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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일은 내일에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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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일은 내일에게

[ EPUB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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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17년 11월 03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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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원기기 크레마,PC(윈도우 - 4K 모니터 미지원),아이폰,아이패드,안드로이드폰,안드로이드패드,전자책단말기(저사양 기기 사용 불가),PC(Mac)
파일/용량 EPUB(DRM) | 33.70MB ?
글자 수/ 페이지 수 약 11만자, 약 2.8만 단어, A4 약 69쪽?
ISBN13 97911961499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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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드 뉴스로 보는 책

소개 책소개 보이기/감추기

목차 목차 보이기/감추기

저자 소개 (1명)

책 속으로 책속으로 보이기/감추기

반면 나는 시도 때도 없이 눈물을 흘리는 고1의 여고생이다. 내 목표는 고3이 끝날 때까지 내 몸속에 있는 눈물을 말려버리는 거다. 무슨 말을 듣든 무엇을 보든 누구와 무슨 얘기를 나누든 눈물이 나지 않았으면 좋겠는데, 조금이라도 감정 선을 건드리는 말을 들으면 눈물은 자동으로 비어져 나온다. (…)
동생과 나는 아버지는 같고 엄마는 다르다. 그러니까 지금의 엄마가 아버지와 살며 내 동생을 낳았고 나는 이혼한 친엄마와 살다 엄마가 돌아가시는 바람에 아버지와 뒤늦게 합류했고 그 후 얼마 안 돼 아버지마저 돌아가셨다. (…)
지금의 엄마를 나는 새엄마라고 부르지 않는다. 그냥 엄마다. 엄마니까. 친엄마가 죽고 아버지에게 왔을 때 아버지는 나를 쳐다보지 않았지만 엄마는 말없이 내 머리를 쓰다듬었다. 그때 엄마의 눈가에 눈물이 촉촉이 고이는 것을 보았다.
―얘는 보라야.
제 머리만 한 사과를 통째로 베어 물고 있는 아이를 가리키며 엄마가 말했다.
단박에 내 동생인 줄 알았다. 내 이름과 같은 맥락으로 지은 걸 보면 안다. 아버지 생각은 아닐 거라고 본다. 아버지의 감수성으로는 죽어도 그렇게 나올 리 없다. 내 이름은 연두다. 친엄마가 연두색을 병적으로 좋아하여 지은 이름이다. --- p.13~15

아빠가 던진 선풍기에 맞아 정신을 놓은 친엄마를 두고 뛰쳐나왔다. 엄마 얼굴에 피가 나는 것을 보고 처음으로 엄마가 죽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을 했다. 그때도 눈물범벅이었고 맨발이었다. 지나가는 사람을 붙잡고 전화기를 빌려 달라고 소리친 후 112에 전화를 했다.
― 어떤 남자가 우리 엄마를 죽이려고 해요. 빨리 와주세요.
일곱 살이었다. 그 후 아빠는 집에 들어오지 않았다. 골병이 든 엄마는 집을 팔아 병원비와 생활비를 댔다. 월세 방을 전전하며 살았다. 돈이 떨어지자 엄마는 병원에 가지 않았다. 아빠에게 보라가 있다는 걸 모른 채 엄마는 죽었다.
―이게 미쳤나.
엄마가 내 머리채를 잡으려고 손을 올렸다. 보라가 나를 구석으로 밀치며 엄마로부터 떨어뜨렸다.
―언니, 왜 그래? 미쳤어?
보라가 나를 끌어안으며 소리쳤다. 나는 방바닥에 책을 던진 뒤 보라를 떼어내 한쪽으로 밀쳤다.
―너도 똑같애. 너네 엄마랑 너도 똑같애에에에~.
나는 괴물처럼 소리 질렀다. 처음으로 엄마 앞에서, 보라 앞에서 소리쳤다. 이제껏 엄마가 때리면 맞았고 보라를 때려도 같이 맞았다. 아무 잘못 없이도 나는 존재 자체로 잘못이었기 때문이다. 엄마에게 계획에 없던 짐덩이라는 것을 그렇게 매질로 감당한 지, 몇 년 되었다. --- p.28~29

