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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열걸 1

교열걸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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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17년 10월 31일
쪽수, 무게, 크기 256쪽 | 294g | 128*188*20mm
ISBN13 9788950971229
ISBN10 8950971224

책소개 책소개 보이기/감추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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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째서 이런 일이.
남자는 피에 물든 자신의 손바닥을 바라보았다. 눈을 부릅뜬 채 피를 흘리며 바닥에 쓰러진 여자를, 그는 방금 전까지만 해도 품에 안고 있었다. 하지만 지금 그 여자는 피를 흘리며 남자 눈앞에서 죽었다. 여자의 매끄러운 살결과 온기가 떠올라 남자는 머뭇머뭇 여자의 가슴에 손을 뻗었다. 하얗고 매끄러운 유방을 주무르자 아직 말랑했다.

에쓰코는 세 번째 줄의 ‘피를 흘리며’에 밑줄을 그은 뒤 삭제라는 두 글자와 물음표를 써넣고, ‘말랑’과 ‘했다’ 사이에 ‘말랑?’이라고 표시한 다음, 교정 메모 ‘마’란에 쪽수를 적었다. 한숨 돌린 에쓰코는 연필을 책상에 내던지고 목을 우두둑우두둑 돌렸다.
눈앞에서 사람이 죽었으면 가슴을 주물러서 딱딱하지 않은가 확인할 것이 아니라 우선 목이나 손목을 짚어서 맥박이 뛰는지를 확인해야 하는 것 아닌지?
이런 의문점은 지적해봤자 소용없을 것 같기는 했지만 일단 나중에 써두기로 했다.
“누구 원고야?”
옆자리에서 비슷한 작업을 하던 요네오카가 고개를 들고 물었다. 석양이 비쳐드는 시간에 바로 옆에서 사무실 블라인드가 조금 열려 있어서 요네오카의 얼굴에 줄무늬가 생겼다.
“혼고 다이사쿠.”
“아, 에로 미스터리. 뭐야, 후끈 달아올랐어?”
“시끄러워, 돋보기 확 던져버린다!”
“그러지 마세요, 죽어요.”
커피를 가지러 자리에서 일어서는 에쓰코에게 요네오카가 “내 것도!” 하고 부탁했다. 에쓰코는 그의 부탁을 깔끔하게 무시하고 한 컵만 따라서 자리로 돌아왔다. 그리고 사무실 가장자리의 큼지막한 회의용 책상에서 작업 중인 패션 잡지 교열부를 바라보았다. 여러 사람이 자아내는 살기등등한 분위기가 여기까지 전해져왔다. 일찍이 저 살기를 동경했다. 그리고 지금도 동경한다.
저쪽으로 가고 싶다. 왜 난 혼자서 문학 분야를, 그것도 잘 알지도 못하는 미스터리 소설을 교열하고 있는 거람.
--- p.9~11


