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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의 상형문자

숲의 상형문자

b판시선-019이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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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17년 11월 20일
쪽수, 무게, 크기 167쪽 | 238g | 124*194*20mm
ISBN13 9791187036296
ISBN10 1187036293

책소개 책소개 보이기/감추기

목차 목차 보이기/감추기

저자 소개 (1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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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_상형문자

무너진 집, 돌담 옆에 주둥이를 잃어버린 항아리
물기 없는 흙바닥의 아가미처럼 헐떡거리는 아가리
병조각 널린 길에서 발가벗고 뒹구는 몸뚱이
벌레 먹은 세월이 엉겨 썩어 들어갈 때
책의 문을 열면 굴뚝새 한 마리 푸드덕 날아갔다
책 속으로 난 길은 하구의 강줄기같이 흩어지고
숲은 깊어 끝이 보이지 않았다
나뭇가지 사이 잎사귀를 뚫고 햇살 몇 가닥 들어와
큰 나무뿌리의 이끼에 맺힌 빗물의 잠을 깨웠다
이 숲 어디엔가 손길 닿지 않은 유적 묻혀 있지 않을까
숲길 저 안쪽 샘물 옆에서 아니면 바위 그늘에서
숲을 지키는 정령을 만날 수 있지 않을까
숲의 고래가 헤엄쳐 흘러 어디로 가는지
숲이 숨을 쉴 때 토해내는 안개의 양이 얼마인지
새벽이 숲을 깨울 때 무슨 밀어를 속삭이는지
숲을 지키는 사람을 만나 물어볼 수 있지 않을까
첫 열매를 떨어뜨린 새는 어디에서 왔는지
왜 열매는 흙에 뿌리를 내리고 손바닥을
꺼내 하늘을 향해 팔을 벌리는지
도대체 뿌리는 어디까지 파고들어야 마음을 놓는지
숲에서 버섯 따는 사람을 만나면 들을 수 있지 않을까
책 속으로 들어가 책과 책 사이로 난 길을 걸으면
멋대로 난 풀잎의 혓바닥이 종아리를 스치고
사금파리들이 발가락에서 피를 핥았다
손전등을 들고 더듬어보는 숲의 상형문자
입 꼭 다문 문자들이 눈을 깜빡거렸다


25_로베스피에르, 당통

고양이를 닮은 남자는 성량 큰 사람들 뒤에서 침묵을 지켰다
세상이 뒤집히자 정육점 앞치마를 두른 여자들이 감옥으로 몰려갔다
머리통을 잘라내 창에 꽂고 도시 한가운데로 돌아왔다
물정 모르는 폭군이 왕궁 밖으로 도망가다 붙잡혔다
왕궁의 안주인은 버르장머리 없는 말을 했다
꼿꼿이 서 있다 왕을 따라 목이 잘렸다
폭동이 폭동을 몰고 왔다
인플레이션이 먹을 것들을 띄워 올렸다
군중은 손을 뻗쳤으나 하늘로 솟는 빵을 잡지 못했다
굶주림의 시궁쥐가 하수구에서 튀어나와 도시의 골목을 점령했다
나라 밖 군대가 국경을 에워싸고 군가를 불렀다
고양이를 닮은 남자는 가난한 사람들을 찬양했다
도살용 칼을 든 여자들을 덕 있는 사람들이라고 불렀다
옷소매가 닳아 해진 덕들이 모여들어
고양이를 닮은 남자에게 함성을 질렀다
남자는 책상 위에 책 한 권을 놓고 읽었다
하숙집 2층 방 베갯머리에서도 읽고
개를 끌고 산책하다가 벤치에 앉아서도 읽었다
낡은 질서가 무너졌으니 신과 인간 사이에,
인간과 인간 사이에 새로운 계약이 놓여야 한다고
책을 읽은 남자는 엄숙하게 말했다
누런 머리털을 창백한 가발로 가리고서
가난한 사람들 속에서 자라는 덕의 힘을 받들었다
새로 지은 집을 따뜻하게 데우려면
탐욕, 사치, 불의를 쓸어 담아
덕의 아궁이에 처넣어야 한단 말이야
창백한 고양이는 군중이 주는 덕의 기운을 먹고 자랐다
덕의 힘으로 사나워진 고양이는 죄로 물든 짐승들을 심판했다
널따란 책상에 앉아 아궁이로 보낼 배덕자를 찍어냈다
오늘의 적들이 오라를 지고 어제의 친구들이 사슬에 묶였다
멧돼지를 닮은 사내가 사나운 고양이를 닮은 친구에게 말했다
깨끗한 옷을 고집하다 보면 피를 뒤집어쓰게 돼
병균이 한 점도 없는 세상을 만들려다가
세상 자체를 박멸하게 된다니까
그때는 덕이라는 것도 남아나지 않게 되지
넌 순수한 것만 사랑하다가 눈빛이 변했어
폭군 없는 세상을 세우려다가 폭군이 되고 말았어
사나운 고양이를 닮은 남자는 멧돼지를 닮은 친구의 목을 잘랐다
덕을 믿지 않는 놈은 가난한 사람들의 적이야
적을 받아줄 만큼 새 나라는 넉넉하지 않아
허술한 지붕에서 기왓장이 떨어지듯
모가지들이 댕강댕강 잘려 떨어졌다
눈에 핏발이 선 고양이는 배신의 냄새가 나는 짐승들을
닥치는 대로 잡아들여 공포의 제단에 올렸다
배어든 냄새건 묻혀온 냄새건 냄새가 난다는 것이 죄였다
언제 죽을지 모르는 시궁쥐와 들쥐들이 한밤중에 만났다
날이 밝자 들짐승과 날짐승 수백 마리가 고양이를 에워쌌다
발톱을 세운 고양이는 의사당 연단에 올라
발뒤꿈치를 들고 작은 목에 힘을 주었다
시궁쥐와 들쥐가 세상을 다시 하수구로 만들려 한다고 외쳤다
짐승들의 함성이 고양이의 하얗게 질린 목소리를 눌렀다
배고파 지친 군중은 덕의 변호인을 못 본 체했다
늘어진 고양이 목에서 피가 쏟아졌다
들쥐와 시궁쥐들이 피에 주둥이를 박았다
--- 본문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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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의 상형문자??는 이성의 방언 내지는 로고스의 사생활을 노래하고 있다. 시인은 저 이성의 언어들을 시제 불명의 거처로 서슴없이 불러내 주술로 읊조린다. 이 시집이 인류가 쌓아온 지성과 지성사를 신화적 언어로 재구성하고 있다는 뜻이다. 스핑크스에게 쟁기를 지워 언어와 상상력의 들판에서 밭갈이를 하게끔 하는 일 따위도 무시로 출몰하고 있다.
진작부터 고명섭에게 오면 니체는 끓는 강물과 같고 이데아는 도리어 도깨비불을 품고 배회하곤 했다. 그는 현실과 지성의 세계 사이에서 싸우면서 황홀하게 충전되어 왔던 시인이다.
??숲의 상형문자??에 이르러 한국어는 뜨거운 운율을 품은 지성의 상형문자를 얻게 되었다. 모든 번뇌는 액체이고, 사유와 고뇌가 후비고 간 자리에는 상형이 남는다. 이것은 그 액체로 찍어 쓴 비의 가득 찬 기록이다.
서해성(소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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