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흔들리는 꽃속에 바람은 없었다

흔들리는 꽃속에 바람은 없었다

이든기획시선 -004이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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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17년 10월 25일
쪽수, 무게, 크기 136쪽 | 130*195*20mm
ISBN13 9791187833253
ISBN10 1187833258

목차 목차 보이기/감추기

저자 소개 (1명)

책 속으로 책속으로 보이기/감추기

저무는 해

산에서
들에서
바다에서
저무는 해를
본 적이 있는가
숭고한 마무리란
슬프거나 기쁘거나
참으로 아름답지 아니한가
눈 감지 않고도
어둠을 볼 수 있다는 것은
삶이 주는 깨달음
언제고 타는 듯한 아픔이었다가
시리도록 빛나는 아침인 것을
저무는 해는
또 덧붙는 나이 한 살에
숙연히 물드는 단풍 같은 것.

조직검사·1

아프다
눈물도 한 바가지
코피도 한 바가지
신음도 한 바가지
좁은 콧구멍을 비집고
깊숙이 카메라와 가위를 밀어 넣더니
생 살점을 뚝뚝 떼어 간다
어릴 적 고구마 감자 찔 때
김이 확 올라오던 가마솥 뚜껑을 밀치고
잘 익었는지
젓가락으로 꾹꾹 찍어 봤던 때가
참 경망스런 기억으로 떠오른다
궁금하면 확인하는 거지 뭐
견디면 지나가는 거지 뭐
자알 익어가겠지 뭐
내일은 바쁘다
바빠.

쓸쓸할 때

비가 내려 흥건히 젖어 있을 때
눈이 내려 소복이 쌓여 있을 때
그,
자작나무 숲길에 바람이 불 때
그곳에
내가 있거나
네가
없을 때.

시인

나는 시인이다
그럼에도
변변한 대표시 하나 없다
다들 나더러
시인이라 부른다
그럼에도
내 이름이 생소하다
길가 이름 모를 나무
나그네 지친 하루를 달래
그늘을 드리우듯
누구라도 한 사람
뙤약볕에 지친 그에게
시 한 줄 드리워
위로가 될 수 있다면
기꺼이
고뇌의 몰매를 견뎌보고 싶다.

봄이 오면

봄이 오면
맨발로 고운 흙 깔린 길을 걷고 싶다
굳은살 박인 발바닥 뚫고
가슴까지 들이밀고 올라올
기운찬 숨결을 느끼고 싶다
작은 바람에도 몸살을 앓는
들꽃들의 여린 손을 잡고
고통스레 고개 내민 세상
잠시 앓고 나면 가슴 벅찬 희망으로
봄을 노래할 수 있다고
기다림은 참으로 위대한 고통이라고
위로해주고 싶다.
봄이 오면
꽃향기 그윽한 사월 하늘에
한 편의 시가 되고 싶다.
--- 본문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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