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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치광이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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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N 에덴-01이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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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11년 08월 15일
쪽수, 무게, 크기 283쪽 | 406g | 153*224*20mm
ISBN13 9788996697008
ISBN10 8996697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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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 김선도
서울에서 태어나 전곡초등학교와 청량중학교를 졸업했다. 배재고등학교를 졸업하고 연세대학교 치과대학을 졸업했다. 울릉도에서 공중보건의를 했으며 밀레니엄치과병원 원장을 거쳐 현재는 서울백병원 치과 과장으로 있다. 두 아이의 아버지로서 아이들에게 전해 주고 싶은 말이 있어 책을 쓰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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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가 내렸다. 맑던 아침과 달리 오후부터 갑자기 불던 비바람은 밤이 깊어지자 더욱 기승을 부렸다. 창경궁 담벼락을 따라 늘어선 플라타너스조차 휘어질 정도로 심한 비바람은 도로를 텅 비우게 만들었다.
그 텅 빈 도로 한 가운데 아까부터 홀로 서 있는 자동차. 그 차창을, 휘몰아쳐 떨어지는 나뭇잎이 때리고 지나갔다.
“아… 정말… 날씨 한 번… 꼭 귀신이라도 나오겠는걸.”
다니엘은 눈앞으로 나뭇잎이 날아올 때마다 움찔 놀랐다. 무심코 본 시계는 정확히 새벽 1시. 이상하게도 신호는 바뀌지 않고, 갈수록 비바람은 거세졌다.
“고장이 났나, 빨리 집에 가서 내일 시험을 준비해야 하는데….”
무료함에 사이드미러를 보던 다니엘은 멀리서 다가오는 불빛을 보았다. 음산하고 스산한 날씨 덕에 조금은 무섭던 다니엘은 반가웠다.
“동지가 생겼….”
혼잣말로 중얼거리는 그때 갑자기 꽝 소리를 내며 커다란 가로수가 앞 유리에 떨어졌다.
에어백이 터지고 앞 유리조각이 얼굴로 날아들었다.
고막이 터지고 뇌가 울려서 정신을 잃었지만 잠시 후, 정신을 차린 다니엘은 차 뒤가 들린 것을 느꼈다. 본능적으로 차 밖으로 나가야겠다는 생각에 문고리를 당겼지만 말을 듣지 않았다.
그때였다. 멀리 보이던 불빛이 쓰러진 가로수들을 뚫고 무서운 속도로 달려오며 다니엘의 눈으로 파고들었다.
꽈꽝. 한순간에 오감이 마비되었다. 아무것도 들리지 않고 아무 고통도 없었다. 다니엘은 평안한 가운데 날았다. 아련한 엄마의 웃는 모습이 보이고, 그리고…. 다니엘은 고통 없이 의식의 깊은 강으로 들어갔다.

반쯤 쓰러진 아름드리 가로수를 들이받고서야 겨우 멈춘 덤프트럭은 아직도 바퀴가 헛돌았다.
끼익… 끼익… 옆으로 쓰러진 트럭의 조수석 문이 힘겹게 열리고 머리가 피투성이인 남자가 기어 나왔다. 주위를 두리번거리던 남자는 사거리 한 가운데 처박힌 자동차 쪽으로 왼다리를 질질 끌며 걸어갔다.
천식처럼 헐떡이는 숨으로 보아 남은 시간이 얼마 없어 보였지만 고통에 일그러진 얼굴 뒤로 성취의 환희가 배어 나왔다. 심하게 불어대는 비바람을 헤치고 뒤집어져 있는 자동차로 간 남자는 손을 뻗어 피투성이 다니엘의 목을 만졌다. 희미한 생명의 끈이 남아 있는 다니엘의 목에서 흐르는 피를 손가락에 담아 입으로 가져간 남자는 눈을 감고 맛을 보았다.
“으, 흠….”
남자는 혀끝에서부터 전해 온 강렬한 자극에 두 눈을 번쩍 떴다. 그러곤 마비 오는 손으로 허리춤을 뒤져 날카로운 비수를 꺼내 들었다. 주저 없이 팔을 들어 다니엘의 목에 칼을 내리꽂던 남자는 갑자기 날아온 아름드리 가로수에 뒷머리를 얻어맞고는 그 자리에 고꾸라졌다. 짓누르는 나무의 무게에 정신이 가물가물해지며 죽어 가던 남자는 손을 뻗어 다니엘의 목을 찌르려 하지만 마음대로 되지 않았다. 더욱 거세진 비바람이 죽음을 재촉하고 숨이 넘어가던 남자는 단념한 듯 눈을 감으며 무어라 중얼댔다. 그러자 남자의 머리뒤로부터 여러 가닥의 검은 색 실이 나와서는 지척거리에서 역시 죽어가던 다니엘의 몸을 감아갔다. 가슴에서부터 시작해서 온몸을 감아 돌던 검은 색 실은 눈이 달린 촉수처럼 다니엘의 눈, 코, 입 모든 구멍으로 들어가며 점점 사라져갔다. 환골탈태인가… 누에고치처럼 검은 실이 파고든 다니엘의 숨이 갑자기 돌아오면서 온몸이 숭어처럼 펄쩍 뛰어올랐다.
