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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시로 익히는 우리나라 나비 새 풀 나무

동시로 익히는 우리나라 나비 새 풀 나무

[ 양장 ] 초록숲동시선-2이동
조동화 글 / 박숙희 그림 | 초록숲 | 2017년 11월 20일   저자/출판사 더보기/감추기
첫번째 리뷰어가 되어주세요 | 판매지수 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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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17년 11월 20일
판형 양장?
쪽수, 무게, 크기 128쪽 | 150*200*20mm
ISBN13 9788998932053
ISBN10 8998932059
KC인증 kc마크 인증유형 : 확인 중
인증번호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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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조동화 시인의 동시
조동화 시인을 전문 동시인이라고 호칭하는 데에는 다소 생소한 느낌이 없지 않다. 그는 이미 성인 문단에서 뛰어난 성취를 이룩하고 있는 쟁쟁한 시인, 또는 시조작가이기 때문이다.

나 하나 꽃피어/ 풀밭이 달라지겠느냐고/ 말하지 말아라/
네가 꽃피고 나도 꽃피면/ 결국 풀밭이 온통/ 꽃밭이 되는 것 아니겠느냐//
(후략)
-「나 하나 꽃 피어」부분

인구에 널리 회자되고 있는 이 작품은 바로 조 시인의 작품이다.
중앙일보 신춘문예 시조, 조선일보 신춘문예에 동시, 부산일보 신춘문예에 시, 이렇게 세 부문을 차례로 석권한 조 시인은 문단에서는 드문 이력의 소유자라고 할 수 있다. 마치 야구에서 사이클히트를 날리듯 문학의 운문 분야를 두루 신춘문예로 장식한 시인은 아주 희귀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등단 이후 조 시인이 40년 가까이 전념해온 시조와 시에 비해 상대적으로 그의 동시는 자료가 풍부한 편은 아니다.
편의상 옛 것에 대한 그리움과 자연의 경이(驚異)를 주로 노래한 초기, 동시조의 형식 속에 동심을 쟁여 넣은 중기, 자연의 대표적 생명체인 나비, 새, 풀, 나무의 생태를 주로 노래한 후기, 이렇게 세 시기로 나누어 소박한 탐색에 나서보기로 한다.

2, 우주적 발상으로 상상의 나래를 펴다
조동화 시인의 초기 동시는 옛 것에 대한 그리움을 노래한 것들과 자연의 경이를 노래한 것들로 크게 구분할 수 있을 듯하다.

옛날 모란꽃 같으신 여왕님이 슬기롭게 나라를 다스릴 적에 그 나라 사람들 또한 슬기롭게 동방에서 맨 처음 하늘로 통하는 길을 열었습니다.// 삼백예순다섯 개의 돌을 다듬어 한 단 한 단 어기영차 쌓아 올려서 그렇게 먼 우주로 문을 열었습니다.// (중략) // 우주를 잊지 않고 우주를 향해 뻗어가는 사람들은 지금은 먼 별에까지 우주선을 보내는데, 빈 들녘 홀로 잊혀 진 첨성대는 어찌할 수 없는 슬픔에 이제는 가만히 가슴에다 아픈 금을 긋고 있습니다. -「첨성대」부분

1983년도 조선일보 신춘문예 동시부문 당선작이다. 한 때는 임금과 신하들이 한 마음이 되어 먼 우주로 통하는 문을 열었던 첨성대가 이제는 한갓 쓸쓸한 존재로 방치되어 있는 사실을 형상화한 작품이다. 산문체에다 동화적 발상이 돋보이는 특이한 작품으로서 당시 많은 사람들에게 커다란 충격을 안겨주었던 작품이다. 이 작품 외에 김유신 장군 댁 우물을 노래한 「재매정에서」, 할머니 할아버지를 생각하며 쓴 「가을이 한창일 때」 등도 같은 계열의 작품으로 볼 수 있겠다.
조동화 시인의 또 하나 초기 동시의 경향은 자연 속의 경이를 포착하는 일련의 작품들이다

아침이면 누군가/ 풀잎 하나/ 천칭저울 삼아/ 지구의 무게를 달아보고 있다// 한쪽은/ 뿌리에 칭칭/ 지구를 동여매 놓고/ 또 한 쪽은/ 풀잎 끝에 달랑/ 분동 하나 올려놓아/ 우리 사는 지구를 달아보고 있다// 오늘 아침도/ 지구의 무게는/ 이슬/ 한 방울! - 「지구의 무게」전문