엄마 곁에서 밥을 먹고 잠을 자고 학교를 다니는 것도 감지덕지한 일이다. 엄마가 나를 보육원이나 복지시설에 보내지 않은 것만으로도 감사한 마음으로 살아야 한다. 나는 가끔 그런 악몽을 꾼다. 엄마가 낯선 곳에 나를 버리고 사라지는 꿈. 엄마는 뒤돌아보지 않고 점점 멀어지고 나는 입이 붙어버린 양 아무 소리도 내지 못하고 울기만 하는. 꿈에서 헤어나지 못하고 실제로 우는, 바보 같은 짓만 반복하는 꿈이었다. 엄마를 새엄마라고 부르지 않는 이유는 내가 덜 비참해지기 위해서다. 그리고 살아남기 위해서다. --- p.44~45

손님들은 점점 커피를 고르지 않고 아저씨에게 추천을 받았다.
―오늘 같은 날은 뭘 마시면 좋을까요? 추천해주세요.
―음~.
아저씨는 창밖 날씨를 살핀 뒤 손님 얼굴을 보며 말한다.
―블루마운틴은 어떠세요, 향미가 달콤하고 밸런스가 뛰어난 커피예요.
―오늘 좀 꿀꿀해요. 가벼운 것보다 무거운 거로요 진하게.
―음~ 타라주나 안티구아 중에서 골라보실래요?
―밤을 샜더니 눈이 너무 무겁네요. 묵직한 거로 잠이 확 깨는 거 없을까요?
―음~ 오늘은 풀시티로 볶은 만델링이 어떠세요?
아저씨가 음~, 하는 시간이 길어지면 그날의 날씨나 손님의 기분을 좀 더 신중히 살피는 거다. 그러면 손님들은 오늘 내 기분이 어떤 거 같아요? 맞혀보실래요? 하는 표정으로 기대한다. --- p.72

가끔 유겸이는 거침없이 치고 들어온다. 그래서 상대방의 마음을 일렁이게 만든다. 그럴 때마다 당황스럽다. 저돌적이고 열정적이었을 텐데 무슨 일이 있었기에 이토록 냉정하고 차갑게 변했을까. --- p.89

할머니는 마치 삼십여 년 전에 자신의 점괘로 생이별을 시킨 아기 대하듯 했다.
―내가 얘기만 들었어. 요 앞 정류장서 그런 일이 있었다고. 난 그 아줌니가 그렇게 생면부지의 사람한테 애기를 맡겼다고는 생각 안 해.
마농은 무슨 말인지 몰라 아저씨와 나를 번갈아 쳐다보았다.
―이따 얘기해줄게요.
아저씨가 마농에게 손을 들어 보이며 부드럽게 말했다.
―서로 잘 살고 있으면 됐지. 어디 봐, 쁘랑스인지 블란사인지 거기서도 잘 살고 있었지?
마농은 고개를 끄덕거리며 할머니 손을 부여잡고 놓지 않았다.
―됐어, 그럼. 잘 살고 있으면 된 거여. 보고 사는 게 힘들면 안 보고 살어야 하는 게 맞는 거여.
할머니는 지팡이를 찾아 다시 끄응, 소리를 내며 일어섰다. --- p.113

