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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들
김옥수 | 비꽃 | 2017년 12월 04일   저자/출판사 더보기/감추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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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17년 12월 04일
쪽수, 무게, 크기 272쪽 | 422g | 152*224*20mm
ISBN13 9791185393483
ISBN10 118539348X

책소개 책소개 보이기/감추기

저자 소개 (1명)

책 속으로 책속으로 보이기/감추기

200년 전쟁을 치르는 동안, 도로는 모두 파괴되고 잡초만 가득 자라서 녹색 정글에 막혀, 모든 도시가 고립된 채 살아가야 한다는 게 처음에는 누구나 불편할 터이니 말이다. 하지만 뭘 어쩌겠는가? 인간도 꼬리가 처음 떨어진 다음, 꼬리 없이 파리를 쫓아내는 방법을 정말 어렵게 배우지 않았겠는가! 처음에는 꼬리가 없어서 정말 아쉽지 않았겠는가! 하지만 지금은, 여러분은 꼬리가 달린 자신을 상상할 수 있겠는가? 혹은, 옷 없이 벌거벗은 채 거리를 돌아다니는 자신을 상상할 수 있겠는가? (여러분이 ‘옷’이란 걸 입는다면 말이다.) 나도 마찬가지다. 나는 ‘녹색 담벼락’에 갇히지 않는 도시를 상상할 수 없다. 모든 걸 시간표에 따르지 않는 생활을 상상할 수 없다.


초등학교에 다닐 때 우리는 (어쩌면 여러분도) 고대부터 내려온 가장 위대한 문학을, 기념비적인 문학을, ‘열차 시간표’를 모두 읽었다. 하지만 이걸 우리 ‘시간표’와 나란히 놓고 보라. 다이아몬드 옆에 놓은 석탄 같지 않은가! 둘 다 원소는 똑같은 탄소지만, 다이아몬드는 영원히 투명하게 반짝이지 않는가! ‘열차 시간표’를 읽다 보면 누구든 숨이 가빠질 수밖에 없다. 하지만 우리 ‘시간표’는! 아아, 우리 ‘시간표’는 우리 한 명 한 명을 강철 같은 존재로 만들어주지 않는가! 대서사시에서 노래하는 ‘바퀴 여섯 개 달린’ 영웅으로 만들어주지 않는가! 매일매일 아침마다 바퀴 여섯 개처럼 정확히, 똑같은 시간 똑같은 순간에 우리 모두, 수백만이, 하나처럼 일어나지 않는가! 똑같은 시간에 수백만이 일터로 일제히 나아가서 작업하고, 일제히 끝내지 않는가! 수백만이 한 몸처럼 움직이며, 똑같은 순간에, 시간표에 적힌 대로, 우리 모두 숟갈을 입에 넣지 않는가! 똑같은 순간에 우리 모두 산책하고, 공회당에 가고, 강당에 가서 테일러 연습하고, 집에 가서 잠자고……


어제 하루는 화학자가 불순물을 거르는 여과지 같았다. 부유물은 모두, 불필요한 건 모두 여과지로 걸러냈다. 오늘 아침은 모든 걸 투명하게 걸러낸 기분으로 아래층에 내려갔다.
아래층 현관에는 여성 관리인이 책상에 앉아, 번호가 들락거릴 때마다 종이에 기록하며 시계를 힐끗 쳐다본다. 이름은 U…… 번호는 언급하지 않는 게 좋겠다. 속마음이 그대로 튀어나올까 두려우니 말이다. 하지만, 기본적으로, 꽤 존경스러운 중년 여성이다. 내가 싫어하는 건 딱 하나, 축 처진 뺨이 생선 아가미처럼 보인다는 거다. (그런데 이게 왜 신경에 거슬릴까?)
U가 펜을 끄적이고, 나는 종이에 적힌 나를, D-503을, 그리고 옆으로 번진 잉크 얼룩을 본다.
내가 잉크 얼룩을 지적하려고 할 때 U가 머리를 들어서 잉크 얼룩 같은 미소를 뚝뚝 떨어뜨린다.
“편지가 왔어요. 네, 나중에 받을 거예요, 그럼요, 그럼, 확실히 받을 거예요.”
편지가 오면 U가 먼저 읽은 다음, ‘보호단’ 사무실을 거쳐(이렇게 자연스러운 절차까지 여러분에게 설명할 필요는 없으리라), 12시 이전에 내 손으로 들어온다는 걸 나는 잘 안다. 하지만 잉크 얼굴 미소가 신경에 거슬린다. 뚝뚝 떨어지는 잉크 방울이 ‘나’라는 투명한 용액을 뿌옇게 물들인다. 얼마나 심한지, 나중에 ‘완전체’ 제작 작업에 집중할 수 없을 정도였다. 계산 착오까지 저질렀다. 예전엔 이런 적이 한 번도 없었다.
12시, 다시 분홍빛이 감도는 갈색 아가미, 마침내 편지가 내 손에 들어온다. 지금 생각하면 그 자리에서 안 읽은 이유를 모르겠다. 어쨌든 나는 그걸 주머니에 넣고 방으로 걸음을 재촉했다. 그래서 편지를 꺼내 쭉 읽은 다음, 자리에 앉았다…… I-330이 나에게 등록했으며, 따라서 오늘 21시까지 I-330 방으로 가라는 공식 통지서다. 밑에 주소가 있다.