풀잎 저울로 지구의 무게를 단다. 한쪽은 뿌리로 지구를 매달고, 반대편엔 무게를 가늠할 이슬 분동을 놓는다. 어느 쪽이든 저울은 더 무거운 쪽으로 기울 것이다. 그러나 어느 쪽으로도 기울지 않았다. 지구와 이슬의 무게가 똑 같은 것이다.
지구는 이슬 한 방울처럼 가벼운 존재일까? 거꾸로 이슬의 무게가 지구처럼 무거운 것일까? 어쨌거나 한 방울의 작은 이슬과 커다란 지구의 무게가 같다는 사실을 발견해 낸 시인의 안목이 기발하다. 작은 것에서 큰 것을 보고, 또한 큰 것에서 작은 것을 보는 눈은 가히 우주적이라 할 수 있을 것이다.
「지구의 훌라후프」,「나 잠든 사이」 등도 크게 보아 같은 경향의 작품들이다.

3. 시조의 형식 속에 동심을 쟁여 넣다
조 시인의 중기 동시는 동시조 쓰기에 부쩍 관심을 보인 시기이다. 걸출한 시조 시인인 그로서는 당연한 귀결일지 모른다. 그러나 일정한 격식을 갖춰야하는 시조 본연의 제약성으로 인해 혹시 동시조가 어린이들에게 어려운 분야가 아닐까 하는 우려가 없지 않았던 것으로 보인다.

할 말이 많은데/ 그릇이 작다고요?// 무엇을 어떻게 할지/ 어렵기만 하다고요?// 하지만/ 깨치고 보면/ 작은 둘레, 큰 우주// 풀잎 끝 이슬 한 방울/ 산과 들이 잠겨들고// 우리 작은 눈동자에도 / 온 세상이 담기잖아요?// 이 오랜/ 청자 항아리/ 꽂아 봐요. 자기 꽃을!
-「시조 짓기」전문

에둘러 제시하는 동시조 작법이면서 또한 예찬이다. 비록 형식이 짧고 일정한 틀이 있지만 일단 깨치기만 하면 우주도 담을 수 있는 커다란 그릇이 동시조라고 단정한다. 동시조에 대한 신뢰와 확신의 표현이다. 그러기에, 이슬 한 알 속에 산과 들이 담기듯이, 또한 작은 눈동자 속에 온 세상이 포옥 잠기듯이, 오랜 청자 항아리인 시조 속에 자신들의 꽃을 멋지게 꽂아보자고 권유하고 있는 것이다.

바람은 아침 솔숲에/ 가지런히 머리를 빗고// 종일 들판으로 가서/ 보리밭을 누빈 다음// 해질녘/ 언덕에 올라/ 억새꽃을 쓰다듬는다// 바람은 저녁 대숲/ 댓잎들과 수런대다// 외딴집 뒤꼍을 넘어가/ 문풍지도 울려보다가// 한밤중/ 고른 숨소리로/ 잠이 든다, 고요가 된다
-「바람은」전문

역시 두 수로 된 동시조이다. 어린이로 의인화된 바람의 하루 일과가 몇 장의 스냅사진을 늘어놓은 듯 선명한 작품이다. 하루 종일 쏘다니며 여기저기 기웃대고 참견하다 한밤중에야 잠이 드는 바람, 영락없이 호기심 많은 개구쟁이의 모습 그대로다.
이 외에도 서산머리에 마늘쪽처럼 걸린 「매운 달」, 곤한 산을 소처럼 몰아 뚜벅뚜벅 봄이 오는 「삼월」, 진초록 배냇저고리 고물대는 흰 발가락의 「풍란」, 온 식구가 날마다 따먹는 말 나무인 「아기」 등도 잘 쟁여 넣어진 동시조의 명품들이다.

4-1 생태 동시 쓰기에 집중하다
조동화 시인은 2015년에 들어 돌연『우리나라 나비 새 풀 나무』라는 특이한 동시집을 발간하여 세상을 놀라게 한다.
이처럼 ‘갑자기’라고 할 만큼 그가 동시 쓰기에 매달린 이유는 무엇인가?

