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부에 문제가 있는 집은 제대로 서 있지 못한다.
- 에이브러햄 링컨
모든 조직은 조직 내 관계의 힘에 따라 성장하기도 하고 몰락하기도 한다. 미 국방부장관 도널드 럼스펠드와 그의 참모들, 하바드 대학의 레리 서머스 총장과 동료 교수들, 칼리 피오리나와 휴렛팩커드의 이사회, 디즈니의 마이클 오비츠와 마이클 아이스너, 애플의 스티브 잡스와 존 스컬리, 애이브러햄 링컨과 그의 전시 내각, 먼 옛날 트로이 해안의 아가멤논과 아킬레스에 이르기까지 조직 내 관계가 곧 조직의 운명을 결정해온 사실을 우리는 익히 알고 있다.
그럼에도 조직 구성원간 관계의 중요성은 흔히 간과된다. 리더들은 그룹의 역동을 분석하고, 조직 구성원들은 조직이 움직이는 전체적인 맥락을 고려하지만 한 무리의 사람들을 하나의 단일한 조직으로 만들어주는 관계에 대한 관심은 부족하다.
관계가 중요하다는 것을 부정할 사람은 아무도 없다. 더욱 수평적인 조직 위계, 긴밀한 상호의존성, 의사결정을 조직 하부로 이동시키려는 노력 등은 모두 조직 내 관계의 질에 의해 결정된다. 그러나 이 같은 인간관계의 명백한 중요성에도 불구하고―아니 오히려 그 중요성 '때문에'―인간관계는 여전히 하나의 미스터리로 남아 있다. 우리는 인간관계와 갈등관리가 중요하다는 것을 알지만 '왜' 그리고 '어떻게' 중요한지는 정확히 모른다. 그리고 협력적이고 높은 성과를 내는 팀 혹은 좀 더 수평적이고 유연한 조직을 만들려는 노력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조직 내 영역 다툼이나 위계가 엄연히 존재한다.
이 책에서 나는 나 자신의 경험과 공개된 자료에서 얻은 사례들을 통해 리더 간의 관계를 전면에 내세우고 그 속을 들여다본다. 이를 통해 독자들은 리더 간의 관계가 어떻게 작용하고 발전되며 변화하는지를 더욱 잘 알게 될 것이다. 그리고 그런 이해를 통해 훌륭한 조직을 만들고 유지하는 데 필요한 유연하고 강력한 관계를 형성할 수 있을 것이다.
--- 서문 중에서
한국과 서양 문화는 상당한 차이가 있지만, 이들 문화에 속한 경영자들이 공통적으로 직면하는 과제는 각기 세계관과 이해 관계가 다른 사람들간의 관계를 구축하는 일이다.
단일민족으로 공동체의식이 강한 한국은 전통적으로 우수한 실행력을 보여 왔지만, 오늘날 새롭게 대두되는 몇 가지 요인들은 한국 경영자들에게 더욱 고도화된 팀 조직과 관리 기술을 요구한다. 해외에서 유입된 이주 노동력은 한국의 단일민족 사회를 빠른 속도로 다인종, 다문화 사회로 변모시키는 중이다. 뿐만 아니라 기존 상품을 개선시켜 저가로 제조하는 능력으로 과거 한국이 누려왔던 '발빠른 추격자'라는 명성은 낮은 원가 경쟁력을 갖춘 새로운 경쟁자들의 출현으로 점점 그 빛을 잃어가고 있다. 또한 사회에 새롭게 진출하는 젊은이들은 글로벌하고 현대적인 시각을 갖춘 반면, 아직도 대부분 경영자들은 다른 세계관과 행동양식을 보인다. 마지막으로 한국 경영자들 역시 새로운 현실에 적응하려면 과거의 전통적인 관습을 바꿔야 하는 변화의 조류에 직면하게 됐다.
다른 동아시아 국가들과 마찬가지로 한국은 유교 정신에 기반을 둔 관계중심적 문화권에 속해 있지만, 새롭게 변화되는 환경에서는 새로운 방법이 필요하다. 많은 부분 암묵적이고 전통적인 상호작용 방식에 내재되어 있던 지식은 이제 겉으로 드러나고 있다. 경영자와 직원 모두가 공유할 수 있는 관계 도구들이 더욱 필요한 시점이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개인간의 연계성과 공동의 지능을 높은 수준으로 끌어올리려면 개개인의 개성과 차이를 받아들이려는 노력을 의식적으로 기울여야 한다는 점이다.