대학교 2학년 때 경범사의 직장 여성 잡지 《라시》에 실린 ‘에디터스 백’을 보고 한눈에 반한 순간, 에쓰코의 인생은 결정된 거나 마찬가지였다. 에디터는 ‘편집자’라는 뜻이다. 에디터스 백은 패션 잡지의 편집자나 필자들처럼 선택받은 부류들만 들 수 있다는 느낌을 주었다. 독자 모델들이 지면에 공개한 소지품과 비교해보기만 해도 그 선택받은 부류의 삶에 대해 상상할 수 있었다.
이 예쁜 가방을 당당하게 들고 다니려면 패션 잡지 편집자가 되어야겠다 싶어서 취업 제1지망을 경범사로 정했다. 하지만 입학 커트라인이 어중간하고 요조숙녀 학교라는 이미지밖에 별다른 특징이 없는 여대 출신인 에쓰코에게 경범사 취직은 넘기 어려운 벽이었다. 이 출판사 직원들은 도내의 국립대학교나 국립에 버금가는 사립대학교 출신자가 대부분이다. 성 정체성이 불분명한 요네오카마저 도쿄 대학교에 떨어질 것에 대비해 원서를 넣었던 일류 사립대학교 출신이다.
평범하고 태평한 여대생이었던 에쓰코는 기백과 근성만으로 입사시험에 통과했다. 경범사의 패션 잡지를 얼마나 사랑하고, 경범사의 패션 잡지가 자기 인생에 얼마나 큰 영향을 미쳤는지에 대해 면접관이 질릴 만큼 열변을 토한 끝에 입사했지만, 어째서인지 교열부로 발령이 났다.
에쓰코의 성은 고노(河野)다. ‘가와노’가 아니라 ‘고노’라고 읽는다.
고노 에쓰코.
인사부가 ‘이름이 교열(교열은 일본어로 ‘고에쓰’라고 발음한다-옮긴이)과 비슷하다’라는 이유만으로 배속을 결정한 모양이다. 아니, 그렇다기보다 오로지 그 이유 때문에 채용한 것 같다.
연수를 마친 후 배속된 부서에 발을 들여놓자마자 이럴 리 없다고 생각했다. 에쓰코는 자신의 일터가 [악마는 프라다를 입는다]와 그 휘하에서 변신한 앤 해서웨이들이 북적거리는, 세련되고 활기 넘치는 사무실일 줄 알았다. 하지만 에쓰코가 일하는 곳은 전혀 세련되지 않았다. 활기가 넘치는 곳은 이미 다른 부서 취급을 받는 잡지 교열부뿐이었다. 그리고 전체적으로 버섯 양식장 같은 느낌이었다. 무엇보다도 부장이 새송이버섯을 닮았다.
첫날부터 에쓰코가 불만스럽다는 태도로 나오자 새송이버섯은 잠시 에쓰코를 지켜보다가 타이르며 말했다. “성과를 내면 원하는 부서로 옮길 수도 있을 거야. 그게 아니더라도 정기적으로 인사이동을 할 때 부서 이동 희망자의 의견이 받아들여질 가능성이 높아지겠지.”
‘뭐, 일단은 일을 성실하게 하는 게 중요해.’
새송이버섯의 말을 듣고 에쓰코는 석연치 않은 기분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지금도 석연치 않은 기분으로 교열부에서 성실하고 완벽하게 업무를 보고 있다. 언젠가는 《라시》 편집부로 이동하기 위해.
--- p.13~15


작가의 문장에는 버릇이 있다. 같은 표현을 반복해서 사용하길 좋아하는 작가의 교정지에 반복되는 표현을 삭제하겠다고 표시하면 작가가 화를 낼 때도 있다. 원래는 작가의 버릇을 잘 숙지하고 있는 편집자가 교열이 끝난 교정지를 확인한 다음 지우개를 대야 한다. 하지만 개중에는 교정지에 적힌 내용을 확인하거나 작가의 버릇을 미리 알려주지 않고, 편집부에서 작가에게로 또는 작가에게서 교열부로 휙휙 넘겨주기만 하는 배달업자 같은 사람도 있다. 이번 교정지를 가져온 혼고의 담당 편집자 가이즈카가 그런 유형이다.
작년에 교정지를 받으면서 처음으로 이야기를 나누었을 때 가이즈카는 이렇게 말했다. “개인적으로 작가의 마음을 알뜰살뜰 보듬어주는 것도 편집자의 업무야.” 남자 편집자치고는 차림새가 멀끔한 것도 좋은 인상을 주는 데 한몫했다. 그래서 열성적으로 일하는 훌륭한 편집자인 줄 알았다. 그런데 맙소사. 맛있는 음식과 술을 대접하여 작가의 비위를 살살 맞추는 대가로 원고를 받아와서 휙 떠넘기며 ‘작가의 기분만 관리하는’ 유형의 편집자였다. 그리고 교열부가 기계적으로 교열한 교정지를 확인도 하지 않고 그대로 작가에게 넘긴다. 그래놓고 작가에게 당치도 않은 지적을 했다고 혼났다며 교열부에다 불평한다. 그런 까닭에 작년에 혼고와 말썽이 약간 있었다. 그런데 에쓰코를 지명하다니. 가이즈카도 의외였을 것이다.
“작년에 작가가 노발대발했었지? 왜 그랬더라?”
“등장인물 중에 여대생이 있었는데 말투가 요즘 여대생 말투가 아니더라고. 그래서 여대생이 많이 보는 잡지의 독자 투고 지면을 복사해서 같이 보내줬어.”
“그야 화낼 만도 하네.”
“내 말 좀 들어봐. 술을 잔뜩 먹고 전철에서 곯아떨어진 아저씨를 보고 여대생이 ‘아저씨, 어째 이러셔요? 어디 편찮으신 것 아니시어요?’ 이렇게 말을 걸까? 그리고 어쩌다 보니 호텔에 같이 가겠어?”
“안 가겠지. 가고 말고를 떠나서 아예 말도 안 붙일걸.”
“그렇지? 애당초 설정부터 이상하다니까. 그것도 지적했는데 ‘이건 픽션이야!’라면서 화를 냈대.
--- p.17~19


