갈수록 오리무중이다 오리를 가고 나면 또 오리가 무중이다 답답한 마음 달래려 호숫가를 걷다가 물속을 자맥질하고 또 자맥질하는 오리들을 본다 쬐고만 창자를 채워줄 물속도 물속 시계(視界)도 오리무중인 모양이다 그래도 또 자맥질하길 그치지 않는 잔잔한 수면에 이는 파문이 뭉클하다 파문당한 어떤 생의 헛발질처럼 쉴 새 없이 헤적이는 갈퀴발질이 생생하다 물의 심장처럼 두근두근 떠 있다가 저녁놀 머금고 날아오르는 오리들처럼 생생한 물음 머금고 그냥 가야 할 모양이다 한 모롱이 두 모롱이 감돌아 오리를 가고 또 오리를 가도 오리무중 아득한 하늘길을 너도 가고 나도 가고 그렇게 하루가 캄캄하게 갔다 어디 방점 한 점 찍을 데 없는 하루가 그렇게 가볍게 갔다 -「오리무중」 전문
택배로, 쌀이 한 포대 왔다 이런! 기어이 올 것이 왔구나!
지난겨울 생면부지의 어떤 노인이 전화로, 시집을 읽고 감동받았다며 대뜸 자기네 선산에 세울 비문을 써달라고 하기에 완곡하게 거절했으나, 얼마 뒤 눈보라치는 악천후 뚫고 직접 찾아와 떼쓰는 통에 차마 거절 못하고 써주마 하며 좀 기다리시라 했는데,
목구멍이 포도청인 내 목구멍 속으로 다짜고짜 밀고 들어왔다 전라도 어디 청룡등이라던가, 그 산자락에 세울 비에 뭐라 써줄지 아직 감감하기만 한데 비문과 바꿀 쌀 30킬로로 우격다짐 밀고 들어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