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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투른 다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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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17년 11월 03일
쪽수, 무게, 크기 120쪽 | 194g | 128*188*20mm
ISBN13 9788960213401
ISBN10 89602134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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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소개 (1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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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투른 다정

사람 독이 묻어온 날에는
저녁이 되어도 쉽게 어두워지지 않는다

어둠에서 풀려나오는 무늬를 이해하는 밤
먼 곳이라는 말은 슬픔을 동반한다
모든 소리들이 사라진 곳에서
수요일은 시작되고

내가 불면의 시간을 음악으로 바꾸려고 했기에
물고기들은 잘 때도 눈을 감지 못한다

알코올이 없는 맥주를 마셨기에 밤에도 무지개가 뜬다

오래 건너지 않은 건너편처럼
아직은 낯선 먼 곳의 시간
우리가 버린 말들이 누군가의 귓속에서
농담으로 피어난다면
슬픔은 어떻게 편집될까

시들어가는 마음을 버리지 못해
안에서부터 말라 죽는 용설란처럼
실패한 다정들은 사막에 발을 담근 채
집요한 고요를 견딘다

모서리에 자주 부딪히는 구름의 언어가
내 안에 살고 있어
너는 푸른 눈동자를 지니게 되었다
--- 본문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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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든 마음을 다루듯 뭐든 비우는 게 시詩일 것이다. 아니, 유월 무논에서 뽑혀나간 피나 빈 대궁으로 마음의 곡간을 채우는 게 시일지도 모른다. 이처럼 페이지를 넘길 때마다 생각 또한 새롭게 넘어가서, 시집을 읽는 동안 밤과 낮은 매번 다른 계절을 펼쳐놓았다. 그러나 기어이 남아 있는 것도 있었다. 이를테면 분홍, 하고 발음할 때마다 어둠 저편으로부터 달려 나오는 표정이나 무수히 실패로 남은 서투른 다정에 사로잡힌 밤. 늘 마음이었던 손. 반만 새였던 돌. 내 귓속에서 굳어버린 비밀을 꺼내주기라도 하려는 듯 시인은 가장 간명한 생의 요약본을 내밀었고, 나는 짓무른 복숭아 향이 나는 달빛 아래에서 세계의 어둡고 깊은 순간들에 오래 붙잡혀 있는 것이다. 말하자면, 이 시집의 언어는 차고 비는 계절을 마음의 바퀴로 굴리며 가는 자의 은밀한 슬픔을 품고 있다. 모두 떠났지만 전부가 있었다.
―신용목(시인)

보이지 않는 생각들을 깊이 품어 만져지는 언어로 그려내는 일, 세상의 빛과 어둠과 풍경과 바람과 새들을 경탄하며 바라보는 일, 바다 앞에서 가장 맛있는 노을주를 만들어 마시는 일. 이 모든 것들을 나는 한 사람에게서 배웠다. 정용화 시인은 내가 만난 첫 번째 시인이자 다정한 창조자이며, 화끈한 주당이자 섬세한 상담가이기도 하다. 지금 나는 이 시집 앞에서 더없는 친밀함을 느낀다. 그것은 한 몸을 공유했던 사이여서이기도 하지만, 따스한 품속에서 조심스럽게 다듬어진 문장들임을 태어나기 전부터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이혜미(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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