“부끄러워할 것 없어. 요즘 젊은 아가씨들은 아리모리 주리 같은 작가의 책을 읽나?”
“…….”
꿀 먹은 벙어리도 아니고 이럴 때는 이야기해도 돼, 하고 가이즈카가 귓속말을 했다. 에쓰코는 “패션 잡지밖에 안 보는데요.” 하고 솔직하게 대답했다. 혼고 다이사쿠가 어리벙벙한 표정으로 에쓰코를 보았다. 에쓰코는 와인 잔을 비운 후 다시 입을 열었다.
“하지만 그 작가 이름은 몇 번 본 적 있어요. 《라시》 재작년 2월호랑 작년 9월호에 신간 인터뷰, 그리고 올해 2월호에 드라마 여주인공을 맡은 배우와 대담을 했던 내용이 실렸더라고요. 드레스랑 헤어메이크업이 너무 안 어울려서 빵 터졌다니까요.
스타일리스트가 좀 더 공을 들였으면 좋았을 텐데.”
기억을 더듬어 대답하자 혼고는 웃으면서 “기억력이 좋군.” 하고 말했다. 가이즈카가 빈 와인 잔을 채워주자 에쓰코는 다시 쭉 들이켰다.
“솔직히 말하면 팬 아니야?”
“아니에요. 책은 읽어본 적 없어요. 그리고 혼고 선생님은 《이너프》 작년 5월호에서 ‘부부의 초상’이라는 코너를 장식하셨죠? 서로 너무 간섭하지 않고 일정한 거리를 두는 게 잉꼬부부로 지내는 비결이라고 하셨던가.”
“……자네 나이 때의 아가씨도 《이너프》 같은 중년 남성 잡지를 보나?”
“경범사에서 발행하는 패션 잡지는 연령층이나 성별과 관계없이 모조리 봐요. 덧붙여 그때 혼고 선생님이 매신 넥타이는 에트로였고 넥타이핀은 다미아니였는데요. 그 조합은 너무 칙칙해요. 스타일리스트가 있다면 바꾸시는 게 좋겠네요.”
“…….”
가이즈카와 혼고가 얼굴을 마주 보았다. 만약 혼고가 화를 낸다고 해도, 그건 말해도 된다고 허락한 가이즈카의 책임이다.
에쓰코는 혼고가 뭐라고 하든 개의치 않고 마침 알맞게 구워져서 김이 모락모락 피어오르는 샤토브리앙을 입에 쏙 집어넣었다. 편집자는 늘 이렇게 맛있는 걸 먹는구나 싶은 생각이 들자 감동이 분노로 바뀌었다. 에쓰코는 새로 따른 와인을 벌컥벌컥 들이켰다.
“고노 씨, 기억력이 보통이 아닌데?”
“그렇지도 않아요. 잡지에 실린 것 정도밖에 모르는걸요.”
“그래? 그럼 《C.C》의 전속 모델 이름을 열다섯 개 정도 댈 수 있겠나?”
“제가 보기 시작한 연도부터 헤아리면 《C.C》에는 전속 모델이 열일곱 명, 전속으로 보이지만 다른 일도 병행하는 프리랜서 모델이 열 명 있는데, 어느 쪽으로 할까요?”
에쓰코는 곁들여진 아스파라거스를 씹으면서 대답한 뒤 와인과 함께 꿀꺽 삼켰다. 머리가 좀 핑 돈다 싶었을 때 옆에 앉은 가이즈카가 미간에 주름을 잡으며 말했다.
“너…… 진짜 뼛속까지 유토리구나.”
“뭐라고요? 우리 유토리들은 국정의 피해자인데요? 댁도 2년만 늦게 태어났으면 유토리였어. 고작 2년 차이로 폼 잡지 마셔.”
“뭐든지 나라 탓, 남의 탓으로 돌리면서 우는소리 하지 마. 유토리는 이렇다니까.”
--- p.21~25


