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젠장 좀 서러워합시다

젠장 좀 서러워합시다

: 김근태 아빠, 인재근 엄마 편지

[ 표지 2종(레드, 블루) 중 랜덤 발송, 양장 ]
김병민 | 알마 | 2017년 12월 08일   저자/출판사 더보기/감추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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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17년 12월 08일
판형 양장?
쪽수, 무게, 크기 244쪽 | 304g | 137*208*20mm
ISBN13 9791159921308
ISBN10 115992130X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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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소개 (1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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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여러 번 편지를 쓰다 보니까 당신이 쑥스러워하는 점을 더욱 자극하려는 장난기 어린 호칭 역시 있었고, 이런 기회에 한번 이 호칭을 따내보 자는 야무진 계획도 있었지요. 그러나 이러한 장난으로 나의 절실한 음성이 담긴 호칭을 잃고 싶은 생각은 없습니다. 저는 되는 대로 할 거예요. “다 그런 거지”가 아니라 “내 배짱 꼴리는 대로”라 이거지요. --- p.20

병민이는 불만이 있을 때마다 “나는 열쇠만 있으면 일두아파트에 혼자 갈 수 있어” 하고 소리치곤 합니다. 나 역시 당신 돌아올 때까지 그 집에서 살고 싶었어요. 청보라 아이리스를 한 다발 들고 돌아올 당신을 그 집에서 맞이하는 행복을 빨리 가질 수 있도록 누가 도와줄 수 있을까요. 그러나 당신을 빨리 만날 수 있기 위해서 우리는 이사해요. 우리가 어디에 있더라도 당신은 우리를 찾을 수 있을 거니까. --- p.29

나는 당신의 이 추상적인 선물, 즉 “거꾸로의 자유”를 ‘나를 향한 진정한 사랑’으로 받아들이겠어요. 당신은 정말 음흉하고, 음탕한 사내예요. 결국 나에게서 이러한 고백을 받아내고자 부린 수작이라고 생각해요. 그러나 나도 이런 고백을 받아낼 수 있는 여러 번의 순간이 있었고, 앞으로 계속 있으리라고 생각해요. --- p.52

예상하지 못한 곳으로부터 구원은 나타난 것이었소. 그것은 마루 밑바닥으로부터였소. 바로 내 머리 밑으로부터 말이오. 컴컴한 그곳에서 사랑의 목소리가 들려온 것이오. 애정이 넘쳐흐르는 코 먹은 소리였소. 이상하게 들릴지 모르겠지만 쥐들의 사랑이었소. 쥐들의 보금자리에서 끊임없이 전해오는 것이었다오. 쥐가, 쥐의 그 목소리가 나의 구원이었소. --- p.62

나 옥순이 좋아하고 있어. 아마 사랑하고 있는 것 같아. 그러나 저 영화에 서나 순애소설에서같이 미칠 듯한 열정이 만일 사랑이라면 나는 사랑하고 있다고 말할 수는 없어. 사랑은 난초와 같은 것이 아닐까. 물을 주고 닦아주고 정성을 들일 수 있는 마음가짐이 어떤 공동의 생활과 연결되고 결합될 때 사랑은 난초와 같이 생기 있게 피어나는 것이라고 믿어지네. --- p.89

병민이가 딸이기 때문에, 여자아이이기 때문에 무시되고 소홀히 여겨지는 경우는 우리 집에선 지금까지 없었고 앞으로도 영원히 없을 것이다. 만일 그런 일이 발생할 경우 병민이가 가만있지 않을 것이고, 엄마 또한 나설 것이다. 그리고 이 아빠도 거기에 가담할 것이고, 병준이 또한 그렇게 할 것이다. --- p.135

큰집의 사촌오빠도 초대하여 김근태 아빠, 김병준 오빠, 이렇게 남자 셋과 김병민의 초경 파티를 하게 된 것이다. 우리 넷은 수유시장 만두 가게로 향했다. 시장통 만두 가게에서 케이크에 촛불도 꽂고 축하 노래도 불렀다. 꽃다발도 받았다. 바쁜 김근태 아빠에게 생일 때도 이렇게 격하게 축하받아본 적이 없었다. 만두집에서 축하해주며 노래 불러준 남자 셋 때문에 첫 생리가 수치스럽다거나 부끄럽다거나 하는 느낌은 없었다. --- p.160

그렇게 자신 있게 불렀던 이 노래를 유리창을 통해 엄마를 마주 보면서 접견실에서 부르고자 하니까 마구 떨리는 것 아니겠니. 마음을 진정시키 고자 해도 잘 안 되고, 그래서 몇 번 망설이고 망설이다가 시작했지만 처 음부터 목소리가 떨리고 음정은 불안해지다가 틀리고, 또 그런 중에서 목 은 메어오고, 인재근 엄마의 눈에 고인 눈물이 보이고 그래서 더욱 목이 메고, 노래가 뒤죽박죽 엉망진창이 된 채 끝나고 말았다.
--- p.17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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