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받은 첫번째 친절은 열두 마리 짐승 중 한 놈과 생일을 엮어 만든 계획 작명은 태내의 이후를 찾아 출생에 보태는 것이지만 간혹 내 이름을 불러보면 먼 소식이 풀리지 않는 사주를 차려놓는다 그렇게 하고, 해야 한다는 식의 믿음 또는 다짐이 나와 다르게 흐르고 문틈에 낀 밤의 외막 같은 몰래 다가오던 적요가 출입을 들킨다
이름이 가진 줄거리는 계속되는 이설 그걸 채우고 죽은 사람은 자신의 명(命)을 탐독했을까 남의 이름을 외울 때 뇌압에 귀가 멍하곤 하다 글자에 묻은 음색의 취향과 얼굴을 함께 떠올리면 인연을 데려온 이력이 궁금하고 낯선 공명이 관계를 꺼낸 채 탁하게 사라지는 것이다
알아야 해서 곧 숨겨버리는 망각 이름이 처음 만나 베푸는 예의라면 기억하기 힘든 이들은 전래가 어긋난 속계(俗界)를 지닌 걸까 정해진 문답으로 인사하는 순간마다 내 육성을 의구하므로 이름은 나를 훔치기 위한 혐의인지 자주, 잊힌 이름들의 주기가 돌아온다
우연의 방
방안에 구조가 만들어졌다 그것은 복잡했다 사라져서 남은 곳이면서 생기자마자 사라진 곳이었다
수많은 이야기를 계획하며 주변을 세워봤지만 무엇도 분명해지지 않는 구조로부터
유일하게 만들어진 구조는 방을 바라보는 나뿐이었고 유일하게 일어나는 사건은 나를 뺀 공간뿐이었다
상대가 나타났으면 좋을 법한 장면에서도 나는 혼자 말하고 혼자 대답했다
밖에서는 구름이 흐르고 날씨가 변했지만 내가 기억하는 구름과 날씨만 그곳으로 옮겨졌다 오랫동안 고민을 쥔 사람처럼
생각이 조금 늦게 떠올랐다 과거를 눌러쓴 그림자가 지나는 듯 실상은 없으나 소식이 만들어지고 있었다 내가 마주한 구조를 향해
쉽게 말을 꺼내면 거짓으로 흐트러질까봐 익숙해지는 것을 자꾸 멈추었다
방안에 구조가 만들어졌고 그 구조는 혼자 있는 것에서 시작되었다 움직이지 않는 벽들이 그 사실을 이어주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