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중·고등학생 때 수학의 명료함에 반해 일찌감치 수학과 진학을 목표로 했다. 연세대학교 입학식 날 ‘진리가 너희를 자유케 하리라’는 성경 구절을 보았을 때, 나에게 진리는 수학이라고 생각했을 정도였다. 그러나 그 기대가 깨지기까지는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예상과 달리, 수강했던 수학 과목들에 대한 전반적인 이해도가 떨어져서 전공 분야가 생각을 자유롭게 하기는커녕 속박이 되었다. 수학에서 다루는 이론들이 적용되는 응용 분야가 먼저 소개되었다면 동기부여가 됐을 텐데…. --- p.13 손소영
이 한마디에 나는 귀가 쫑긋했다. 전산은 요즘으로 치면 컴퓨터다. 전산과가 어디에 있나 살펴보니 공대에 있었다. 만일 내가 법대를 선택했더라면 어땠을까? 드라마나 책에서 법과 관련된 장면이나 구절을 보고 나도 모르게 빠져드는 걸 보면, 문과로 진학해 법조계 일을 했더라도 아주 신나게 했을 것 같다. (중략) 공학은 사회나 현실을 떠나 존재할 수 없는 학문인 데다 논리적 추론이 필수적인 분야이기 때문에 완벽히 이과적 공부라기보다는 문과적 성향도 상당히 필요하다. 실생활과 늘 소통하며 실생활의 문제에 대한 해결책을 제시하는 학문이고, 그 해결책을 글로 잘 표현해야 한다는 점에서 문과적 성향이 도움이 되는 점이 있다. --- p.49 임혜숙
1월의 어느 밤, 휴대전화 알람이 울렸다. 아는 교수님이 보낸 문자 메시지로, “최진희 교수님, 세계 1% 과학자 되신 거 축하드려요”였다. 나는 “이 밤에 무슨 장난이세요?” 하고 되물었다. 그분이 보내준 기사의 링크를 열어보니, ‘세계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과학자 상위 1%’라는 기사에 내 이름 석 자가 올라가 있었다. 그렇게 처음 선정 소식을 알았다. 다음 날은 아침부터 축하 메시지가 쏟아졌다. (중략) 나 역시 여느 연구자처럼 힘든 환경에서 연구를 이어 오면서 과연 내 연구 방법이 맞을까 때때로 의심해 왔는데…. --- p.87 최진희
고등학교에 들어가서도 나는 공부에는 여전히 흥미가 없었다. 대학에 꼭 진학해야 한다는 생각도 없었다. 나의 관심사는 오로지 패션이라든지 친구들과 어울려 놀기였다. 신발과 머리핀, 옷에 관심이 많아서 엄마를 졸라 당시 유행하던 것을 거의 대부분 가졌다. 나이키, 아디다스, 프로스펙스 등 브랜드 운동화가 한창 유행했는데, 신발을 사면 신발 모양이 달린 열쇠고리를 사은품으로 받았다. 나는 지금도 수십 개나 되는 열쇠고리를 가지고 있다. 또 친구들을 모아 강릉이나 주문진으로 가서 며칠씩 놀다 오기도 했다. --- p.133 이레나
그런데 석사 과정을 마치고 결혼한 나에게는 이미 돌봐야 할 아이가 있었다. 아이와 좀 더 시간을 보내야 하는데, 그러기엔 석사 과정에서 공부한 영양생화학을 계속하기에는 무리였다. 영양생화학은 실험실에 늦게까지 남아 실험해야 했다. 나는 집에서도 할 수 있는 공부를 찾다가 급기야 전공 분야를 바꾸는 결정을 내렸다. 그게 바로 영양역학(榮養疫)이다. 역학이란 질병을 다루는 학문으로, 질병의 원인이 무엇인지 통계적인 확률에 근거해서 경향성을 분석하는 학문이다.
공대를 선택하는 여학생이 적은 이유로는, ‘공학은 남성의 영역’ ‘여자가 기계를 다루는 건 이상해’라는 편견이 가장 클 것이다. 『공학 하는 여자들』은 편견에 맞선 여성 공학자 다섯 명의 일과 삶을 통해 공학은 원래 여성의 분야라고 ‘쿨’하게 선언하는 듯하다. 아직도 “여자가 공학을?” 하며 고개를 갸우뚱하는 사람들에게, 공학을 선택하길 주저하는 여학생들에게 롤 모델을 제시하는 필독서이다. - 한화진(한국여성과학기술인지원센터 소장)
문을 연 개척자가 있으면 다음 세대는 굳이 개척자가 아니더라도 같은 길을 갈 수 있어야 한다. 그런데 정작 우리는 그들을 잘 모른다. 각 분야의 여성 공학자 다섯 명이 자신의 인생을 털어놓았다. 이 책을 읽은 젊은 여성들은 선배들의 어깨 위에서 더 넓은 세상을 볼 수 있을 것이다. - 이정모(서울시립과학관장)
나는 한순간도 공학 분야를 떠나지 않았지만, 공학하는 여성들을 만날 기회는 매우 적었다. 이런 점에서 나와 다르지 않을 남성 공학자들에게 이 책을 권하고 싶다. 여성 공학자와 여성 엔지니어, 이공계 여학생들을 이해하는 데 큰 도움을 받을 것이다. 또한 왜 지금 시대에 여성 공학자들이 한층 탁월함을 발휘할 수 있는지 그 까닭을 이해하게 될 것이다. - 권오경(한국공학한림원 회장, 한양대학교 교수)
20여 년 전 IMF 금융위기 때, 박세리 선수는 한국 여성 골프에 신기원을 세우며 전 국민에게 희망을 주었다. 그 이후, 박 선수를 멘토로 삼은 ‘박세리 키즈’들이 무섭게 성장했다. 멘토는 강력한 힘을 발휘한다. 과학과 공학 분야에서도 이 책의 저자 분들을 길잡이 삼아, 연구와 벤처에서 성과를 거두길 바란다. - 권순신(대전동신과학고등학교 교사, 2016년 올해의 과학교사상 수상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