조직관계 전문가인 다이애나 스미스는 이 책을 통해 힘든 업무 환경에서 신뢰와 상호 존중의 관계를 구축하는 데 유용한 혜안과 도구들을 제시한다. 또한 저자는 공적 관계가 반드시 거치는 단계들을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간단한 프레임워크로 설명하고, 서로 다른 견해와 목적을 지닌 리더 간의 상호 이해를 높이고 조직이 봉착한 난관을 극복하는 데 필요한 다양한 도구도 제시한다.
지난 20년간 저자를 지켜본 동료로서 이론적인 깊이와 실용성 측면에서 나는 저자의 업적을 높이 평가한다. 심리치료사이자 컨설턴트이기도 한 저자는 주어진 일에 전념하는 개인들이 일단 팀을 형성하게 되면 어떻게 개개인의 IQ보다 팀 전체 IQ를 끌어내리는지에 관해 다방면으로 이해하고 있다. 또한 강도가 높고 급격하게 변화하는 업무 환경으로 인해 사람들은 자기 성찰과 관계유지를 위한 시간을 충분히 갖지 못하면서 피상적인 변명을 늘어놓게 되고, 저조한 성과를 낸다는 점 역시 충분히 이해하고 있다. 이런 경험과 지식을 바탕으로 저자는 수많은 경영자들과 컨설턴트들이 자신의 행복과 자사의 이익을 위해 도움이 되는 관계 구축 능력을 계발할 수 있도록 많은 도움을 주었다.
?국의 기업 환경은 혁신적인 조직 문화를 구축해야 하는 과제를 안고 있다. 새로운 조직문화에서는 개개인의 개성이 존중되고 과거의 아이디어가 미래를 위한 새로운 가치를 창출하는 원천으로 활용되어야 한다. 이는 권위를 존중하고 공공의 선을 추구하는 전통적 규범과 충돌되는 것으로 보이기 쉽다. 그러나 중요한 것은 '목욕물을 버리며 갓난 아기도 흘려버려서는 안 된다.'라는 미국 속담에도 있듯이 과거로부터 내려온 지혜를 잃지 않으면서 비생산적인 습관을 버리는 것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저자가 이 책에 담고 있는 '관계 감수성'을 계발하고 이에 필요한 기술들을 습득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현대화와 경쟁의 압력이라는 미명하에 오랫동안 전해져 내려온 위대한 관계의 유산을 잃어버릴지도 모른다.
피터 M. 셍게
MIT 슬론 경영대학원
2009년
--- 한국어판 출간에 부쳐
이 책 『기업을 죽이고 살리는 리더 간의 갈등 관리』의 원제목은 'Divide or Conquer'다. 원래 'Divide and Conquer'라는 유명한 격언을 약간 뒤튼 표현이다. Divide and Conquer는 컨설턴트들에게는 비교적 익숙한 개념으로, 얽히고 설킨 것처럼 보이는 거대한 문제도 서로 독립적인 작은 이슈로 분해해 하나씩 정복해나가다 보면 결국 해결할 수 있음을 의미한다. 이는 서구의 원자론적인 세계관과 맞닿아 있고, 자연과학의 난해한 문제를 푸는 기초가 되어온 철학이기도 하다.
그러나 사회과학, 특히 기업 경영의 문제로 들어오면 경우가 달라진다. 특히 살아 움직이는 인간과 조직의 문제는, 원인이 결과고 결과가 다시 원인이 되는 상호작용적인 경우가 대다수다. 저자가 'Divide or Conquer'라고 제목을 붙인 이유가 기존 경영 이론서가 고수해온 'Divide and Conquer'의 세계관이 다루지 못한 '관계'의 문제에 도전한다는 의지였을지 모르겠다. 책에서 담고 있는 내용을 바탕으로 'Divide or Conquer'를 굳이 직역하자면 "(조직의 갈등을 일으키는 관계 문제에 대해) 서로 갈라설 것인가, 아니면 (문제를) 극복할 것인가"라는 정도로 이해할 수 있겠다.
