염소자리 결단의 주간에 태어난 사람. 연식으로 보나, 외모로 보나, 온갖 삶의 환경을 고려해 보나 현재가 내 생애 최고의 시절이라고 믿는다. (항상 그래 왔듯이.) 낯설고 물 설은 타국살이 3년째. 강렬한 자국어 결핍증에 걸려 쓰는 일을 시작해 ‘치노’라는 필명으로 연애 소설 창작실, 로망띠끄, 노벨리스트 등에 연재활동을 했거나 하고 있다. 농염한(?) 여자들의 모임 ‘엘렉시르’의 멤버이기도 하다.
12월 6일.
100이라는 숫자말곤 아무것도 생각할 수 없어. 오늘 날씨가 어땠더라?
우리 부모님 세대, 아니면 그 이전부터 끈질기게 내려온 백일 기념이란 마력의 날짜. 드디어 내일이네.
실감이 안 나. 한 발자국 떨어져 TV 속의 일을 보듯 바라보던 네가 내 남자친구가 되었다는 사실도, 그런 네가 이렇게나 많이 좋아졌단 사실도, 내일이면 우리가 벌써 백일이 된다는 사실도.
앞으로 수없이 많은 백일들을 맞고 싶다고 생각한다면, 날 욕심꾸러기라고 부를래?
백일, 진심으로 축하해. 우리 둘 모두에게.
정말 고마워. 못되고 차갑던 날, 잊어버리지 않아 줘서.
그렇게 상처 줬는데 지우지 않아 줘서.
윤혁아.
널 정말, 많이 좋아해.
내일이면 이 다이어린 너한테로 가 있겠지. 조금 부끄럽지만, 하루도 빠지지 않고 널 생각한 흔적을 남기고 싶었어. 떨린다. 이걸 본 네가 뭐라 할지.
유치하다고 웃으면 안 돼. 알았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