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징과 돌의 노래 세트

징과 돌의 노래 세트

[ 전3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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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17년 11월 30일
쪽수, 무게, 크기 952쪽 | 150*205*60mm
ISBN13 9791185346540
ISBN10 11853465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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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은 땅거미가 내려앉기 시작한 구안정을 바라보았다. 현판은 왕희지 못지않은 필체로 장엄하나 건물의 몸체는 한낱 토막에 불과한 운곡의 사랑방. 저곳에서 회초리를 맞았고 글을 읽었고 화로 속에서 익은 군밤도 까먹었다. 아버지 같고 할아버지 같았던 운곡은 그때도 해소를 앓고 있었다. 운이 산채를 떠나며 하직 인사를 올리자 요란한 기침 끝에 운곡이 말했다. 집을 찾지 못하겠거든 네 스스로 집이 되라고…….
---「인연」중에서

“네 답을 다시 듣고 싶다. 홀로 짐 지려 하지 말고 나누어다오. 나는 네 짐을 함께 질 준비가 되어있다.”
온요는 얼굴을 굳혔다. 짐을 나누자고? 짐이 무엇인지 제대로 알지도 못하면서? 운은 정지상 대감의 아들이다. 혈통이 끊는다 마음먹었다고 끊어지는가. 운은 운의 길을, 온요는 온요의 길을 가야 한다. 그것이 순리다. 모두에게 이로운 길이다. 마음을 주는 것과 짐을 나누는 것은 다른 문제다. 온요가 입을 열려 하자 운이 가로채 말했다.
“지금 답하지 마라. 재촉하지 않겠다. 두 달 후가 아니어도 괜찮다. 네 마음이 정하는 때를 기다리겠다. 가벼이 듣지 말고 충분히 고민해본 뒤 답해다오.”
운이 굳은 눈빛으로 다시금 동의를 구했다. 그의 청을 어찌 가벼이 들을 수 있을까. 가벼워서가 아니라 바위처럼 무거워 말문이 막힌다.
---「변곡」중에서

온요 차례가 되었다. 온요는 언제 꺾어왔는지 꽃 한 묶음을 묘 앞에 놓았다. 노란 꽃술에 하얀 꽃잎을 종종 매단 이름 모를 들꽃들이 등롱처럼 봉분을 밝혔다. 매무시를 만져 단정히 한 온요가 부복하여 절했다. 그녀가 절할 때마다 하얀 장의 아래 두른 노란 치맛자락이 꽃봉오리처럼 부풀었다. 어여뻤다. 아니, 어여쁘다는 말로는 부족했다. 돈후는 온몸 가득 뿌듯하게 차오르는 뜨거운 기운에 숨이 가빠졌다.
드디어 찾았다. 막막했던 바다에서 돛보다 선명한 부표가 떠올랐다. 어둠뿐인 벌에 태양보다 밝은 횃불이 나타났다. 저 여인이다. 저 여인만 있으면 된다. 넘어야 할 파도가 높겠지만, 치워야 할 장애물이 많겠지만, 저 여인만 있으면 갈 수 있다. 저 여인을 내자로 맞이한다면 허울뿐인 반편이 생도 온전해질 수 있으리라.
---「순어」중에서

온요는 덕우를 향해 한 걸음 다가섰다. 그러고는 덕우의 두툼한 손을 잡고 말했다.
“아재, 제가 전장에 가려는 것은 운 도련님 때문만은 아니에요. 생전에 운곡 아버지가 그러셨잖아요. 남이 필요로 하는 것은 내 것이 아니라고. 그렇게 다 내주신 덕분에 우리가 살 수 있었잖아요. 저는 아버지의 딸이에요. 의술도 아버지께 배웠고요. 저는 제 의술이 필요한 곳으로 가겠어요.”
---「함락」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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