나는 차갑게 변했다. 22시 반 이후에 거리에서 잡히면 어떻게 되는지 뻔하다. 광기는 바람처럼 빠져나갔다. 나 자신으로 돌아왔다. 그런 나에게 분명한 건 딱 하나, 나는 I-330을 증오한다, I-330을 증오한다, I-330을 증오한다!
작별인사도 없이 뒤도 안 돌아본 채, 나는 밖으로 뛰쳐나갔다. 계속 달리면서 배지를 황급히 달고, 승강기에서 누구든 마주칠까 두려워, 비상통로로 계단을 건너뛰며 달려, 텅 빈 거리로 뛰쳐나갔다.
모든 게 제자리에 그대로 있었다. 너무 단순하고 평범하고 정상이었다. 유리 주택마다 빛이 반짝이고, 유리 하늘은 창백하고, 밤은 꼼짝도 않는 녹색이었다. 하지만 내 몸은 차갑고 차분한 유리 안에서 피가 마구 들끓었다, 새빨갛게, 털북숭이로, 소리 없이 들끓었다. 나는 마구 달렸다, 숨을 헐떡이며, 안 늦도록.
급하게 끼운 배지가 느슨하게 변하는 느낌과 동시에 미끄러지며 인도 유리 판석에 쨍그랑 떨어졌다. 그걸 주우려고 허리를 숙이는데, 순간적으로 정적이 깔리더니, 뒤에서 뚜벅뚜벅 다가오는 소리가 들렸다. 고개를 돌렸다. 뭔가 어깨가 굽은 조그만 물체가 모서리 너머에서 조용히 사라졌다. 최소한 당시에는 그렇게 보였다.
나는 전속력으로 달리고, 공기는 왱왱대며 귀 끝을 스쳤다. 입구에서 멈췄다. 시계는 22시 반 1분 전을 가리켰다. 귀를 가만히 기울였다……뒤에 아무도 없다. 터무니없는 환상이, 독약 효과가 분명했다.
그날 밤은 고문이었다. 몸을 누인 침대가 둥둥 떠서 사인곡선을 그리며 밑에서 올라오다 내려가고 다시 올라오길 되풀이했다. 나는 나 자신에게 따졌다, 모든 번호는 밤에 잠자야 한다, 이건 의무다, 낮에는 일하는 게 의무인 것처럼. 밤에 안 자는 건 범죄다…… 그래도 잠잘 수 없었다.
나는 죽어가는 중이다. 나는 ‘한 국가’에 대한 의무를 다할 수 없다……나는……