작가에 따라 문장을 쓸 때 나오는 버릇은 각양각색이다. 마침표와 쉼표를 찍지 않는 사람도 있고, 반대로 마침표와 쉼표 천지인 사람도 있다. 한자를 몹시 많이 쓰는 사람도 있고, 반대로 히라가나만 애용하는 사람도 있다.
경범사의 내부 문서인 교열 지침에는 편집자의 지시(작가의 버릇에 대한 설명)가 적혀 있다. 하지만 인계를 제대로 해주지 않는 편집자도 있다. 바로 가이즈카 같은 편집자 말이다.
“그러니까 내 탓이 아니래도! 그쪽이 지침서에다 안 써놨잖아! 난 우리 방침대로 연필로 풀어썼을 뿐이거든요?”
“분위기 좀 봐가면서 일해라, 이 유토리야! 이 ‘한자가 너무 많아서 읽기 힘든데 OK?’는 뭐야! 공부 못했다고 자랑하냐!”
“하지만 정말로 못 읽겠고, 유토리인 나도 일반 독자의 독해 수준이 어느 정도인지는 안다고요. 내가 바로 일반 독자니까! 그리고 몇 번이나 말하는데, 창피한 줄도 모르고 이쪽에서 넘긴 교정지를 아무 확인도 없이 작가에게 그대로 넘기는 짓 좀 그만두지 않을래요? 민폐거든요!”
“난 너랑 달리 선생님들을 접대하느라 바빠! 매일 숙취로 고생한다고!”
“젠장, 뭐 어쩌라고! 난 매일 편의점 도시락으로 끼니를 때우며 근근이 살아간단 말이야!”
“뭐 어쩌라고. 넌 죽어라 옷만 사느라고 돈이 없는 거잖아!”
“잘 입는 게 삶의 보람이라서.”
“교열자 주제에. 패션 잡지 만드는 것도 아니면서. 아, 불쌍해라.”
“시끄러워. 아, 진짜 열반에 들어서 다비(불에 태운다는 뜻으로, 시체를 화장하는 일을 이르는 말. 육신을 원래 이루어진 곳으로 돌려보낸다는 의미가 있다-옮긴이)에 부쳐져라, 망할 인간아! 그리고 해탈도 못하고 영원히 삼악도(악인이 죽어서 가는 세 가지의 괴로운 세계. 지옥도, 축생도, 아귀도 - 옮긴이)만 뺑뺑 돌아라, 이 하품하생(下品下生, 불교에서 나누는 삶의 아홉 품(品) 중 하나, 갖가지 악행을 저지르고 80억 겁 동안 윤회의 죄를 덜어가는 사람-옮긴이)아!”
--- p.103~105


‘글이 조금 애매해졌네요’로 바꾸는 게 어떨지?
‘처마를 잇대다’→ 건물이 빈틈없이 빼곡하게 늘어서 있는 모양. 방돔 광장은 건물이 빈틈없이 늘어서 있다기보다 한 건물 안에 여러 점포가 들어가 있으니까 표현을 바꾸는 편이 어떨지?
지적 사항을 적어 넣은 후 에쓰코는 글자에서 눈을 들었다.
읽지 않아도 기억난다. 이다음에 프로이라인 도키코는 스폰서 계약 상 문제가 되지 않을 정도로 부드럽게(모든 호마다 책머리 근처에 광고가 나왔으므로), 하지만 명백히 그렇다는 걸 알 만한 필치로 티파니를 깎아내린다. 은을 취급하는 미국 보석상이 어울리지 않게도 5대 보석 브랜드라고 불리는 지금 상황이 아주 우습다는 식으로 썼다. 그리고 자신이 난생처음으로 아버지에게 선물 받은 보석은 부쉐론의 귀여운 부엉이 브로치(0이 몇 개인지 헤아려야 할 정도로 비싼)였다며 진짜 숙녀가 되기 위해서는 어릴 적부터 ‘진짜’로 치장해봐야 한다는 말로 에세이를 매듭짓는다.
이걸 실시간으로 읽었을 때는 곧이곧대로 받아들였다. 하지만 지금은 아니다 싶다.
아니, 사실상 잘못된 표현은 없지만 머릿속 한구석에서 이건 이상하다는 생각이 든다.
요즘 젊은 여자들이 처음으로 장만하는 해외 브랜드의 장신구는 대부분 티파니의 은제품일 것이다. 고등학생도 용돈을 모으면 구입할 수 있을 정도로 덜 부담스러운 가격이다. 하지만 세계 5대 보석 브랜드와 그랑 상크 양쪽에 이름을 올린 반클리프 & 아펠은 가격이 제일 만만한 상품도 신입 직장 여성 한 달치 월급을 거의 다 쏟아부어야 하고, 부쉐론은 신입 직장 여성 한 달치 월급을 다 쏟아부어도 제일 만만한 상품조차 사지 못한다. 하물며 멜르리오 디 멜르는 일본에 직영점이 없고, 모브쌩도 2009년에야 긴자 거리에 매장을 열었으니 실물을 본 적이 있는 사람이 훨씬 더 적을 것이다.
‘나 말고 다른 사람이 이걸 읽으면 어떻게 생각할까?’
장신구하고는 분야가 다르지만 어제 도쿄에 모인 디자이너들의 패션쇼를 보고 에쓰코는 진심으로 대단하다는 생각을 했다. 이제 도쿄를 거점으로 삼아 활동하는 일본인 디자이너들은 에쓰코가 《MODEetMODE》에서 보며 계속 동경해온 해외의 저명한 디자이너들과 어깨를 나란히 하고 있다. 실제로 어제는 해외에서도 꽤 많은 바이어들이 찾아왔다고 한다. 그런 시대에 살며 ‘아카’와 ‘아가트’ 정도의 국내 브랜드로 충분히 만족하는 여자들에게 굳이 그랑 상크와 ‘진짜’를 논해본들 무슨 의미가 있을까?
에쓰코는 관자놀이를 꾹꾹 누르며 잠시 눈을 감았다.
‘나는 교열자야. 내용이 이렇다 저렇다 참견해서는 안 돼.’
마음속으로 스스로를 타이른 후 눈을 뜨고 다시 글자에 시선을 떨어뜨렸다. 어제의 행복한 시간과는 하늘과 땅 차이가 날 만큼 힘겨웠다. 일이 이렇게 힘들기는 처음이었다.
--- p.136~138