이 몇 년 사이에 아들 셋이 다 장가를 가고 손자 손녀들이 속속 태어나 저 역시 떠밀리듯 할아버지가 되고 말았습니다. 그런데 막상 할아버지가 되고 보니 묘한 것은 이 귀여운 것들을 위해 내가 무얼 해야 하느냐 하는 생각이 문득문득 떠오르곤 했지요. -(조 시인이 필자에게 보낸 사신 중에서)

자식을 가진 부모가 의당 지니고 있는 내리사랑이 바로 동시를 다시 쓰게 한 근인(根因)이었다. 내리사랑은 위대하다. 조 시인이 그토록 견지했던 시, 시조 사랑도 손자들을 향한 내리사랑 앞에서는 물러서지 않을 수가 없었던 것이다.
그렇다면 동시집으로서는 첫 작품집인『우리나라 나비 새 풀 나무』는 어떤 작품집인가? 이준관은 발문에서 다음과 같이 요약하고 있다.

시적 감성과 생태적 특성이 잘 조화를 이룬 재미있고 흥미롭게 시로 쓴 자연도감과 같은 동시집이 바로『우리나라 나비 새 풀 나무』이다. 이 동시집은 읽으면서 우리나라는 자연 풍경도 아름답지만 우리나라에 사는 나비와 새와 풀과 나무도 아름답고 신비롭다는 생각이 들었다.

제명에 드러난 바와 같이 이 작품집은 ‘나비’와 ‘새’, 그리고 ‘풀’과 ‘나무’라는 네 가지 제재를 소재로 삼은 일종의 연작시집이다.
조 시인은 자연 가운데 특히 나비와 새, 풀과 나무에 주목한다. 어린이들과 가장 근접하면서도 흥미를 느낄 수 있는 소재로 그만한 것도 없기 때문이다.
동시집『우리나라 나비 새 풀 나무(2015, 초록숲)』1집에 관한 내용은 이미 이준관 시인에 의해 상세하게 검토된 바 있으므로 생략하기로 하고, 곧 이어 발간될『동시로 익히는 우리나라 나비 새 풀 나무』의 작품들을 중심으로 그의 작품 세계를 검토해 보기로 한다.

4-2 대조법으로 나비들을 부르다
큰 나무 곁에/ 작은 나무가 함께 살듯이// 큰멋쟁이나비 곁에/ 작은멋쟁이나비가 산다// 키 큰 아빠하고/ 작은 내가 손잡고 함께 가듯이// 큰은점선표범나비 곁에/ 작은은점선표범나비가 간다
-「나비이름에 숨어 있는 대조법 1」 전문

큰멋쟁이나비 곁에 작은멋쟁이나비가 살고. 큰홍띠점박이푸른부전나비 곁에는 작은홍띠점박이푸른부전나비도 간다.
이처럼 이 동시집에는 발음하기조차 어려운 나비들이 무수히 등장한다. 그 이유는 뚜렷하다. 우리 어린이들이 자연과 더욱 친숙해질 수 있도록 될 수 있으면 많은 나비(자연)들을 등장시키는 것이다.
위에 인용한 멋쟁이나비들은 형태상의 대소가 변별의 기준이지만, 색깔이나 모습, 또는 생태상의 갖가지 특징 등 다양한 기준들이 제시되면서 많은 나비들이 등장하고 있다.

백두산표범나비와/ 백두산부전나비는/ 백두산에서 처음으로 잡혔다고/ 산 이름이 들어갔다// (중략)// 아아, 금수강산이 있고/ 한국어를 쓰는 사람들이 살고 있는 한/ 입에서 입으로 길이 전해질/ 이 땅의 정겨운 나비 이름들
-「땅 이름이 들어있는 나비 이름」부분

한 번도 대한 적이 없는데도 나비 이름들이 친근하게 다가온다. 금수강산의 고유지명이 들어 있기 때문일 것이다.
금수강산이 있고, 한국어를 쓰는 사람이 대를 이어 살아가고 있는 한, 이 땅의 정겨운 나비 이름들은 길이 전해질 것이라는 시적자아의 예언은 우리에게 깊은 믿음을 준다. 한 마리의 나비에서까지도 나라와 민족의 미래를 염려하는 시인의 의식이 뜨겁게 읽히기 때문이다.

