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이라는 이름의 수많은 가능성 또는 불가능성들. 그리하여 시의 적절함에 대해 시옷에 대해 묻지 않고 오래 생각했다. 아무에게도 묻지 않고 혼자 오래 생각해 기어이 틀린 답을 구하는 어리석은 산수였다.
식물원에서 나무화석을 만져본다. 모든 시는 나무로부터 오는 것, 화석이 되어서라도 이 지구에 남을 수 있을까. 두번째 첫 시집이라고 말해본다. 내가 아직 쓰지 않은 것들이 그립다.
---시인의 말
열병합발전소
우렁차게 울려퍼지는 함구령이다
늦은 밤 성산다리를 넘어 맞닥뜨린 발전소는 거룩했다 뜻이 높은가 굴뚝이 높았다
예의 바르게 발언권을 청하는 오른팔이다 중생대부터 너를 그리워했다고 안에서 타는 말들을 정연하게 풀어놓아본 사람은 안다 나와 당신도 언젠가 화석연료가 되어 오백만 년 후의 밤하늘에 울려퍼질 것이라고
말은 말이 되지만 말이 되지 못한 것이 열병이 된다 열병과 열병이 모이고 열병이 뭉쳐 저리 타오른다 굴뚝은 열병을 장전하여 쏘아올리는 포신이다 말을 만들려고 더듬거리는, 내 입술을 가로막는 너의 검지손가락이다
쌍칼이라 불러다오
쌍칼,
그의 결투는 잔혹하다 어지간히 무거운 상대라도 높이 들어올리면 전혀 맥을 추지 못한다 지게차의 작업은 그렇게 냉정하다 일말의 동요도 없이 가장 낮은 곳으로 내려가 상대의 중심 깊숙이 두 개의 칼날을 밀어넣는다 아무 표정 없이 들어올린다 그의 무게중심을 흩뜨리지 않는다 그를 자신보다 높이 추켜올린다
쌍칼의 공격을 막아내는 것을 보지 못했다 완벽한 전술이다 그를 오래 보고 있으면 결투의 원리를 알 것 같다
내력벽
실평수 17.15평의 생에 기둥이 하나 서 있다 기둥은 안으로 들어와서 벽이 되어 서 있다
내 안으로 들어와 벽이 된 것 조금만 더 작았더라면 삶의 전용면적이 더 넓어질 수 있었을 것을
공연히 평수만 차지하고 있다 이 벽 이마로 쿵쿵 두드려본다 내 것이 아니면서 버리지 못했던 그리움들 잡아두려 했으나 나를 떠난 눈물들 일상의 문장 안에 자꾸 늘어만 가는 괄호들 이 자들을 밖으로 다 들어낼 수 있다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