―괜찮아?
보라를 살피며 물었다.
―괜찮겠어? 책이며 뭐며 서랍까지 다 빼서 집어던졌는데. 책상도 들 수 있었으면 던졌을 거야 아마.
―엄마는?
내가 보라의 뒤를 살피며 물었다.
―또 안 들어오신 거 같어. 내가 어제 맞다가 엄마나 잘하라고 했거든.
―아주 맛이 갔구나. 너까지 왜 그래?
―아우, 씨이. 왜 내 말을 안 믿고 그래? 아무리 아니라고 해도 다짜고짜 때리기부터 하잖아.
―뭘? 뭘 안 믿었단 얘기야?
―학교에서 휴대폰이 없어졌는데 그게 내 가방 속에 있잖아. 누가 누명 씌운 거라고 아무리 얘기해도 담임이 믿질 않아. 그러더니 엄마한테 전화를 했고. 학교서 오자마자 방이고 뭐고 물건이란 물건을 다 집어던지고 뒤지고 때리고. 사람을 완전 도둑으로 몰고 씨이!
나는 방바닥에 철퍼덕 주저앉았다. 잠깐이었지만 정말 보라가 남의 물건에 손을 댄 게 아닌가 싶어서 다리의 힘이 풀렸다 . (…)
―반 아이들은 구지구, 신지구로 갈라져 있어. 어쩌다 보니 내가 구지구의 대표 격이 되어 있더라고. 걔는 신지구의 대표고. 아이들은 어디 사는지에 따라 밥도 같이 먹지 않아. 모둠 수업 때도 얼마나 교묘하게 따로 팀을 만드는지 선생들도 눈치 못 챌걸. 하긴 알고 있다 해도 어쩌겠어. 근본이 다르다고 생각 할 텐데.
―너, 근본이 뭔지는 알아?
―왜 이러셔~, 금수저 흙수저, 것도 모를까 봐? 애들이 더 잘 알아.
―신지구 대표 걔가 최신형 휴대폰을 갖고 왔어. S8인가 뭔 가 100만 원도 넘는대. 쉬는 시간마다 난리도 아니었어. 정작 군침 흘리는 애들은 신지구 애들이야. 걔네들은 얼마든지 가질 수 있거든. 지금 갖고 있는 것의 한 단계 위니까. 구지구 아이들은 관심도 없거니와 가질 수 있는 거라고 생각 안 해. 거기에다 신지구 아이들은 그들만의 리그에서 교묘하게 라이벌을 형성해. 그런 건 워낙 비슷한 아이들이 갖게 되잖아. 그중 한 명이 S8을 훔쳤고 그걸 내 가방에 넣는 걸 본 아이가 있어.
보라의 얘기를 들으며 마음이 좀 놓였다. 내가 알고 있는 보라는 절대로 거짓말하지 않는다. 지나치게 그대로 표현하는 바람에 엄마한테 매를 맞는 것이 안타까울 정도로 숨기거나 포장하는 법이 없다.
―웃기는 건 선생님이 구지구 아이들 말보다 신지구 아이들 말을 더 믿는다는 거야. 물건을 훔쳐도 구지구 아이들이 훔쳤을 것이다, 뭐 그렇게 단정 짓는 거지. 내 가방에 넣는 걸 본 것도 구지구 아이거든. --- p.160~161

좋은 일은 늘 한꺼번에 왔다. 신이 있다면 마치, 견뎌봐, 이것도 견딜 수 있어? 네가 어디까지 견딜 수 있는지 지켜볼 거야, 하는 것 같았다. 뒷짐 진 신의 손에는 다음 고난의 카드가 또 그다음의 카드가 쥐어져 있을 것이다. --- p.191

카페 이상이 열리지 않았을 때도 나는 살았고 엄마와 보라를 만나지 않았을 때도 나는 살았다. 불량두를 하나씩 집어낼 때마다 되뇌었다. 괜찮다, 괜찮다, 괜찮다고. --- p.198

―넌 내가 무서워하는 게 뭔지 몰라.
보라가 나를 물끄러미 올려다보았다.
―뭔데?
―됐어.
―미안해.
―네가 왜 미안해? 니가 미안한 게 뭔데? 니가 왜? 니가 왜?
나는 병실 문을 밀치고 복도로 나왔다. 울지 않기로 했으니 누구에게도 눈물을 보이지 않을 것이다. 특히 보라에게는 눈물을 보이지 않을 것이다.
엄마는 복도 벽에 기댄 채 서 있다. 천천히 걸어 나오자 엄마는 내게 혼잣말처럼 물었다.
―내가 뭘 그렇게 잘못했니? 내가 그렇게 잘못한 거니?
나는 엄마를 보지 않고 서 있다. 엄마와 함께 살았던 시간이 그다지 길게 느껴지지 않았다. 시간은 왜, 지나고 나야지만 빛과 같이 빠르게 갔다는 것을 인식하는 것일까.
―아무도 잘못한 사람 없어요.
나는 단호하게 말한 뒤 엄마를 지나쳐 걸었다.
―지금 그런 말은 하나도 도움 되지 않아요.
나는 담담하고 차분하게 허공에 대고 말했다.
--- p.207

줄거리 줄거리 보이기/감추기

“행여 또다시 눈물이 흐른다 해도 바람이 말려줄 거다.
바람은 불고 지나가고 또다시 불어오니까.”

