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천적인 사디스트는 그런 표현에 바로 반응한다. 아미의 말에 의하면 이시오카는 의심의 여지가 없는 사디스트이다. 몽둥이나 양초로 여자에게 고통 주기를 즐기는 남자가 사디스트라고 생각하면 오산이다. 여자를 완전히 지배한 다음, 고통을 주고, 그 고통을 참아내는 사람을 칭찬하며 더욱 더 강하게 지배하는 자가 진정한 사디스트이다. 고통이라고 해서 몸에 바늘을 꽂거나 하는 그런 게 아니다.
개에 비유하자면 먹이를 앞에 두고 '먹어'라고 할 때까지 먹지 못하게 조련하는 그런 것이다. 사디스트에게 필요한 것은 잔인함이 아니야, 하고 겐지에게 가르쳐 준 여자가 있었다.
니스인지 로마인지 기억이 안 나지만 남유럽에 살면서 제과나 아르누보의 타피스트리를 공부하고 일본인 여행객과 일본 상사원을 상대로 가라오케 장사를 하면서 6개월에 한 번씩 신경증에 걸리는 그런 여자였다. 스물여섯이라고 했지만 마흔을 넘은 것처럼 늙어보였고 정도가 심한 변태였다.
--- p.126-127
'누군가가 자신을 염려해 주고 있다는 건 살아갈 희망이 되지 못해. 하지만, 하지만 말야. 희망이라는 건, 희망의 음악은 그렇지가 않아. 그 음악은 세상 모든 사람들에게 영향을 주고 또 메아리가 되어 퍼져나가니까, 무신말인지 알아?'
--- p.316
'그런 타입의 여자는, 도망갈 수 없다기보다는 거의 도망가려고 하지 않아. 그런 종류의 여자가 정말 있어. 아까 말했잖아. 목적이나 의지가 없는 거야. 머리통을 열어보면 바퀴벌레하고 쥐똥밖에 없을 것 같은 그런 타입이야. 목적이나 의지라고 했지만, 그렇게 대단한 것을 말하는 게 아냐. 영어회화를 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거나, 싫은 남자는 잘 해 줘도 기쁘지 않다거나, 그 정도면 돼. 그런 것이 있으면, 나나 야쿠자라도 손을 뻗칠 수가 없거든.'
--- p.17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