“아아, 책임자님이 어제 아파서 다행히 여기에 없는 동안, 정말 커다란 소동이 일었습니다.”
“소동?”
“네, 소동! 작업을 마무리할 즈음에 종이 울려, 모두 줄지어 나갔습니다. 그런데, 상상해 보세요 - 번호가 없는 사내를 경비원이 잡은 겁니다. 그자가 어떻게 들어왔는지 도무지 모르겠습니다. 사내는 ‘수술국’으로 끌려갔습니다. 그 이유와 방법을 이제 모두 끄집어내겠지요……”(이렇게 말하는 내내 맛난 미소가 가득.)
‘수술국’은 경험도 가장 많고 탁월한 의사들이 가득하며, ‘은혜로운 선생님’이 직접 관리한다. 여기에는 도구가 다양한데, 효과가 가장 좋은 건 그 유명한 ‘가스 종’이다. 기본적으로, 이건 예전에 학교 실험실에서 쥐 한 마리를 유리 단지로 덮고 안에 든 공기를 펌프로 조금씩 빼내는 실험과 똑같다. 하지만, 당연히, ‘가스 종’은 훨씬 완벽한 도구로, 온갖 가스를 사용한다. 조그만 쥐를 고문하는 것과 완전히 다르다. 그래서 고상한 목적에, ‘한 국가’를 안전하게, 다른 말로, 수백만이 행복하게 살아가도록 보호하는 목적에 사용한다. 5세기 전에 ‘수술국’을 처음 설치할 때만 해도 고대 고문국과 비교하는 멍청이가 많았는데, 이건 기관 절제술을 시행하는 의사를 노상강도와 비슷한 존재로 여기는 꼴이다. 양쪽 손에 칼을 들고 움직이는 건, 산 사람 목에 찌르는 건 똑같을지언정, 한쪽은 은혜를 베푸는 반면에 다른 쪽은 범죄를 저지르는 거다. 한쪽은 ‘+’ 표시고, 다른 쪽은……
논리 기계를 한 바퀴만 돌리면 모든 게 곧바로 나올 게 완벽하게 확실하다. ‘-’ 표시를 잡아내고 다른 것도 모두 끌어낼 게 분명하다 - 문에서 흔들리는 열쇠고리. 지금 막 닫은 건 확실한데, I-330은 이미 사라졌다, 어디에도 없다. 이건 논리 기계로 해결할 수 없는 문제다. 꿈? 하지만 오른 어깨에서 이상한 통증이 달콤하게 인다, I-330이 어깨에 기댄 흔적, 짙은 안개 속에서 바싹 다가와. “그대는 안개를 좋아하세요?” 그렇다, 나는 안개를 사랑한다…… 나는 모든 걸 사랑한다. 모든 게 단단하고 새롭고 놀랍다, 모든 게 선하다……
“모든 게 선하다.”
내가 커다랗게 말했다.
“선해요?
도자기 눈이 툭 튀어나온다.
“이게 뭐가 선해요? 번호 없는 자가 들어왔다면……그건 그들이 사방에, 우리 주변에, 늘 있다는 증거라고요……그들이 여기에서, ‘완전체’ 주변에서, 그들이……”
“그들이 누군데?”
“제가 어떻게 알겠어요? 하지만 저는 그들을 느껴요, 이해하세요? 늘 항상.”
“그렇다면 수술법 하나를 새로 발명했다는 말은 들었나, 상상력 절제술?” (이런 게 생겼다고 며칠 전에 내 귀로 직접 들었다.)
“네, 들었습니다. 하지만 그거랑 이거랑 무슨 상관이……?”
“내가 자네라면 당장 가서 수술을 부탁하겠어.”
뭔가 레몬처럼 시큼한 요리가 접시에 나타난다. 자신에게 상상력이 있을 수 있다는 암시에 착한 친구가 마음 상했다…… 아아, 일주일 전이라면 나라도 마음이 상했을 텐데……오늘은 아니다.


번호마다 손에서 파이프를 번뜩이며 불로 유리 벽과 모서리와 갈빗대와 선반을 자르거나 용접한다. 투명한 유리 괴물 기중기가 번호처럼 고분고분하게 유리 궤도를 따라 천천히 구르며 오르내려, 화물을 ‘완전체’ 몸속으로 운반한다. 모든 게 하나다, 인간처럼 움직이는 기계, 완벽한 인간. 무엇보다 고상하고 놀라운 ‘미’, 조화, 음악이다. 서둘러! 밑으로! 저들 옆으로 가자, 저들과 함께하자!
그래서 지금 어깨를 맞대고 그들과 함께 용접한다, 단단한 리듬에 몸을 맡긴다…… 정확한 동작, 단단하고 동그랗고 빨간 뺨, 거울처럼 부드러운 얼굴. 미친 생각이 사라진다. 그래서 거울처럼 매끈한 바다에 둥둥 뜬다. 편히 쉰다.
일꾼 한 명이 갑자기 나를 차분하게 바라본다.
“오늘 괜찮으세요?”
“괜찮아? 뭐가 괜찮아?”
“으음, 어제 안 나오셨잖아요. 뭔가 위험한 일이 일어났나보다 생각했답니다……”
환한 얼굴, 아이처럼 순진무구한 미소.
나는 피가 얼굴로 솟구친다. 저 눈빛을 보면서 거짓말할 순 없다. 그래서 침묵한다. 가만히 가라앉는다……
머리 위 승강구에서 동그란 도자기 얼굴이 하얗게 빛나며 들이민다.
“책임자님! D-503! 어서 올라오세요! 여기에 선반을 단단히 대야 하는데, 응력이……”
나는 끝까지 안 듣고 당장 올라간다. 비굴하게 단번에 도망친다.


