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북 봉화에서 태어나 동국대 한문학과를 졸업했고, 동 대학원에서 한문 교육을 전공해 석사학위를 받았다. 민족문화추진회(현 한국고전번역원) 국역연수원을 수료했고, 고려대 국문학과 대학원에서 박사학위를 받았다. 한국 한시와 불교 취향 한시에 관심을 두고 있으며, 현재 고려대 한문학과 강사로 있다. 2013년 11월, 《즉흥적 인물평》이라는 제목으로 삼국지 인물과 한국 주요 인물들을 매치한 글을 페이스북에 올려 누리꾼들로부터 폭발적인 반응을 얻었다. 삼국지에 등장한 인물과 대응된 표창원, 조국, 이외수 등 내로라하는 인물들도 높은 관심을 보였다. 이 글은 『삼국지 인물전』으로 묶여 나왔고, 그 뒤 칼보다 날카로운 펜으로 부조리한 대한민국 정치, 사회의 단면을 들춰내는 데 앞장서고 있다. 저서에 『삼국지 인물전』 『맹자 제멋대로 읽기』 『자녀교육을 위한 고전강의』 『목은 이색의 영물시』 『한문학 강의노트』 『역사 어제이면서 오늘이다』가 있다.
‘꽃이 나아요? 내 얼굴이 나아요?(花强妾貌强(화강첩모강))’ 하고 애교를 부리는 여자와 그 질문에 일부러 ‘꽃가지가 더 나은데?(强道花枝好(강도화지호))’ 하고 대답하면서 장난을 거는 장면은 지금 봐도 어색함 없이 친근하게 다가온다. ---「34쪽, 오늘 밤엔 꽃이랑 주무세요」중에서
‘이불 속 눈물은 마치 얼음 밑의 물과 같아서(衾裏淚如氷下水(금리루여빙하수))’, 정말 멋진 표현이다. ‘빙(氷)’에선 이젠 식다 못해 얼음처럼 차가워진 임의 마음이 느껴지기도 한다. 이불 속에서 흘리는 눈물과 얼음장 밑으로 흐르는 물은 남들이 볼 수가 없다. 그만큼 자신은 철저히 외롭다는 뜻이겠다. ---「48쪽, 이불 속 눈물은 마치 얼음 밑의 물과 같아서」중에서
천 년도 더 된 옛날 일인데 마치 지금의 우리 사회를 이야기하는 것 같다. ‘문 앞의 흙 다하도록 기와를 굽는다.(陶盡門前土(도진문전토))’, 말 그대로 일하는 양이 매우 많으며, 제대로 쉴 시간도 없다는 뜻이다. 그렇게 일을 해도 ‘그 집 지붕 위엔 기와 조각이 없는(屋上無片瓦(옥상무편와))’ 형편이다. ---「55쪽, 열 손가락에 진흙도 묻혀보지 않은 사람이」중에서
이 할머니는 부르짖는다. ‘올겨울 얼어 죽는 거야 불쌍할 거 없지만, 이토록 나라에서 못살게 굴 줄이야(今冬凍死何足憐(금동동사하족련), 安知國役至此極(안지국역지차극)’, 할머니 말 속에는 나라를 향한 강한 불신과 분노가 담겨있다. ---「76쪽, 이토록 나라에서 못살게 굴 줄이야」중에서
시를 읽어보니 과연 ‘춘래불사춘’은 ‘내 마음속엔 봄이 오지 않았다’는 뜻인 줄 알겠다. 남들은 즐겁게 살건만 내 처지는 괴로울 때 ‘춘래불사춘’이라고 한다. ---「105쪽, 봄이 왔는데 봄 같지 않아」중에서
이색은 ‘꼭 상림원(上林苑) 꽃들만 부귀하겠나?(豈必上林爲富貴(기필상림위부귀))’라고 묻는다. 부귀는 사람이 만들어 놓은 많은 가치 중 하나일 뿐이다. 게다가 생각하기에 따라 그것에 대한 가치기준도 달라진다. 들꽃이라고 해서 빈천해야 한다는 법이라도 있는가. ---「134쪽, 하늘의 마음 씀씀이 공평하구나」중에서
먼 길 떠날 사람이 기다리든 말든 일단 ‘가는 사람이 출발하려 할 대 또 뜯어 볼(行人臨發又開封(행인임발우개봉))’ 수밖에 없는 것이다. 상황을 보여주는 것만으로 고향을 그리는 애틋한 마음을 잘 드러낸 작품이라 하겠다. ---「177쪽, 가는 사람이 출발하려 할 때 또 뜯어보았지」중에서
이처럼 대단한 사람인데도 제자들에게 남기는 임종게는 소박하기 짝이 없다. 뭔가 큰 가르침을 남길 줄 알았는데 겨우 하는 말이 “난 살면서 한 게 없다. 그러니 거창하게 임종게 같은 건 남길 이유가 없다. 이 세상은 잠시 들렀다 가는 곳일 뿐이야. 다들 몸 살피면서 살게.”다. ---「216쪽, 진중하고 진중하시게」중에서
지금 동대 당신은 떠돌이 생활을 하는 처지지만, 당신의 명성은 이미 세상 사람들이 다 알고 있다. 어디를 가더라도 당신을 알아줄 사람이 있을 것이니 염려하지 마시라. ‘天下誰人不識君(천하수인불식군)’, 이 말만큼 친구에게 힘을 줄 수 있는 말이 또 어디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