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원하는 만병통치약은 엉터리 의사가 저승의 강과 사해의 물로 조제해 길고 납작한 검은 배 같은 마차에 싣고 다니면서 파는 물약이 아니다. 내가 진정 아끼는 만병통치약은 희석되지 않은 순수한 아침 공기 한 모금이다. 아, 아침 공기! 만약 사람들이 하루의 원천인 새벽에 아침 공기를 마시려들지 않는다면 공기를 병에 담아 가게에서 팔기라도 해야 할 것이다. 아침 시간에 대한 예매권을 잃어버린 세상의 모든 사람들을 위해서 말이다. 그러나 아침 공기는 아무리 차가운 지하실에 넣어둔다 해도 정오까지 견디지 못하고 그 전에 벌써 병마개를 밀어젖히고 새벽의 여신을 따라 서쪽으로 날아가 버릴 것이라는 것을 잊어서는 안 되겠다. --- ‘5. 고독’ 중에서
완전히 길을 잃어버리거나 눈을 감은 채로 한 바퀴 빙 돌려지기 전에는 우리는 대자연의 거대함과 기이함을 깨닫지 못한다. 잠에서 깨어나든 몽상에서 깨어나든 사람은 그때마다 나침반의 위치를 다시 눈여겨보아야 할 것이다. 길을 잃고 나서야, 세상을 잃어버리고 나서야 비로소 우리는 자기 자신을 발견하기 시작하며, 우리의 위치와 우리의 관계의 무한한 범위를 깨닫기 시작한다. --- ‘8. 마을’ 중에서
수많은 잔물결이 호수에 일었지만 지워지지 않는 주름은 단 한 개도 없다. 월든 호수는 영원한 젊음을 간직하고 있다. 지금도 호숫가에 서면 그 옛날과 마찬가지로 제비가 수면 위에서 벌레를 잡으려고 물을 살짝 스치는 모습을 볼 수 있으리라. 20여 년간 매일 보던 호수였지만 나는 오늘 밤에도 마치 처음 보는 호수인 것처럼 새로운 감동을 받았다. 아, 여기에 월든 호수가 있구나! 예전에 내가 발견했던 것과 똑같은 모습의 호수가 여기 있어! 지난해 겨울에 숲의 일부가 잘려나간 곳에서는 새로운 숲이 기운차게 자라고 있다. 그때와 똑같은 생각들이 호수 수면 위로 샘물처럼 솟아오르고 있다. --- ‘9. 호수’ 중에서
인간에게 보다 깨끗하고 건전한 식사만을 하도록 가르쳐주는 사람이 있다면 그는 인류의 은인으로 대접받을 것이다. 내 식사 취향과는 관계없이 인류가 점점 발전함에 따라 육식의 습관을 결국엔 버리게 될 것이 인류의 운명임을 나는 조금도 의심하지 않는다. 그것은 야만족들이 비교적 개화된 민족들과 접촉하게 되면서 서로를 잡아먹는 식인 습관을 버린 것만큼이나 확실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