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샤갈의 마을에 내리는 눈

샤갈의 마을에 내리는 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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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1993년 12월 31일
쪽수, 무게, 크기 398쪽 | 596g | 152*224*30mm
ISBN13 9788933800126
ISBN10 89338001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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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소개 (1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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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페에서 서둘러 커피를 마시고 밖으로 나왔을 때, 눈발은 휠씬 가늘어져 있었다. 그러나 그런 식으로 그칠 눈은 결코 아닌 것 같았다. 그러나 눈이 무슨 상관이란 말인가. 우리는 다른 아무것도 생각할 수 없었다. 오직 한 가지, 우리중의 하나가 결별을 하듯이 손을 흔들고 떠났다는 것만이 우리들에게는 폭설보다 더한 폭거로 받아들여지고 있을 뿐이었다. 관습이 낯설고 혼란스럽게 여겨질 때, 그 때 사람들은 떠나는 모양이었다. 익숙해진 것에서 생겨나는 배반감을 견디지 못한 채, 그렇게 말없이 떠나는 것으로 모든 것을 대신하는 모양이었다.
--- p.20
이런 얘기를 들으면 나를 한심스런 인간으로 여길는지 모르겠지만...... 그러나 나는 말할 수 있습니다. 그녀와 내가 그 지경이 되게 된 건 결국...... 결국 그런 숨막히는 존재와 존재 사이의 괴리감 때문에...... 그리고 그런 상태로부터 탈출하고자 하는 어쩔 수 없는 인간의 욕구...... 그것이 설령은 동물적 본능이었다 해도 어쩔 수 없지만...... 그런 것 때문에...... 일이 그렇게 된 것이라고 나는 말할 수밖에 없습니다.

그런 일이 있고 난 뒤의 상황에 관해 말하자면, 솔직히 말씀드려 그 뒤에는 걷잡을 수 없는 파행이 시작되었습니다. 엄청나게 잦은 순간 술을 마시게 되었고, 취해 있지 않은 상태에서는 서로가 서로에 대해 도대체가 심리적 평정을 유지할 수 없었습니다. 아무 일도 없었던 대립 상태가 훨씬 더 나았다는 걸 그제서야 깨달았지만, 그러나 다시 한번 얘기하건대 물은 이미 엎질러진 물이었습니다. (p. 179 '한편의 흑백영화에 관하여 그는 말했다')
--- p.
'의식의 흐름이 순간적으로 멎어버린 사람들처럼, 그렇게 몽롱한 표정으로 서 있기만 했을 뿐이었다. 그리하여 그 의식의 공으로 주먹만한 눈송이들이 퍽퍽 소리를 내지르며 무수하게 날아와 박히는 것 같았다.' '어제의 열정을 수치스러워 하는 우리들, 그리고 내일에 대한 기대감을 부질없어 하는 우리들. 이제 내 가슴속에 남겨진 건 극단적인 허무뿐이고 그리고 그 허무 속에서 끝끝내 되찾고 싶은 것 인간적인 낭만뿐이야. 그리고 나머진 아무것도 없어......'
---p15 --- p.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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