인이고 돈에 쪼들리면 합의금을 최대한 낮춰 무마하는 것이 가능하다. _227쪽,10 먼 나라 이야기, ‘민사소송’
해외 시장의 구조를 파악한 사람에게는 이처럼 편하고 안전한 곳이 없다. 일단 홍콩·싱가포르 등지를 잘 활용하면 한국에서든 현지에서든 세금 한 푼 낼 필요가 없다. 이것이 해외에서 자원 개발이나 선박·무역 등의 사업을 하는 기업가들이 쓰는 방법인데, 일단 1년의 반 이상을 반드시 외국에서 거주하는 편법을 쓴다. 그러면 모든 세금 추징에서 비거주자 자격으로 심사를 받기 때문에 상당히 유리해진다. 본인이 해외 거주자인 데다가 사업의 주 수익이 해외에서 발생하므로, 국세청에서 세금을 징수하는 것이 현실적으로 어려워진다. 선박왕 K의 사례가 바로 이것이다. _236쪽, 10 먼 나라 이야기, ‘민사소송’
물론 기업사냥꾼들도 돈 세탁을 자주한다. 마약 밀매, 매춘, 무기 거래, 정치인의 리베이트 등 불법으로 형성된 자금은 반드시 세탁을 거쳐야 하는데, 이들은 안정성 때문에 카지노를 가장 선호한다. 자금 추적에 따른 범죄의 노출 방지와 탈세 목적의 자금 세탁에는 카지노처럼 완벽한 수단이 없다. …… 세계 어느 카지노에 가든 수십억 원을 테이블에 놓고 웃으면서 게임을 즐기는 사람은 90퍼센트 이상이 자금 세탁원이다. 이때 하는 게임이 바카라다. …… 고객은 적당한 금액의 수수료를 지불하고 완벽하게 자금 세탁을 하니 좋고, 카지노는 안정된 수입원을 확보하니 누이 좋고 매부 좋은 셈이다. _238쪽, 10 먼 나라 이야기, ‘민사소송’
“탐욕은 사기꾼을 깨운다”라는 말이 있다. 수요가 있는 곳에 공급이 있듯이 시장에 탐욕이 넘쳐날수록 사기꾼은 머리를 짜내 작전의 그물을 던진다. 여기에는 작전에 들어가 곁다리로 수익을 내고 나온 사람, 투자 실패로 괴로워하며 구원의 손길을 원하는 사람, 은행 금리나 채권수익률에 도저히 만족하지 못하는 사람들이 걸리게 되어 있다. 사기꾼의 이런 돌출 행동을 마치 스타라도 발견한 것처럼 열광하는 언론도 문제다. 그의 집과 차의 소유권을 한 번이라도 확인했다면 실체에 접근했을 텐데, 사회적 문제가 되고 난 뒤에야 호들갑을 떤다. 그의 성공적인 사기 행각 뒤에 언론의 지원이 있었다는 것은 주지의 사실이다. _279쪽, 11 모든 것은 처음부터 계획되었다
---본문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