나도밤나무 잎을 먹고/ 애벌레가 자라는 걸/ 보지 않고는// 애벌레가 우화하여/ 번데기로 되는 걸/ 관찰하지 않고는// 그 번데기 터치고/ 먹그림나비 나오는 걸/ 지켜보지 않고는// 그냥 말라서/ 미처 떨어지지 못한/ 한 잎 나뭇잎일 뿐// 어느 누구도 이걸 번데기라고/ 알아맞힐 순 없어/ 암, 없고말고!
-「먹그림나비 번데기」전문

먹그림나비 번데기라는 사실을 확인하는 데는 아주 세심한 관찰이 필요하다. 그만큼 번데기의 모습이 상상을 초월하기 때문이다. 먹그림나비 번데기는 얼핏 보면 한 장의 나뭇잎과 흡사하다. 그러기에 애벌레의 성장을 지켜봐야 하고, 우화하여 번데기로 바뀌는 과정도 살펴야 하며, 마지막 번데기를 터치고 나비가 되어 나오는 모습까지 확인해야만 비로소 먹그림나비 번데기인 줄 알 수 있다. 그런데 이 시에는 이처럼 지루한 관찰을 요구하는 시인의 중의적 의도 한 가지가 더 있다. 자연을 대하는 자세, 또는 자연과의 합일을 위해 기울여야 할 노력의 당위와 필요성이 곧 그것이다. 환언하면 경박한 처신으로서는 자연의 신비에 이를 수 없다는 메시지를 우리 모두에게 시사하고 있는 것이다.

4-3 마음으로 새를 품다
물가에 사는/ 나그네새들이지만/ 꺅도요는/ 꺅꺅하며 울고/ 삑삑도요는/ 삑삑하며 운다// 우리나라 찾아오는/ 여름철새들이지만/ 물레새는/ 물레 도는 소리로 울고/ 휘파람새는/ 휘파람소리로 운다// (후략)
-「우리나라 새 이름 익히기 1」 부분

눈썹이 희다고/ 흰눈썹황금새// 뺨이 희다고/ 흰뺨검둥오리// 목이 희다고/ 흰목물떼새// 배가 희다고/ 흰배지바뀌// 꼬리가 희다고/ 흰꼬리수리
-「우리나라 새 이름 익히기 2」전문

(전략)
나 혼자만 아는 비밀/ 한 자기 더 있다/ 꾀꼬오리옷 꾀꼬오리옷/ 하고 우는/ 고 울음소리 빛깔도/ 샛노랗다는 것
-「꾀꼬리」부분

꺅도요는 꺅꺅 울고 삑삑도요는 삑삑 운다. 물레새는 물레 도는 소리로 울고, 휘파람새는 휘파람소리로 운다. 울음소리가 그대로 이름에 반영된 경우다.
흰눈썹황금새는 눈썹이 희고, 흰뺨검둥오리는 뺨이 희다. 어느 부위가 되었건 흰 부분을 가지고 있다. 이는 색깔이 작용한 결과다.
청각(소리)과 색깔(시각)은 사물을 인지하는 데 가장 기본적인 감각이다. 거의 매 편에 드러나는 개성적인 음성 상징이나 강렬한 색채 대조, 그리고 꾀꼬리에서 드러난 공감각의 활용은 작품을 효과적으로 각인시키는 데 일조하고 있다. 이에 더하여 뛰어난 시인의 언어 구사력이 작품에 활기를 더하고 있다.

저기 좀 봐요/ 누군가 지금 막/ 목에 감고 있던/ 크고 긴/ 검은 머플러를 벗어/ 저 하늘 가득히/ 비잉 빙 돌리고 있잖아요?// 어서 저기 좀 봐요/ 붉디붉은 색종이를/ 아득히 펼쳐놓은 하늘/ 이 끝에서 저 끝까지/ 손에 든 머플러를/ 마치 리듬체조라도 하듯/ 아름답게 휘젓고 있잖아요?
-「천수만 새떼」 전문

자욱이 날아오르는 새떼가 누군가 빙빙 돌리는 머플러로 보인다. 새떼는 이미 물리적인 존재가 아니라 시인의 내면을 움직이는 정서적인 존재가 되어 있다. 보이는 사물이 감성적 존재로 바뀔 때 그것은 의미 있는 존재가 되어 삶의 일부로 수용된다. 내면으로 들어온 천수만 새떼는 내 삶의 한 부분인 머플러가 되었다. 물론 이 경우, 머플러는 아름다운 추억을 담고 있는 개인사의 존재를 전제한다. 아무튼 머플러가 된 새떼는 가슴속에 묻혀있는 한 장의 색 바랜 삽화와 함께 당시를 지배했던 감정, 즉 따뜻함과 포근함을 뭉클하게 되살려 주는 것이다. 그래서 시인은 행복하다.
시인의 의도는 분명하다. 도감으로 배우는 자연은 감성을 자극하지 못한다. 결국 자연을 안다는 것은 단지 이름을 익히는 것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각자의 내면으로 불러들여 우리들의 정신세계를 윤택하게 만드는 일에 다름 아님을 깨닫게 하는 것이다.

