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에서 깨버린 새벽 다시 잠이 오지 않아 뒤척이다가 생뚱맞게 김혜수의 행복을 빌고 있는 건 인터넷 메인 뉴스를 도배한 김혜수와 유해진의 열애설 때문만은 아닌 거지 김혜수와 나 사이의 공통분모라곤 김혜수는 당연히 모르겠지만 신혼 초 살던 강남 언덕배기 모 아파트의 주민들이었다는 것 같은 사십대라는 것 그리고 누구누구처럼 이대 나온 여자 가 아니라는 것 정도지만 김혜수도 오늘 밤은 유해진과 기자회견 사이에서 고뇌하며 나처럼 새벽녘까지 뒤척이는 존재인 거지 그래도 이 새벽에 내가 주제 높게 나보다 몇 배는 예쁘고 돈도 많은 김혜수의 행복을 빌고 있는 속내를 굳이 밝히자면 잠 못 이루는 밤이 점점 늘어만 가고 오늘처럼 잠에서 깨어나는 새벽도 남아도는데 몽롱한 머리로 아무리 풀어봐도 뾰족한 답이 없는 우리 집 재정 상태를 고민하느라 밤을 새느니 타자의 행복이라도 빌어주는 편이 맘 편하게 다시 잠드는 방법이란 걸 그래야 가난한 식구들 아침상이라도 차려줄 수 있다는 걸 햇수 묵어 유해진 타짜인 내가 감 잡은 거지 오늘 새벽은 김혜수지만 내일은 김혜자 내일모레는 김혜순이 될 수도 있는 이 쟁쟁한 타자들은 알량한 패만 들고 있는 나와는 외사돈의 팔촌도 아니지만 그들의 행복이 촌수만큼이나 아득한 길을 돌고 돌아 어느 세월에 내게도 연결되지 말라는 보장도 없지 않은가 그러니 사실 나는 이 꼭두새벽에 생판 모르는 타자의 행복을 응원하는 속없는 푼수 행세를 하며 정화수 떠놓고 새벽기도 하는 심정으로 나의 숙면과 세 식구의 행복을 간절히 빌고 비는 사십 년 묵은 노력한 타짜인 거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