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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녁 무렵에 모자 달래기

저녁 무렵에 모자 달래기

시로여는세상 기획시선-12이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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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17년 12월 05일
쪽수, 무게, 크기 168쪽 | 240g | 125*205*20mm
ISBN13 9788993541502
ISBN10 89935415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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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녁 무렵에 모자 달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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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자를 쓴 모자가 징검다리를 건너간다

모텔에서 흘러나오는 불빛들의 강을 건너 머리들이 수련처럼 떠도는 찬란한 거리로

해가 사라진 저녁에도
우리는 여전히 감추어야 할 무엇이 남아 있고 어떤 정중함도 없이 빛의 만찬에 들어선다

머리에 감기던 수천 년 전의 빗소리를 너라고 부를까

모양을 바꾸려 하고
용도를 바꾸려 하고
한 끼의 그늘을 부릴 곳을 찾아 헤매는

너의 속뜻을 알지 못해

문명의 하구 같은
골목 어귀에서 어묵을 먹고 돌아오는 저녁
아무도 환호하지 않는 높이에 걸린 내 머리에서도 빗소리가 들리는지 궁금하다

배고픈 수렵에서 돌아오며 머리에 떨어지는 날짐승의 피를 훔치던 손바닥을 눈썹 위에 두고
아주 먼 파문을 새겨 읽는다

근사해, 너의 기념일이야
--- 본문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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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일 세계의 한복판을 알고 싶다면 한국에서는 갓 나온 시를 읽으면 된다. 그들은 중심에서, 변방에서 고정간첩처럼 그 비밀을 타전한다. 누설한다. 그 기호의 의미는 각양각색인 것 같지만 결국 하나를 지향한다. 그것은 결국 시적 혁명을 꿈꾸는 것이다. 안태현 시인은 생활인으로서 존경스러울 만큼 성실하고 겸손한 사람이다. 그러한 그가 언어의 혁명을 누구보다 크게 꿈꾸고 있다는 것을 나중에 알고 나는 많이 놀란다. 그리하여 “어느 땐 자폭해버리겠다고, 맨발로 뛰쳐나”오기도 하고 시를 “갈기갈기 찢긴 지느러미를” 만들어 놓기도 한다.
_ 최호일(시인)

안태현에게 시업이란 “어떻게든 살아가는 것들과 눈을 맞추는 일”이다.?“소나기가 지나가는 것처럼 무일푼으로 아주 가끔 내가 나를 다녀가는 것”이다. “몇 번인가 침수의 흔적이 있는” 그는?아프지 않게 세상을 꾸짖는다.?어쩌면 그는?지푸라기 같은 언어를 부여잡고 동아줄 같은 세상을 묶으려는 어리석은 성인군자일지도 모른다.
_ 김연종(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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