“허… 억… 커억.”
끊어진 숨이 거칠게 이어지고 죽었던 심장이 피를 돌리기 시작했다. 새파랗게 질린 입술이 분홍빛으로 돌아오고 초점 없이 풀린 눈동자가 초점을 맞추자 다니엘은 다시 평안한 모습으로 스르르 눈을 감았다. 아름드리 나무에 깔린 남자의 몸에서 생명의 마지막 가닥이 나오고 남자의 눈동자는 이상하게도 평안한 모습으로 죽어 갔다. 참혹한 사고 현장에는 아직도 인기척이 없는데 멀리서 싸이렌 소리가 들려왔다.
백병원의 명천은 유난히도 불어대는 비바람에 잠을 청할 수가 없었다.
당직실 창이 덜컹대며 터져 나갈 듯 부풀었다 빠지기를 여러 번, 곧 터져나가 것만 같았다. 12시에 겨우 끝낸 심장 수술을 마지막으로 환자가 뜸 하자 잠시 눈을 부치러 들어간 당직실이 오히려 잠을 내쫓았다. 게다가 이상하리만큼 심장이 뛰어서 잠이 쉽사리 오기는 어려웠다. 수술할 때도 그렇더니만 자려고 누우니 더했다.
“혈압이 생겼나? 왜 이러지… 이상하네.”
불안한 마음에 잠은 이제 완전히 달아나고 꼭 무슨 일이 생길 것만 같았다. 아니나 다를까 당직실 콜이 울렸다. 가슴이 철렁한 명천은 벨이 두 번 울리기 전 전화기를 집어 들었다.
“여보세요.”
“안 주무셨네요. 어쩌지요? 오늘 주무시기는 틀린 것 같은데요?”
“환잔가요?”
“환자라고 할 수도 있고 시체라고 할 수도 있고… 하?튼 내려 오셔야 할 것 같아요. 지금 난리도 아니에요.”
“빨리 갈게요.”
전화를 끊은 명천은 ?욱 뛰는 가슴을 누르면서 응급실로 뛰어 내려갔다.
응급실은 입구부터 아비규환이었다. 갑자기 몰려든 사람들 사이에서 정상인을 찾기가 어려웠다. 어렵게 밀치고 들어간 집중 치료실에서 명천은 자신의 눈을 의심했다. 바닥에 흥건한 피는 매일 보는 일상이지만 침대 위에서 CPR 중인 당직의 밑에 깔린 낯익은 자가 눈 속으로 들어왔다.
‘다니엘…’
명천은 재빨리 당직의와 교대로 들어가서는 인공호흡을 하였다. 기계적으로 눌러대는 명천의 손놀림에 가끔 돌아오는 듯 희미한 다니엘의 눈동자가 명천의 마음을 더욱 바쁘게 만들었다.
‘돌아와라, 다니엘. 제발… 돌아와라….’
명천의 간절한 마음이 통했을까? 아니면 운명의 시간이 다 되었을까?
희미하다고 느낀 다니엘의 눈동자에 명천의 안경이 반짝 비쳐졌다.
삐삐삐….삐삐삐… 생사를 넘나든 다니엘의 눈에 명천의 안경과 수술 등의 밝은 빛이 들어왔다. 살았다. 명천은 이마의 땀을 닦으며 미쳐 뛰던 가슴을 쓸어 담았다.
“휴우…”
이빨로 반창고를 끊던 간호사가 재빨리 링거를 다는 사이 명천은 또 다른 시체에게 달려갔다. 경추가 부러지고 다리가 분쇄 골절된 환자는 그러나 평안한 얼굴로 죽어가고 있었다. 급히 달려간 명천 앞에서 마지막 숨이 넘어가는 그 자는 바로 다니엘을 들이 받은 트럭 운전사였다. 경동맥을 짚어보고 눈동자를 확인하던 명천은 갑자기 일어난 트럭 운전사에게 멱살을 잡혔다. 순식간에 무서운 힘으로 명천의 목을 잡은 그 자는 마지막 온 힘을 다해 명천의 귀에 대고 소리쳤다.
“악한 영… 악한 영….”
응급실 안은 환자들과 간호사들의 비명 소리로 순식간에 아수라장이 되었다.
“악! 아악!‘
명천의 목을 잡고 말을 토하던 운전사는 눈을 부릅뜨고는 검붉은 피를 쏟으며 쓰러져 죽었다. 명천은 심장이 벌렁거려 너무 놀랐지만 마음을 가다듬고는 죽은 그의 눈을 따라가 보았다.
“헉.”
명천은 그가 죽음으로 얘기하는 곳을 보고는 그 자리에 털썩 주저앉았다. 그곳에는 바로 숨이 돌아온 다니엘이 평안한 얼굴로 누워 있었다.
명천의 왼쪽 뇌로 운전사의 마지막 말이 소용돌이치며 휘몰아쳤다.
‘악한 영…. 악한 영….’
백병원 응급실의 아수라장은 비바람과 함께 밤새 계속되었다.
---본문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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