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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의 순간들에 우아한 쉼표를 찍다

일상의 순간들에 우아한 쉼표를 찍다

: 주부 공감 에세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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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17년 12월 05일
쪽수, 무게, 크기 248쪽 | 312g | 140*210*20mm
ISBN13 9791158770372
ISBN10 115877037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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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례사가 끝나고 양가 부모님에게 인사하는 순서가 되었다. 아이는 가만히 지켜보다 또 궁금한 것이 생겼나보다.
“엄마, 그럼 저 남자는 아빠가 되고 여자는 엄마가 되는 거야?”
“응, 맞아.”
“그럼 결혼하면 지금 배 속에 애기 있어?”
“음…… 아니. 아마 결혼하고 조금 이따가 생길 거야. 서로 사랑하면 아기가 생기게 돼.”
나는 6세가 된 남자아이는 성교육을 어디까지 받는 게 좋은 건지 잠시 고민하며 대답했다. 그러자 내 사랑스러운 아이는 또 한방을 던진다.
“그럼 엄마도 사랑했겠네? 아빠.”
그렇다. 우리도 여느 연인들처럼 애틋하게 사랑했었다. 하루 동안 무엇을 하며 지내는지, 어떤 생각을 하고 있는지, 무엇을 좋아하고 싫어하는지 궁금해하고, 나를 왜 좋아할까 얼마만큼 좋아할까 매번 확인하며 그렇게 사랑했다. 비록 지금은 그때의 애틋함도 호기심도 남아 있지 않지만, 대신 다른 것이 생겼다.
“여보, 오늘 반팔 입어야 될 날씨야. 완전 더워. 우리 오늘 대판한다. 자기 오늘 조심해라.”--- p.39~40

한번은 답답한 마음에 정리수납 전문가를 초빙한 적이 있다. 정말로 이용할 생각은 아니었고, 견적을 받으면서 우리 집이 어떤 상태인지 상담을 받아보고 싶어서였다. 전문가니까 이 많은 짐들을 어디에 어떻게 놓아야 가장 깔끔해 보일지 단박에 알아차리겠지. 전문가는 집에 들어서자마자 딱 잘라서 말했다. “버리지 않으면 의미가 없어요.”
세상의 모든 일은 버리는 것에서 시작된다. 비단 물건만 그런 것은 아니다. 마음도 그렇다. 비워진 마음에는 새로운 것들이 찾아든다. 괜한 기대감이나 욕심을 버리면 의외로 기쁜 결과가 나온다. 내게 있어서는 고질병인 조급함과 강박증도 버리기만 하면 평안이 온다. 그것이 어려워서 그렇지. 신기하게도 공간과 마음은 이어져 있어서 서로 영향을 준다. 쓰지 않으면 정리가 안 되는 내 머릿속만큼 우리 집도 딱 그만큼 어지럽다. 우렁 각시가 나타나 싹 정리해준다 한들 고치기 어려운 본디의 성격대로 집의 얼굴도 금세 바뀌어버릴 것이다. 그래서인지 청소로 스트레스를 푸는 사람이 의외로 많다. 깨끗하게 청소하고 정리된 공간에 앉아서 커피 한잔 마시면 내 삶이 질적으로 상승하는 기분이 든다.--- p.163~164

나는 원래부터도 혼자인 시간이 필요한 사람이었지만, 아이가 태어나자 ‘혼자’의 중요성을 그야말로 뼈에 사무치게 깨달았다. 24시간을 작은 방에 아이와 둘이 앉고 누웠다. 힘겹게 아이를 재우고 행여나 툭 하는 소리에도 깰까 싶어 아이 옆에 살며시 쪼그려 누우면 어둑어둑한 집 안의 공기 속에서 벽시계의 초침 소리만 째깍째깍 울렸다. 저 시계가 몇 바퀴쯤 돌면 내 처지가 나아질까. 그런 생각들을 한 것 같다. 그러다가도 다시 드는 생각은, 처지가 나아지고 자유가 있으면 어쩔 건데? 하고 싶은 일이라도 있니? 새근새근 잠든 소중한 아이와 함께하는 것보다 더 중대한 일이란 대체 무엇이기에?
‘OO엄마’라는 호칭이 내 이름으로 자주 쓰이게 될 줄 알았다면 아들 이름을 지을 때 내 이미지와도 좀 고려를 해볼 걸 그랬다. 그러나 그때 나는 상상하지 못했다. 수많은 출산 후기와 육아일기에 가장 많이 등장하는, ‘배 속에 있을 때가 제일 편했다.’라는 문장을 보면서도, 나는 그렇게 살지 않을 거라고 믿어 의심치 않았다. 나는 아이한테 올인하는 부모는 되지 않을 거야, 아이를 키우면서도 내가 하고 싶은 일을 할 거야.
--- p.215~2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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