동생 보라와 연두는 아버지는 같고 엄마는 다르다. 그러니까 지금의 엄마가 아버지와 살며 동생을 낳았고 연두는 이혼한 친엄마와 살다 엄마가 돌아가시는 바람에 아버지와 뒤늦게 합류했다. 그리고 얼마 안 돼 아버지마저 돌아가셨다. 연두는 아빠가 죽자 새엄마가 보라만 데리고 떠날까 봐 내심 불안하다.
어느 날 보라를 혼내는 엄마에게 대들었다. 그 후 엄마는 집에 들어오지 않는다. 저지대와 고지대로 나뉘어 모든 것이 확연히 차별화 되는 동네. 철거를 코앞에 두고 그냥 버티기 하는 저지대의 연두네 집 앞 허름한 건물에 〈카페 이상〉 이 오픈했다. 카페 안에 빨간 우체통을 두고 일부러 엉성함을 연출한 듯 너무 어설퍼 보이는 〈카페 이상〉에서 연두는 불량 커피 생두를 골라내는 아르바이트를 하게 되고, 또다른 세상을 만난다.
학교의 반에서 연두와 유겸이는 한 개의 섬이다. 반에서 휴대폰이 없는 아이는 유겸이와 연두, 둘뿐이다. 없음의 교집합 때문일까. 고지대에 살며 자가용을 타고 학교에 오는 유겸이와는 묘하게도 통하는 느낌. 〈카페 이상〉의 연두콩 우체통을 통해 아날로그식 편지도 주고받으면서 마음을 나누게 된다. 연두와 형편이 전혀 다른 유겸이에겐 어떤 아픔이 있는 걸까? 연두가 그런 유겸이에게 해줄 수 있는 말은 무엇일까?
〈카페 이상〉에 해외 입양아 마농이 찾아온다. 마농은 삼십 년 전의 과거를 찾기 위해 한국에 왔다. 부모를 찾는 전단지를 돌리지만 인연에 대한 생각을 다시 정리하게 되고…… 〈카페 이상〉에서는 시각 장애인의 사진 전시회도 열리고, 연두는 이규의 눈이 되어준다.
보라가 아프다. 어쩔 수 없이 엄마에게 연락하고, 집으로 돌아온 엄마는 당분간 보라를 데리고 간다는 쪽지를 남긴다…… 앞으로 연두는 어떻게 살아야 되는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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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두의 일상은 마냥 흩뿌려진 듯 열려 있고 어디 편한 구석이라곤 없다. 뭔가 깔끔하게 매듭지어진 것도 없다. 정말이지 태어나 보니 간당거리는 날줄 하나 매달아놓고 네가 알아서 씨줄을 만들어 엮어가라는 꼴이다. 딱히, 누군가를 의지하거나 대들어 따지거나 뭉뚱그려 팽개칠 수도 없는, 애초에 출발선이 다른 불공정 게임이었다. 그런데도 연두는 날마다 간절히 살고 싶단다. 이런 연두를 보면서 엄살을 부리며 살아온 내 자신이 부끄러웠다.
연두를 어떻게 위로할까, 꽤 많이 고민하며 생각했다. 그런데 마지막 책장을 덮는 순간 작가의 시선이 너무나 단단해서 오기가 생겼다. 책을 읽는 내내 생각했던 어설픈 위로의 말도, 오늘을 살아가는 청소년들과의 비교도 작가는 냉정하게 거절했다. 설익은 위로나 어설픈 다독거림은 없다. 어차피 감당해야 할 제 몫의 삶이라면 혼자서 오롯이, 옹골차게 겪고 견디며 밀고 나가야 한다는 것, 주어진 현실은 그 어떤 변명이나 비겁함 없이 그대로 직시하는 것! 이것이 작가가 끝까지 밀어붙인 뚝심이고 배짱이었다. 그래도 연두의 마음밭에 결 고운 사랑 하나, 심어놓았으니 얼마나 고마운지!

이옥수(소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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