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야기는 빛과 같아요. 우리의 눈을 밝게 해주고, 길을 인도해주고, 두려움을 쫓아내 주니까요. 잘 짜인 이야기들은 우리의 삶을 이전보다 더 나은 모습으로 인도해줍니다.”
스테파니 래프는 은유의 대가이다. 전문 스토리텔러로서 수년간 강연을 다니고 글을 쓰며 이야기의 힘과 유연성을 연마한 그녀는, 첫 번째 책 『나의 자존감, 안녕한가요 The Ravenous Gown』를 통해 2016년 스토리텔링 어워드에서 Storytelling World Award를 수상하기도 했다. 그녀의 글은 울림과 재치를 담고 있는 동시에 생생함이 가득해서, 독자들은 그녀의 이야기를 ‘읽는’ 데 만족하지 않고 ‘듣고’ 싶은 기분마저 느끼게 된다.
역자 : 윤경미
경북대학교 영어영문학과를 졸업하고 출판사에서 편집자로 일하다, 문득 출판번역에 이끌려 번역가로 활동 중이다. 다양한 분야의 책에 관심을 갖고 있으며, 많은 이들의 인생에 양분과 자극이 되어줄 새로운 책을 소개하고 싶은 바람이 있다. 옮긴 책으로는 『캘리그라피로 다시 만나는 예언자』, 『인생의 서른 가지 질문에 대한 해답』, 『왜 똑똑한 사람들이 헛소리를 믿게 될까』, 『멋지게 나이 드는 법 46』, 『아이의 실행력』, 『기업 혁신의 리더십』, 『내가 만난 유령』 등이 있다.
공주는 빵 조각을 자신의 입으로 가져가지 않고 드레스 소매 속에 쑤셔 넣었다. 말랑한 치즈는 드레스 상의에 문지르기 시작했다. “맛있게 드세요, 내 예쁜 드레스님.” 공주가 우아한 미소를 머금고 말했다. “이 무슨 해괴한 짓입니까?” 이웃 나라 왕이 더는 참을 수 없다는 듯이 외쳤다.
마침내 공주가 입을 열었다. “저와 일행은 이곳으로 오던 중에 용의 공격을 받았습니다. 제 수행원들을 구하기 위해 용과 싸우는 과정에 꼴이 엉망이 되었죠. 드레스는 검게 그슬리고 머리 모양은 망가진 데다 구두를 질질 끌게 됐으니까요. 제가 그런 몰골로 이곳에 나타났을 때 여러분들은 저를 거들떠보지도 않았습니다. 결국에는 주방으로 쫓겨나게 됐고요. 그때 저는 깨달았습니다. 이 연회에 초대받은 것은 제가 아니라 좋은 옷이라는 사실을요. 그러니 음식을 대접받아야 할 쪽은 제가 아니라 이 옷이 아니겠습니까.” ---「Day 1. 배고픈 옷」중에서
좁은 시야에서 벗어나기
“말도 안 돼! 내 멋진 코가 방해가 되다니.” 그는 다시 키스를 시도했지만 역시나 소용이 없었다. “내 코는 우월함의 상징이라고. 난 특별한 왕자란 말이다!” 왕자가 소리쳤다. ---「Day 2. 왕자님 코는 바나나 코」중에서
말에서 시작되는 마법
“이제부터 너는 내 전용 들쥐가 될 거다. 알겠니?” 여자가 노래하듯 읊조렸다. 공주는 그 말에 대답하듯 옹알거렸다. 그러자 공주의 고운 금빛 머리칼이 서서히 들쥐의 털처럼 억센 회갈색으로 변했다. 마녀의 저주가 실현된 것이었다. ---「Day 3. 얼굴이 변하는 공주」중에서
나를 지키며 관계를 맺는 힘
순간 나는 필사적인 마음으로 날이 선 재봉 가위를 치마 속에 미끄러뜨리고는 발뒤꿈치에 튀어나온 살을 가위로 싹둑 잘라버렸단다. 타는 듯한 고통이 온몸에 퍼졌지만 나는 아픔을 꾹꾹 눌러 참고 웃으며 말했지. ‘제 발에 맞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