4-4 풀이름에서 역사를 보다
우리나라 풀이름은/ 옛 물건들이/ 고스란히 보관되어 있는/ 민속박물관입니다// 짚으로 삼아 신은/ 옛 사람들의 신발이/ 보관되어 있는/ 짚신나물// 문에 다는 돌쩌귀에다/ 병사들이 머리에 쓰던 투구까지/ 함께 간수되어 있는,/ 그늘돌쩌귀라는 별명의/ 투구꽃// (중략) // 우리나라 풀이름은/ 아슴아슴 사라져간 정겨운 물건들이/ 보석처럼 간직되어 있는/ 민속박물관입니다
-「민속박물관」 부분

옛 사람들이 일용했던 짚신이나 전장에서 사용했던 투구는 이제 민속박물관 같은 곳에서나 겨우 찾아볼 수 있는 존재가 되어버렸다. 시대에 맞지 않거나 뒤떨어지는 물건들은 하루가 다르게 사라지고 있는 게 현실이다.
그런 민속품들은 실상 우리네 조상들의 삶이 그대로 배어있는 생생한 역사다. 민속품 하나하나는 곧 조상들의 피와 땀이자 바로 우리 자신들인 것이다.
이런 민속품들이 아슴아슴 사라져 가는 것은 매우 안타까운 일이다. 그래서 조 시인은 풀이름을 통해 보석 같은 우리 민속품들을 찾아 나서고 있다. 이러한 식물 이름 익히기는 바로 우리 역사를 찾고 우리들의 정체를 밝히고자 하는 간절한 시인의 소망이요 기원인 셈이다.

우리나라 풀이름 속에는/ 우리나라 동물들의/ 눈과 귀와 수염이 들어 있어요// 괭이눈/ 노루귀/ 까치수염// 우리나라 풀이름 속에는/ 우리나라 동물들의/ 다리와 발과 발톱이 들어 있어요// 꿩의 다리/ 노루발풀/ 매발톱꽃……
-「동물이름 풀들」 부분

풀에서 동물들의 신체 부위를 발견하고 있다. 이름만으로는 동식물의 구분마저 모호할 정도다. 따지고 보면 이 둘은 생물이라는 큰 범주에 포괄된다. 이는 사물을 나누지 않고 하나로 보는 통합적 관점의 제시다. 편향되었던 동물애가 식물애로 통합되면서 애정은 더욱 확대되고 심화된다. 사랑의 본질에 구획은 없는 것이다. 편 가르지 않는 포용의 미학은 완전을 지향하는 우주적 사랑의 참 모습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세상은 하나인 것이다.

모두가/ 비스듬히 자라도/ 꼿꼿이 선 채로/ 꽃 피우고 열매 맺는/ 별난 녀석들// 선갈퀴/ 선메꽃/ 선괭이밥// 모두가/ 꼿꼿이 자라도/ 비스듬히 누운 채로/ 꽃 피우고 열매 맺는/ 게으른 녀석들// 눈개승마/ 눈범꼬리/ 눈개쑥부쟁이
-「선 풀과 누운 풀」 전문

선갈퀴나 선메꽃은 비스듬히 누운 자세로 자라더라도 꽃을 피우고 열매를 맺을 때는 꼿꼿이 선다. 거꾸로 눈개숭마나 눈범꼬리는 꼿꼿이 서서 자라더라도 꽃을 피우고 열매를 맺을 떼에는 비스듬히 눕는다. 이름자에 붙은 접두어 ‘선’이나 ‘눈’ 때문이다.
이름과 생태를 교묘‘하게 연계시킨 이 작품은 우리들에게 ‘이름값’에 대한 성찰을 안겨준다. 선인들이 표리부동을 배척하고, 언행일치를 강조하듯 떳떳하고 바르게 살아야 한다는 명제는 한 포기의 풀이라도 예외일 수는 없는 것이다.

