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보다는 어머니가 급하신 것 같더군요」 ‘뭐야, 그다지 결혼에 흥미가 있는 건 아니라는 뜻인가? 이건 좀 다행이네.’ 서연은 조금 안도하면서 다시 질문 공세를 시작했다.
「선보면 어떤 거부터 시작해요?」
「글쎄요. 일단 어지간한 것들은 다 알고 나오는 거니까 취미 같은 것을 맞춰 보기도 하고. 뭐 그렇습니다」
「음, 그럼 일단 나이부터 시작해요」
「서른입니다」
「하시는 일은요?」
「변호삽니다」
「변호사라고요?」
「왜, 뭐 잘못 됐습니까?」 서연은 입을 삐죽거리며 계속 질문을 퍼부었다.
「그럼…」
「이제 그만하지. 재미 없군」 ‘에? 뭐야, 갑자기? 이 남자 왜 말이 짧아졌어?’ 눈을 휘둥그래 뜨고선 놀라서 입도 다물지 못하는 서연을 보고, 지헌은 재미있었다는 듯 피식 웃으며 일어섰다.
「실은 아직 처리해야 할 일이 남아 있어서. 오늘은 여기까지 하죠」
「에?」 서연이 황당한 얼굴로 그를 올려다보았지만, 그는 이미 테이블 위의 계산서를 들고 그녀에게 등을 보인 채 터벅터벅 걸음을 옮기고 있었다. 점점 멀어지는 지헌의 무심한 등을 한참이나 바라보고 있던 서연은 멍해져서 아무런 생각도 할 수가 없었다. ‘뭐야, 지금? 나 거절당한 건가? 밥도 못 얻어먹고? 이렇게? 이렇게 황당하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