조직 내에서의 갈등은 불가피한 것이며, 갈등을 없애고 원만한 관계를 만들어 내는 것은 쉽지 않다. 훌륭한 경영진은 갈등을 예상하며, 그 갈등을 효과적으로 이용해서 조직의 관계를 강화시켜 나간다. 망가진 팀일수록 갈등을 서로 피하려고만 하다가 결국 관계를 망치고 개인은 물론 조직의 성과마저 해치게 된다.
저자인 다이아나 맥레인 스미스는 경영전략컨설팅 회사 모니터그룹의 '조직 학습' 분야의 권위자다. 거의 삽십 년 동안 그녀는 조직의 최고 경영진(Top Team이라고도 부른다) 간에 건설적인 관계를 구축함으로써 조직의 성과를 높일 수 있는 방안에 대해 집중해왔다. 그녀에 따르면 팀은 여러 개인의 산술합이 아니라 그들간의 관계의 총합으로 이해해야 하며, 이렇게 이해해야만 '개인 성격차', '괴팍한 개성' 등으로 치부해왔던 조직 역학관계를 비로소 제대로 이해하고 개선시킬 수 있게 된다.
저자는 이 복잡한 문제에 접근하기 위해 두 가지 방법에 의존한다. 하나는 소설을 읽는 것 같기도 하고 상세한 논픽션 인터뷰 기사를 보는 것 같기도 한 실제 조직내의 갈등을 겪고 있는 관계에 대한 사례 연구들이며, 또 하나는 시스템 다이나믹스, 심리학 등에서 차용한 각종 분석도구와 방법론들이다.
초반에 나오는 1980년대 초반 애플의 스티브 잡스와 존 스컬리의 이야기는 자못 흥미롭다. 지금이야 전세계 혁신가들의 추앙을 받고 있는 잡스이지만, 80년대 애플의 초기 전성시대에 어떻게 자기가 뽑은 CEO 존 스컬리에 의해 스스로 창립한 회사에서 쫓겨나는 수모를 겪게 됐는지, 처음에는 서로를 흠모하다시피 하던 둘 사이의 관계가 어떻게 '건방진 황태자' 잡스와 '고리타분한 경영자' 스컬리의 대결로 전락하게 됐는지를 살펴보다 보면 관계, 특히 회사의 주요 리더 간의 관계가 얼마나 중요한 것인지를 알 수 있을 것이다.
모든 리더 간의 관계가 이렇게 비극으로 끝나는 것은 아니다. 저자는 실제 수년 간에 걸쳐서 컨설팅을 해온 고객사의 사장과 핵심 임원간의 관계 개선 사례를 통해서 나쁜 갈등의 원인을 파악하고, 개선시키며 지속적으로 발전시킬 수 있는지를 자세한 분석적 방법을 동원해서 보여준다. 언뜻 보기에는 너무 세세하고 복잡해서 '과연 이걸 현실에 적용시킬 수 있을까?'라는 의문이 들지도 모르나 단계별로 제공되는 접근방식은 매우 실용적이면서도 심오한 이론적 깊이가 있어서 기업 고객과의 컨설팅 현장에서도 실제로 사용된다.
저자가 마지막 장에서 설명하는 링컨의 재선 취임 연설문은 보너스다. 남북전쟁이라는 초유의 '내적 갈등'을 극복하기 위해 링컨이 자신의 탁월한 '관계 감수성(Relationship Sensibilities)'(대인관계에 대한 EQ로 이해하면 되겠다)을 어떻게 발휘했는지를 보면 그가 왜 미국 역사상 가장 위대한 지도자 중 하나로 평가 받는지를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이 책을 읽는 독자가 고위 임원이든, 새롭게 관계를 구축할 필요가 있는 신입 사원이든 간에 이 책은 기존에 '처세술' 수준의 직장 내 인간관계를 어떻게 발전적으로 이해하고 증진 시킬 수 있는지에 대한 해답을 제시할 수 있을 것이다.
대표역자 모니터 그룹 박영훈 부사장
--- 옮긴이의 말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