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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시 유혹, 와인 향기

도시 유혹, 와인 향기

[ 양장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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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17년 10월 01일
판형 양장?
쪽수, 무게, 크기 199쪽 | 298g | 125*195*20mm
ISBN13 9791196170400
ISBN10 11961704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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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의 광화문이다. 지미Jimmy는 영국에서 왔다.

“영주야, 우리 이거 마시장.”
나는 와인을 꽤 안다. 이것은‘샤또삐숑롱그빌바롱1999Chateau PichonLongueville Baron 1999’이다. 나는‘내가 아는 좋은 와인’을 건네받고는 기쁨을 감추지 못한다. 1999년이면 지금으로부터 18년의 세월을 보낸 와인…. 전형적인 보르도블랜딩이다. 묵직하고 강한 스타일의 레드 와인. 이렇게좋은 와인을 마시면 흥분을 감추지 말고 멋진 말들을 늘어놔야 한다. 와인 잔에 후광이 비춰진 채로 말이다.
‘이 와인은 마시고 난 후에 잔향이 오랜 여운을 남기는데,그 여운 속에는 강한 가죽 향과 중독적인 시가 향이 부드러운 타닌 속에 배여 있다. 영국 남자의 상징 같은 파이프 시가향이 어울리면서도‘본능적인 끌림’을 이끌어내는 가죽 향이잘 어우러진 이 와인은 20년쯤 지나 세상에 나오는 순간 장미향을 내뿜으면서, 도드라지는 멋진 시가 향을 유혹할 것이다. 나는 오늘 그녀를 이 와인으로 유혹하리라….’
지미가 나를 위해 이렇게 좋은 와인을 오픈한 것이다. 나는 나름의 유혹의 의미를 찾고 있었을지 모른다. 하지만“와인향… 너무 좋다”라고 짧게 한마디 했다.
우리는 지금 무언가 조급하다. 와인병과 와인 잔을 테이블 위에 급하게 던져놓았다. 거친 숨에 넘어질 것만 같다. 우리는 빨리 낭만을 안아야 했고, 오늘 내가 만족스럽게 골라입은 옷과 액세서리들을 지미도 느끼면서 하나씩 만져주길 바라고 있다. 하지만 그러기에는 내 마음이 너무 급했다. 이제 이런 것들은 빨리 벗어 던지고 지미의 가슴이 만지고 싶을 뿐이다.
“그힐, 벗지 마. 지금 이대로가 좋아.”
스텝의 턴을 바꿔 그는 뒤에서 나를 안아주었고, 나는 더자세히 지미의 심장의 피가 거꾸로 솟고 있는 것을 느낄 수있었다. 나는 신고 있는 하이힐을 더 높이 들려고 발끝에 힘을 주었다. 그리고 조금 더 가슴을 내밀고 한껏 그의 당김을느낀다. 그가 한 번씩 키스를 할 때마다 그의 가슴도, 단단해진 허벅지도 내 것이 되었다.
“너, 너무 맛있어.”

--

“기다려 벤.”
이 남자는 청담동의 한 갤러리에서 한도 없는 카드로 한방에 서울을 샀다. 그는 도시가 주는 당연한 개성이 좋았고,시끄러운 가운데 고독이 좋았다. 그냥 외로우면 안 된다.
시끄럽고 외롭길 바란다.

--
나는 서울역을 잘 안다.
나는 서울을 좋아한다.
그리고 나는 도시를 배우고 싶다.
서울의 묵직한 먼지와 열정의 소음 속에서 나는 시간여행자가 된다.
첫 잔에 형님께 충성을 다하는 양이 되었고, 둘째 잔에전집 이모님께 막걸리 좀 더 내오라고 호통을 칠 수 있을 만큼 무서울 거 없는 용감한 호랑이가 되었다. 셋째 잔에는 형님 앞에서 재롱을 떠는 원숭이가 되었다.《탈무드》에 나온철학에 공식이 있다면 네 번째 잔에는 마시고 토하면서 뒹구는 돼지가 되어야 한다. 그렇게 난 돼지처럼 술을 마셨고, 몸을 가누지 못한 채 오늘 아침 서울역 길바닥에서 자고 있었던 것이다.
--- 본문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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