“고노 씨, 어째서 본인이 교열부 문예 교열부에 배속됐는지 아나?”
변명을 하지도, 그렇다고 울지도 못하고 가만히 앉아 있자니 얼마간 침묵이 흐른 후 새송이버섯이 대뜸 물었다.
“이름이 고노 에쓰코니까요.”
“아니야, 문학에 전혀 흥미가 없어서야.”
그다지 의외이지도 않은 말에 일단 고개를 들었다. 새송이버섯이 말을 이었다.
기억에서 쑥 빠져 있었지만, 입사시험 때 새송이버섯도 면접관으로 에쓰코의 면접에 참여했다고 했다. 그때 에쓰코는 자신이 경범사의 여성 잡지를 얼마나 사랑하는지 열변을 토했다. 새송이버섯은 어느 잡지의 어느 호 어느 특집이 재미있었다고 상세하게 설명하는 에쓰코가 처음에는 그저 유별나고 집요하다 느꼈지만, 도중에 에쓰코의 기억력이 예사롭지 않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재작년 재건된 미쓰비시 1호관 미술관의 콘셉트가 뭔지 아나?”
“쾌적하고 안락한 마루노우치입니다.”
“그걸 어떻게 알지? 어디선가 봤나?”
“《라시》 2009년 10월호 마루노우치 특집에서 봤습니다. 그 특집 때 건물 사진을 찍은 사진작가가 대단한 분이셨죠. 다케우치 씨라고 평소는 모델도 찍는 사진작가인데, 브릭스퀘어 내부 사진이 마치 영국…….”
“아아, 그만 됐어, 고마워. 그러고 보니 2008년 5월호 표지 모델은 누구였더라?”
“사이온지 나오코 씨요. 나오코 언니가 결혼해서 표지 모델에서 졸업하는 걸 기념하는 호였죠. 남편은 연하 사업가인데, 아시야에 있는 고급 주택이 얼마나 멋졌는지!”
“아, 그래, 그래. 고마워.”
새송이버섯은 반쯤 재미 삼아 메모를 해가며 그런 문답을 몇 번 나누었다. 그리고 면접이 끝난 후 자료실의 《라시》 과월호 책장에서 해당하는 호를 한 권 한 권 찾아서 답을 맞추어보았다. 에쓰코의 답변은 하나도 틀리지 않았다.
그 후에 열린 회의에서 에쓰코는 세이쓰마 여대 졸업 예정이라는 최종 학력이 걸림돌이 되어 불합격할 뻔했지만, 새송이버섯 혼자 에쓰코를 채용해야 한다며 극구 추천했다. 대학 수준은 좀 떨어질지도 모르지만, 글을 독해하고 기억하는 능력은 탁월하니 반드시 도움이 될 거라며. 그렇다면 교열부에 두고 쓰라는 말에 그러겠다고 대답했다.
“……그럼, 저는 애당초 교열부 말고는 들어갈 수가 없는 운명이었네요.”
비로소 속사정을 알고 나자 다양한 감정이 뒤섞여 결국 에쓰코는 콧속이 찡해졌다.
--- p.143~1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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