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시나 전대에 베 전대에 전에나 전대루 놀아나 보자. 성두의 논에서 일하던 사람들은 누구 하나 빼 논 사람 없이 단 한 번씩이라도 목청을 뽑고 소리를 불렀다. 물소리를 출렁출렁 내며 한 움큼씩 쥐인 볏모를 몇 뿌리씩 떼어 꽂는 그들은 서로 뒤떨어지지 않으려고 입으로 소리를 하면서도 손을 재빠르게 놀리었다.
그러나 열 네 살밖에 안 되는 성두의 동생은 떨어지는 솜씨에 소리를 한 마디 하고 나면 가뜩이나 한 발씩 뒤떨어졌다.
『얘--- 너는 소린 그만두고 모나 잘 꽂아라. 잘못하면 너 때문에 일을 못 맞출라.』
성두가 그의 동생 몫을 꽂아 주며 하는 말이다.
『얘들아, 이번에는 수심가나 한 마디 하자꾸나--- 아마 수심가는 성두가 가장 나을껄.』
다 같이 젊은 사람들만이 모이어 일하는 곳이라 그런지 어떤 이가 이렇게 따라 말했다.
『암- 수심가야 성두지-.』
--- p.5
길서는 일본에서 돌아올 때 우선 자기 논두렁에서 가슴이 서늘함을 느꼈다. 논에 박은 '김길서'라고 쓴 푯말은 간 곳 없고 '모범경작생'이라고 쓴 말뚝은 쪼개져서 흐트러져 있었다.심술궂은 애들이 장난을 했는가 하고 생각하려 했으나 그 한 짓으로 보아서 반드시 무슨 일이 일어난 것 같은 예감이 들었다.
--- p.84
『얘- 나 한 마디 하마. 』
『얘- 얘 기억이 보구 한 마디 하래라. 아까부터 하겠다구 그러던
데.』
『기억이 성내겠다. 자- 한 마디 해 보게.』
한참 소리를 하는데 이런 말이 나와 일하던 손들이 쥐었던 벼 포기를 놓았고, 모든 눈이 기억의 얼굴로 모이었다. 목청이 남보다 곱지 못하다고 해서 한 차례도 소리를 시키지 않은 것이 화가 났던지 기억이는 권하는 기회를 놓치지 않고, 있는 목소리를 다 빼어 소리를 꺼냈다. 온갖 물은 흘러 나려두 오장 썩은 물 솟아만 오른다. 같은 논에서 일하던 사람들은 기억의 미나리곡에 합세하여 다시 노래를 주고 받고 하였다. 깔기죽 깔기죽 깔보디 말구 속을 두르러 말해 주렴-.
--- p.3
[그럼 어떡합니까?]그거라두 팔아서 용돈을 써야지요. 우선 지세도 밀리고, 아직 보리 빌 때까지 먹을 보리두 사야 하지 않아요. 또 단오 명절도 가까워오는데 돈 쓸 데가 없어서 그러십니까? [아아니 그런 줄은 알지만 큰 돈을 만들려구 했던 도야지를 너무 일찍 팔았던 말이다.] [누구는 모르나요. 여름에는 풀을 깎아다 주기만 하면 거름을 잘 만들고 먹을것도 겨울보다 흔해서 기르기도 쉽구. 그러다가 가을철에 접어들어 팔면 큰 돈 될 것두 알기는 하지만 어떻게 합니까?] 성두의 얼굴은 푸르럭푸르럭했다. [오빠...... 오빠의 잔치는 어떻게 합니까? 돼지를 팔구.....]
의숙이가 옆에 앉았다가 눈을 흘기는 것 같으면서도 웃는 얼굴로 말을 했다. [글쎄 말이다. 내 말이 그말이 아닌가?] 어머니는 차마 꺼내지 못했던 말이 나와서 시원한 듯했다. 길서는 새벽에 일어나 감자밭에 나가 벌레를 잡고 뽕나무 묘목밭을 한 번 돌아보고는 서울갈 때 입었던 누런 양복을 입고 읍내로 들어갔다. 먼저 보통학교 교장에게로 가서 제손으로 만든 빗자루 다섯 개를 쓰라고 주고, 모를 다냈으니 비료를 사야겠다고 25원을 취해가지고는 뽕나무 묘목에 대한 이야기를 하려고 면사무소로 들어갔다.
--- p.121
『얘- 나 한 마디 하마. 』
『얘- 얘 기억이 보구 한 마디 하래라. 아까부터 하겠다구 그러던
데.』
『기억이 성내겠다. 자- 한 마디 해 보게.』
한참 소리를 하는데 이런 말이 나와 일하던 손들이 쥐었던 벼 포기를 놓았고, 모든 눈이 기억의 얼굴로 모이었다. 목청이 남보다 곱지 못하다고 해서 한 차례도 소리를 시키지 않은 것이 화가 났던지 기억이는 권하는 기회를 놓치지 않고, 있는 목소리를 다 빼어 소리를 꺼냈다. 온갖 물은 흘러 나려두 오장 썩은 물 솟아만 오른다. 같은 논에서 일하던 사람들은 기억의 미나리곡에 합세하여 다시 노래를 주고 받고 하였다. 깔기죽 깔기죽 깔보디 말구 속을 두르러 말해 주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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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럼 어떡합니까?]그거라두 팔아서 용돈을 써야지요. 우선 지세도 밀리고, 아직 보리 빌 때까지 먹을 보리두 사야 하지 않아요. 또 단오 명절도 가까워오는데 돈 쓸 데가 없어서 그러십니까? [아아니 그런 줄은 알지만 큰 돈을 만들려구 했던 도야지를 너무 일찍 팔았던 말이다.] [누구는 모르나요. 여름에는 풀을 깎아다 주기만 하면 거름을 잘 만들고 먹을것도 겨울보다 흔해서 기르기도 쉽구. 그러다가 가을철에 접어들어 팔면 큰 돈 될 것두 알기는 하지만 어떻게 합니까?] 성두의 얼굴은 푸르럭푸르럭했다. [오빠...... 오빠의 잔치는 어떻게 합니까? 돼지를 팔구.....]
의숙이가 옆에 앉았다가 눈을 흘기는 것 같으면서도 웃는 얼굴로 말을 했다. [글쎄 말이다. 내 말이 그말이 아닌가?] 어머니는 차마 꺼내지 못했던 말이 나와서 시원한 듯했다. 길서는 새벽에 일어나 감자밭에 나가 벌레를 잡고 뽕나무 묘목밭을 한 번 돌아보고는 서울갈 때 입었던 누런 양복을 입고 읍내로 들어갔다. 먼저 보통학교 교장에게로 가서 제손으로 만든 빗자루 다섯 개를 쓰라고 주고, 모를 다냈으니 비료를 사야겠다고 25원을 취해가지고는 뽕나무 묘목에 대한 이야기를 하려고 면사무소로 들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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