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사도라가 새로 터득한 자세대로 어깨를 펴고 턱을 들자, 선원들이 커다란 거울을 들고 와서 그녀 쪽으로 돌려놓았다. 보스턴을 떠난이후 처음으로 전신 거울을 본 이사도라는 너무나 놀라서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이방인을 보는 것 같았다. 그것도 아름다운 이방인을. 미운 오리 새끼가 백조로 변한 것이다. 뚱뚱하거나 창백하기는커녕, 알맞은 식사량과 선상에서의 활동적인 생활 덕택에 날씬하고 건강해져 있었다. 그리고 태양에 노출되어 아름다운 금빛을 띤 머리칼은 우아해 보이기까지 하는 얼굴을 예쁘게 감싸고 있었다. 창백하던 피부는 태양과 바람 덕택에 활기 있고 아름다운 금빛으로 바뀌었는데, 무척 화려하면서 상당히 매력적으로 보였다. 그리고 과감한 드레스와 댄스 수즈가 대담한 아름다움을 완성시켜 주고 있었다. 자기도 모르게 변한 모습을 보면서, 이사도라는 외모만이 변한 건 아님을 분명히 알 수 있었다. 정말 많이 변한 것은 외모가 아니라 가장 깊은 내부의 자아였다. 좋은 사람들, 특히 라이언과 함께 항해를 하면서 늘 모자랐던 자신감이 충만해졌고, 그 자신감 덕낵에 어깨도 죽 펴고 몸을 똑바로 세울 수 있었던 것이다. 리우데자네이루에서 라이언의 거래를 도우면서 상대방의 위협적인 눈빛에도 위축되지 않고 당당할 수 있는 법을 배웠고, 선원들과 함께 즐기며 춤추던 수많은 밤들과 로즈의 저택에서 보냈던 시간들 덕택에 아무리 멋진 남자와 춤을 추더라도 기가 죽지 않을 수 있게 되었다. 또, 버지니아에서의 대단한 모험을 통해, 가치가 있다고 믿는다면 불가능한 일이 없다는 것도 알았다. 라이언과 선원들과 함께 한 시간, 그녀만의 차밍스쿨에서 이 모든 것을 얻은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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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이언은 사람들이 우글대는 시장을 둘러보고, 언덕마다 자리잡고 있는 예쁜 저택도 구경했다. 그러다가 갑자기 어떤 생각이 머리를 쳤다. 이런 것들이 아무리 많이 있어 봐야 함께 공유할 사람이 없으면 아무 소용도 없다는 생각이었다. 세상의 모든 것을 호기심 어린 눈으로 바라볼 수 있는, 냉정한 정신을 갖고 있지만 새로운 것에 대한 열정만은 누구에게도 뒤지지 않는, 새로운 경험을 놓치지 않고 그것을 귀중한 보물로 가슴에 품을 수 있는 그런 여자가 필요한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