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책 문화는 과거의 향수가 아니라 현재진행형이다. 근대 이전 세책 문화는 과연 사라졌는가? 아니다. 역사는 계속 순환한다. 시대별로 양상은 달랐을지언정, 그 체계와 원리는 동일하다. 세책의 21세기 버전을 우리는 바로 전자책 스트리밍 서비스에서 찾을 수 있기 때문이다. 디지털 스트리밍 서비스는 세책의 21세기식 명칭일 뿐이다. ---「세책, 디지털 기술로 꿈꾸는 책의 미래」중에서
여유 시간이 많았던 사대부 집안 여성들은 경제적으로도 부족함이 없었기 때문에 국문 장편소설을 빌려 와 다른 사람이 들려주는 소설책 이야기를 듣거나 직접 낭독하며 심심함을 풀고 교양을 쌓았다. 김만중이 노모를 위로하기 위해 소설『구운몽(九雲夢)』을, 조성기가『창선감의록(彰善感義錄)』을 직접 창작한 것처럼 하기는 어렵더라도, 소설책을 빌려와 여성 독자에게 읽어 주는 것이야말로 자식들이 선사할 수 있는 훌륭한 효도 선물이었던 것이다. 최대 분량을 자랑하는『완월회맹연(玩月會盟宴)』(180책)을 비롯해『명주보월빙(明珠寶月聘)』(100책),『하진양문록(河陳兩門錄)』(25책) 등의 장편소설이 대표적이다. ---「취급 서적」중에서
이를 세책업자 입장에서 본다면 고객이 여가로 행한 독서 활동은 상업적 손익분기점을 고려한 ‘선택의 자유’를 시장 논리에 맡긴 것과 같았다. 다시 말해 세책업은 책을 수집하고 축적한 것을 공유한다는 것의 가치를 처음으로 실험한 것이고 그것이 성공했음을 의미한다. 일반 독자들이 스스로 판단할 수 있는 정보를 제공하고 삶을 윤택하게 만들며 오락적 요소에 투자할 수 있는 책을 공급하겠다는 발상은 선택의 자유를 확대하고자 한 논리와 다르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