“병이 심하군요! 영혼이 생긴 게 분명합니다.”
영혼? 고대에 사용하다 오래전에 사라진, 이상한 단어. ‘영혼을 일깨워’, ‘영혼 없이’라는 표현은 종종 사용해도, ‘영혼’은……?
“몹시……몹시 심각한가요?”
내가 중얼대자, 가위가 매섭게 자른다.
“치유 불가능.”
“하지만……도대체 그게 무슨 소린가요? 무슨 말인지……도무지 이해할 수 없군요.”
“으음, 가령……으음, 어떻게 설명하면 좋을까요?……당신은 수학자예요, 그죠?”
“네.”
“으음, 그렇다면 - 평면을, 표면을, 예로 듭시다, 가령, 이 거울 같은 거. 그런데 이 표면에 당신과 내가 있어요, 그죠? 우리는 눈을 가늘게 뜨고 태양을 봐요. 그리고 여기, 저 통 안에서 파란 전기 불꽃, 그리고 저기 - 비행기가 지나는 그림자. 모든 건 표면에 순간적으로 어려요. 하지만 이런 불투과성 물질에 열을 가해서 부드럽게 만들었다고, 그래서 더는 무엇도 안 미끄러진다고, 무엇이든 안으로, 우리가 어릴 적에 호기심 가득한 눈으로 살피던 여기, 거울 세상으로 들어간다고 상상해 보세요. 내가 장담하는데, 어린애는 바보가 아니랍니다. 평면에 부피가, 이제 몸뚱이가, 세상이 생겨서 이제 모든 게 거울 안으로, 당신 안으로, 들어가는 거예요, 태양도, 프로펠러가 빙글빙글 도는 회오리바람도, 당신이 덜덜 떠는 입술도, 다른 사람 입술도. 이해하세요? 차가운 거울은 반사해서 뱉어내지만, 이건 그대로 빨아들여, 무엇이든 흔적을 남기지요……영원히. 이해하겠습니까? 어떤 사람 얼굴에 순간적으로 희미한 주름살이 생기면 그게 당신 내면에 영원히 남는 거예요. 예전에 조용한 곳에서 물방울 떨어지는 소리를 들었는데, 지금도 그 소리가 들리는 거예요……”
“맞아요, 맞아, 정확히……”
나는 종이 손을 잡았다. 지금도 들렸다 - 수도꼭지에서 세면대로 천천히 떨어지는 물방울 소리. 그리고 깨달았다, 이 소리는 영원하다는 걸.
“하지만 영혼은 갑자기 왜, 왜 나오나요? 나는 지금까지 영혼이 없었는데, 갑자기……왜……아무도 없는 영혼이 왜 나만……?”
나는 종이 손에 훨씬 힘껏 매달렸다. 생명줄이 사라질까 무서웠다.
“왜요? 그럼 당신은 어깨뼈가, 날개 뼈대가 있는데 깃털이나 날개는 왜 없나요? 날개는 이제 필요가 없기 때문이에요. 비행기가 있어서 날개는 방해만 되기 때문이에요. 날개는 하늘을 날 때 필요한데, 우리는 날아갈 곳이 없어요. 목적지에 도착했으니까요, 오랫동안 찾아다니던 목적지가 바로 우리 앞에 있으니까요. 그렇지 않나요?”


