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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의 밥상에는 슬픔이 없다

엄마의 밥상에는 슬픔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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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17년 11월 25일
쪽수, 무게, 크기 256쪽 | 404g | 150*220*20mm
ISBN13 9791156342366
ISBN10 115634236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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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소개 (1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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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가셔도 됩니다.”

곧 돌아가실 거라는 예고가 아니었다. 병원에서는 더는 해줄 일이 없다는 얘기였다. 아버지의 퇴원은 우리도 기다리던 바였다. 거의 움직일 수 없는 중증 환자들만 있는 병실에서 나는 못 볼 것들을 많이 보았다. 그것은 인간의 온기 없이 오직 죽음을 기다리는 어떤 정해진 절차와 같은 것이었다.

대부분 고령인 환자들은 하나같이 간병인이 보살피고 있었다. 기운이 남아 있지 않거나 의식이 희미하여 가족이 찾아오면 잠시 꿈틀하는 반응만 보이는 정도였다.

그 병실에 누워있는 모습만 봐도 병원에 오기까지의 과정이나 머무른 시간에 대한 상상이 가능했다. 간병인들은 대개 입이 무거운 편이어서 자신이 간호하고 나서부터 관찰한 특이사항과 그 환자에 관한 몇 가지 뚜렷한 사연 정도만 얘기했다. 그 정도는 알아야 잠시 자리를 비울 때 서로 봐 줄 수 있고, 보호자들이 왔을 때도 병실 분위기가 어색하지 않게 하는 데 도움이 된다.

반대로, 어쩌다 한 번 들이닥치거나 교대하러 오는 가족은 힘들고 괴로웠던 그 긴 시간을 토로하고 위로라도 받으려는 듯 서로 많은 이야기를 털어놓는다. 지금 가까이서 보살피는 사람이 제일 고생이 많다는 것을 입으로는 말하면서도 모두 할 만큼 했다는 식으로 도리와 책임의 굴레를 벗어나려 애쓴다. 그러다 결국은 먹고 싸는 원초적 문제까지 도달한다. 특히 배설에 얽힌 이야기까지 이르게 되면, 결국 인간이 얼마나 보잘것없는 존재인가를 생각하지 않을 수 없었다. 자신의 부모형제여서, 이제 온전한 사람이 아니어서, 사람은 다 똑같은 존재라는 깨달음을 얻어서, 아니면 그동안 병 바라지로 고생을 할 만큼 해서인지, 너무나 태연하게 그런 말을 주고받는 것이 자연스러웠다.

나는 그런 이야기가 나올 때면 슬그머니 자리에서 일어서곤 했다. 듣기 거북했다. 그런 이야기를 들으면 들을수록 퇴원을 서둘러야 했다. 뾰족한 수는 없어도 벌써 아버지를 그 단계로 밀어 넣고 싶지가 않았다.

확실히, 우리 가족이 아버지를 포기했기 때문에 병원을 나오는 것은 아니었다.

“이런 할아버지는 한 명이 돌볼 수도 없으려니와, 본인이 가족만 찾으니까요. 할머니도 몸이 좋지 않은 것 같던데 헛소리를 하면서도 할머니만 부르시더라고요. 성격도 보통이 아니신 것 같고…… 돈으로 될 수 있는 문제가 아니죠.”

같은 병실에 있었던 간병인들의 하나같은 말이었다.
---「이유 있는 선택」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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