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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른꽃 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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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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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행일 2017년 11월 25일
쪽수, 무게, 크기 136쪽 | 182g | 크기확인중
ISBN13 9791187413813
ISBN10 118741381X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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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소개 (1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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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른꽃 편지

가을 아침으로부터 온 편지는
당신 손을 놓쳐버린 그리움으로부터입니다
오지 못할 거리에 서 계신 당신은
가을바람에 박힌 몽근 별입니다

세월의 강 너머 굽이굽이 꽃길 따라
한 점 흔적도 없이 사라지셨어도
내 기억 곳곳마다 켜켜히 쌓인 당신은
멈출 듯 멈추지 않게 흔들리는 바람꽃입니다

막새바람 부는 날,
가을 호수에 절여진 달처럼
아득히 먼 능선을 맨발로 넘었을 당신 생각에
얼룩진 상처로 말더듬이가 되어버렸습니다

당신 떠나던 그날은 여우비 내렸습니다
겨우 봄꽃만큼 머물다 가신 당신으로 인하여
애물단지 그리움의 독(毒)은 깊어만 가고
아스라히 먼 길 기다리며 차라리 병이 된다 해도,

가을 하늘 고즈넉한 저녁에
당신에게 마른꽃 편지를 쓰나니
그대 가신 길, 얼마나 멀게 혹은 가깝게
이운 꽃처럼 애저린 내 사람이여


11월

생살 도려내듯 바람이 불었고
파리한 별 하나 사선으로 떨어졌다
당신은 편도 마지막 기차에 몸을 실었다
차창 밖으로 보이는 11월의 수척한 하늘, 당신도 보았을까
당신을 보내야 한다는 건 가혹한 형벌이었다
굽이굽이 참 멀리도 떠나갔다
당신의 하루하루에 발맞추어 살다가 나는 갈 길을 잃었다

당신과 나의 경계는 분명해졌다

깜깜한 절벽 앞, 안개와 구름 사이로
못다한 이야기 천 개의 혀만큼 남았다
하루하루 깡마른 갈비뼈로 저 먼 세상 바라보며
죽음의 지경을 맞이하는 날벌레 같다, 나는

무상한 세월의 흐름 속에서 또다시 11월이 왔다
해풍에 몸을 말리듯 백골을 증발시키고 있는 나는
소금기 가득한 눈물 떨어뜨리고
숨 쉬는 모든 것들이 아프다

11월에 떠난 기차는 영원히 돌아오지 않을 것이다
우리의 이야기는 여기서 끝이 났다
그립다는 말들도 함부로 내뱉을 수가 없다
그리움의 나이테만 뱅글뱅글 채우고 있을 뿐이다

당신의 미소는 여전히 봄날의 햇살처럼 남았다
어느 봄날의 꽃보다 더 곱게,
곧, 모란은 또다시 흐드러지게 피어나겠지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
어떤 일이 있었냐는 듯

우리의 이야기는 다 지난 일이 되었다


달의 통증

그녀에게 마지막 해줄 수 있는 것은
한 삽의 흙뿐이었다
그리고 그녀와 나의 경계는 분명해졌다는 것,

생에 대한 두려움이 열병처럼 생겼다
가파른 절벽에 선 외로움이 보였다

그녀가 없는 곳, 어느 곳에서든 이방인이다

달에 취해 걸어봐도 그리움은 낡지 않고 또렷하다

달과 달이 호수에 닿았다
그녀와 나처럼,
그녀의 등은 서러움만큼 깊고 차다

깜깜하다
청반달 냄새가 짙다
--- 본문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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