덜덜 떨리는 펜으로 나는 말도 안 되는 내용을 억지로 짜내며 책상으로 상체를 숙이는데, 머릿속은 미친 듯이 망치질해대고, 등 뒤로는 방문 손잡이가 삐걱거리는 소리를 들었다. 공기는 강하게 몰려들고, 의자는 밑에서 춤춘다……
나는 원고에서 시선을 힘겹게 떼어내며 방문객에게 고개를 돌렸다. (계략을 꾸며서 행동한다는 게 정말 힘들다…… 그런데 오늘 누가 나한테 계략이란 말을 했지?) 제일 앞에서 이끄는 건 S. S가 무뚝뚝하게 조용히 재빨리 두 눈으로 나를, 내 의자를, 내 손 밑에서 덜덜 떠는 원고를 꿰뚫는다. 그러다, 순간, 매일 보는 낯익은 얼굴이, 그들 사이에서 동떨어진 인물이 문으로 들어온다 - 잔뜩 부풀어 올라, 분홍빛이 감도는 갈색 아가미……
나는 불과 삼십 분 전에 이 방에서 일어난 장면을 하나씩 떠올리다 확신한다, 이제 저 여자가 모든 걸…… 원고를 깔고 앉은 엉덩이에서 (다행히, 투명하지 않은 엉덩이에서) 몸 전체가 두근대며 고동친다.
U가 뒤에서 S에게 다가가, 옷소매를 조심스레 건들더니, 나지막이 말한다.
“저분은 D-503, ‘완전체’를 만드는 책임자입니다. 당신도 저분에 대해 들었을 겁니다. 저분은 여기에서, 저 책상에 앉아서, 늘 일한답니다…… 몸은 조금도 안 돌보면서!”
그리고 나는…… 정말 기적처럼 대단한 여인!
S가 다가와서 어깨너머로, 책상 위로 몸을 구부린다. 나는 내가 쓴 원고를 팔꿈치로 가리려고 애쓰지만, S가 준엄하게 소리친다.
“거기에 있는 걸 보여주시오, 당장!”
수치심으로 얼굴을 붉히며 나는 원고를 S에게 내민다. S가 읽더니, 눈꼬리에서 미소가 어리며 얼굴로 살짝 내려와 입술 오른쪽 꼬리에 머무는데, 꼬리가 살짝 흔들린다……
“내용이 알쏭달쏭하군. 그렇지만…… 으음, 계속하시오. 우리가 더는 방해하지 않겠소.”
S가 물에서 노를 젓듯, 첨벙거리며 문으로 걸어간다. 그렇게 한 발 내디딜 때마다 내 발과 내 손과 내 손가락은 조금씩 돌아온다. 영혼이 온몸으로 다시 골고루 번진다. 이제 숨도 쉴 수 있다.
마지막 하나. U가 방에서 잠시 우물쭈물하다 다가와서 내 귀에 대고 속삭인다.
“행운이 따른 줄 아세요, 내가……”
이 말을 왜 하는 걸까?
나중에, 저녁에, 나는 번호 세 명이 잡혀갔다는 걸 깨달았다. 하지만 이런 사실을, 아니, 최근에 일어난 사건 자체를, 누구도 커다랗게 말하지 않는다. 우리 가운데 ‘보호단’이 눈에 안 띄게 깃든 효과다. 우리끼리 대화하는 거라곤 수은주가 빠르게 내려간다는 정도, 기온이 떨어진다는 정도다.


하늘은 텅 비어 새파랬다. 태풍이 하늘을 모두 먹어치웠다. 모서리마다 그림자가 울퉁불퉁하다. 모든 게 파란 가을 공기를 가늘게 잘라내 - 손을 대면 금방이라도 깨지거나 부러져서 유릿가루처럼 휘날릴 것 같다. 내 머릿속도 똑같다. 생각하지 말아야 한다, 생각하지 말아야 한다, 생각하지 말아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나는 생각하지 않았다. 아니, 제대로 보지도 않았다 - 텅 빈 거리 - 역병이 깨끗하게 휩쓸고 지나간 듯…… 못 견딜 정도로 부드럽고 푹신한데 꿈쩍 않는 무언가에 발이 걸려서 넘어진 게 기억난다. 나는 허리를 숙이고 바라보았다 - 시신. 똑바로 누워서 여자처럼 다리를 벌린 채 구부렸다. 얼굴은……
두터운 흑인 입술이 보였다. 금방이라도 웃을 것 같았다. 꼭 감은 눈이 웃었다. 순간 - 나는 그를 뛰어넘으며 달렸다 - 더는 견딜 수 없었다, 빨리 끝내고 싶었다, 그렇지 않으면 짐이 너무 많이 실린 철로처럼 휘거나 뚝 부러질 것 같았다……
--- 본문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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