4-5 나무에서 상상과 여유를 찾다
돋아나는 새싹이/ 말 이빨을 닮았다는/ 마가목이 선 것을 보니/ 말머리는 저만치// 말발굽을 닮은/ 말발도리가/ 있는 것을 보니/ 앞발굽은 조오기쯤/ 뒷발굽은 요오기쯤// 말 오줌 냄새를/ 지독히 풍기는/ 말오줌나무가/ 자리 잡은 걸 보니/ 말 엉덩이는 바로 이만치//……
-「우리나라 나무이름 익히기 1」 부분

말 이빨을 닮은 마가목이 서 있는 것을 보고 말 머리 위치를 가늠하고, 말발도리 옆에서는 앞발굽과 뒷발굽의 위치를 짐작해본다. 냄새 나는 말오줌나무 곁에선 말의 엉덩이를 떠올리고…….
상상은 우리를 자유롭게 한다. 어떠한 제약이나 조건이 없이 무한대의 시공을 자유롭게 훨훨 날 수 있도록 해 주는 것이 바로 상상의 힘이다. 단지 말과 관계된 이름을 가졌다는 이유로 나무들 앞에서 멋대로 상상의 날개를 펴보는 일은 아주 재미있고 신나는 일이다.
아무 때, 아무 데서나 이처럼 무한한 상상 속에 빠져본다는 일은 성장기의 어린이들에겐 매우 소중한 일이다.

병꽃나무에/ 병이 없듯이/ 장구밥나무에/ 장구 없고// 국수나무에/ 국수 없듯이/ 고추나무에/ 고추 없고// 은행나무에/ 은행 없듯이/ 돈나무에/ 돈도 없다
-「없다」 전문

병이 없는 병꽃 장구 없는 장구밥나무는 생각만으로도 웃음을 자아낸다. 시적자아의 갑작스런 태도 변화가 가져온 결과일 것이다. 지금까지 시적자아는 자상한 교사였고, 박식한 해설사였다. 그러던 그가 마치 솔직한 고백이나 하듯 ‘없다’를 연발함으로써 지금껏 팽팽하게 유지해 오던 긴장감을 일시에 무너뜨리고 마는 것이다. 이때 터뜨리는 웃음은 결코 경멸이나 비난의 차원에서 유발되는 것이 아니다. 이완을 통한 여유의 공간을 마련해줌으로써 오히려 시적자아에 대한 신뢰감을 높이고자 하는 고도의 전략에서 나온 것이다.

5. 자연에서 길을 찾다
동시「첨성대」를 비롯한「지구의 무게 」등 우주적 상상력으로 기대를 모으고, 「시조 짓기」, 「바람은」등 좋은 동시조들로 찬탄을 자아냈던 조동화 시인이 오랜 침묵을 깨고 동시단에 화려하게 복귀하였다.
그가 최근에 발간한『우리나라의 나비 새 풀 나무』와 이번 동시집 「동시로 익히는 우리나라 나비 새 풀 나무」는 자연을 소재로 한 특이한 동시집이다.
우리나라에 사는 나비 새 풀 나무를 주소재로 삼은 이 작품집들은 특이한 주제 외에도 다양한 형태의 실험으로 동시문학에 대한 진지한 성찰을 안겨 준다.
한 마리의 나비나 새를 통해서도 우리들의 끈끈한 동질성을 깨닫게 하고, 한 포기의 풀이나 나무를 통해서도 생명들의 존엄성과 화해정신을 일깨워주는 등 가치 지향적인 주제 설정과, 소재들에 대한 치밀한 관찰은 독자들의 감탄을 자아내기에 모자람이 없다.
또한 어린이 독자를 감안하여 대조법, 대구법, 반복법, 비유법 등 각종 수사법을 효과적으로 사용함으로써 어린이 독자들의 흥미와 감동을 유발하는 기법 또한 공감을 자아낸다. 따라서 자연 속에서 사람을 읽어내면서 우리 어린이들을 자연 속으로 이끌고 있는 근래의 작업은 찬사를 받아 마땅할 것이다.
아무쪼록 조 시인의 동시가 더욱 높고 보배로운 자리에까지 이르기를 바라마지 않는다.
--- 본문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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