맥주 대신 콜라를 마시면서 속이 시꺼매 다행, 이라고 중얼거린 말이 그녀 짧은 스커트 밑을 구르며 오소소
태어나는 순간 싹둑, 잘린 것은 탯줄이 아니라 꼬리였는지 몰라요 매번 기차보다 심하게 몸을 덜컹거렸지만 날개를 꺼내진 못했죠 바람은 쿡, 쿡쿡 썩은 나뭇가지로 제 눈이라도 찔러 뿌리를 내리고
달을 달걀처럼 깨뜨려보고 싶은 밤이에요 못 견딜 정도로 외롭진 않았지만 지루했었죠 천식을 앓는 아버지 아랫도리를 지키는 어머니처럼, 바늘로 사타구니를 꿰매야겠어요 혀라도 깨물면 반짝, 지붕 위로 던진 사랑니 하나라도 건질 수 있을지 몰라요
그래요 썩은 이빨을 금으로 덮어씌우는 일이라고 말하진 마세요 사랑은 늙은 지붕 위의 여우비처럼 몸과 함께 태어나지 못한 시간들의 혼잣말인 줄 당신 또한 까맣게 몰랐죠
짝짓기가 아니죠, 사랑은 자작극이에요
치약의 완성
칼잠 자는 엄마, 다물어지지 않는 입안 가득 누이가 끓인 라면이 부글부글
칼이 잠시 눈을 감길 순 있겠지만 부서진 쪽문 같은 저 입을 긋기엔 좀더 거친 울음이 필요하다는 듯
아버지는 다짜고짜 허리부터 꾹 눌러 짰죠 구겨진 와이셔츠 바람의 큰형이 눈을 동그랗게 떴고 한 번 더 꾹 눌러 짜자 작은형이 그리고 마침내 내가 똥 마려운 강아지처럼 엉겁결에 뛰쳐나왔죠 발끝에서 머리끝까지 꾹꾹 쥐어짰을 거예요 누이는 치마가 찢어진 채 기어나와 시들시들 자주 아팠죠 쉿! 이건 심증은 있지만 물증이 없는 우리 집 텃밭 이야기, 엄마 혼자 밭을 매는 동안 아버지는 욕실에서 고함을 질렀죠 치약이 다 떨어졌다며 허리 쭉 찢어발긴 튜브를 집어던지곤 치카치카 양치질을 했죠
참 상쾌하고 개운하게 사셨죠 아버지는 자다가도 벌떡, 일어나 이를 닦았고 엄마는 이를 갈았죠 그리하여 나는 몰두하게 됩니다 아버지가 되는 일에 대하여, 금을 뒤집어씌운 아버지 이빨 사이에 낀 개돼지들과 칫솔을 나눠 쓸 수 있는 방법에 대하여
얘야, 이빨을 고분고분 썩힐 수 있는 치약은 없는지 몰라 닭 대신 악어새를 키우면 되잖아요
아버지에게 찢어발겨진 엄마가 숨통을 쥐어짜는 동안 나는 의심하게 됩니다 밤새 양치질을 해도 이빨 사이에 낀 새 울음소리를 긁어내거나 읍내 金마담 스커트 밑에 심어놓은 쥐똥나무 향기를 닦아낼 수 없는 불소치약의 효능에 대하여
마침내 이쑤시개를 들고 쳐들어갑니다 치카치카, 우리 아버지 물고 있던 칫솔 내려놓고 식탁에 오르실 시간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