확장메뉴
주요메뉴


닫기
사이즈 비교
소득공제
삼척
첫번째 리뷰어가 되어주세요 | 판매지수 72
정가
8,000
판매가
7,200 (10% 할인)
배송안내
서울특별시 영등포구 은행로 11(여의도동, 일신빌딩)
지역변경
  • 배송비 : 유료 (도서 15,000원 이상 무료) ?
신상품이 출시되면 알려드립니다. 시리즈 알림신청
eBook이 출간되면 알려드립니다. eBook 출간 알림 신청
  •  해외배송 가능
  •  최저가 보상
  •  문화비소득공제 신청가능

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11년 09월 26일
쪽수, 무게, 크기 185쪽 | 266g | 126*205*20mm
ISBN13 9788927802600
ISBN10 8927802608

책소개 책소개 보이기/감추기

목차 목차 보이기/감추기

저자 소개 관련자료 보이기/감추기

저자 : 이준규
1970년 경기도 수원에서 태어나 2000년 《문학과사회》 여름호에 「자폐」 외 3편을 발표하며 등단했다. 시집으로 『흑백』(2006), 『토마토가 익어가는 계절』(2010)이 있다. 제12회 박인환문학상을 수상했다. 루 동인으로 활동 중이다.

책 속으로 책속으로 보이기/감추기

이 비

이 비는 좋다. 이 비는 지금 빗살무늬다. 이 비는 좋다. 이 비는 너를 향하고 있다. 이 비는 지금 좋다. 이 비는 좋다. 이 비는 지금 너를 향해 내리고 있다. 이 비는 좋다. 이 비는 탄천에 내린다. 이 비는 좋다. 이 비는 다리를 꼬고 있다. 이 비는 좋다. 이 비는 순록이다. 이 비는 좋다. 이 비는 겨울이다. 이 비는 좋다. 이 비는 너를 위해 세운다. 이 비는 좋다. 이 비는 지금 중랑천을 때린다. 이 비는 좋다. 이 비는 관사를 버리고. 이 비는 좋다. 이 비는 허기를 향한다. 이 비는 좋다. 이 비는 향기인가. 이 비는 좋다. 이 비는 지금 울고 있는가. 이 비는 좋다. 이 비는 그치지 않는다. 이 비는 좋다. 이 비는 너를 향한다. 이 비는 좋다. 이 비는 좋다. 이 비는 너를 향했을 뿐이다. 이 비는 좋다. 이 비는 좋다.

--- p.22


공원 벤치

공원이 있다. 한 공원이 있다. 공원은 작다. 한 공원은 작다. 작은 한 공원에는 벤치가 있다. 작은 공원의 벤치 위에는 손수건이 있다. 작은 공원의 벤치 위에 있는 손수건 위에는 사과가 한 알 있다. 작은 공원의 벤치 위에 있는 손수건 위에 있는 사과에는 흠집이 있다. 작은 공원의 벤치 위에 있는 손수건 위의 사과에는 흠집이 있고 그 흠집 위로 파리가 와서 앉았다. 작은 공원에 있는 벤치 위의 손수건 위의 사과의 흠집에 앉은 파리의 몸은 햇빛을 받아 반짝였다. 작은 공원에 있는 벤치 위의 손수건 위의 사과에 난 흠집 위에 앉은 파리는 햇빛을 받아 반짝이고 한 소년이 파리가 앉은 사과가 손수건 위에 놓인 벤치로 다가간다. 작은 공원에 있는 파리가 앉아 몸을 빛내고 있는 흠 있는 사과가 놓인 손수건이 있는 벤치로 다가서는 소년의 뒷모습을 바라보고 있는 노파가 파리가 앉아 몸을 빛내고 있는 사과가 놓인 벤치의 맞은편에 있는 벤치 위에 앉아 있다. 작은 공원에는 두 개의 벤치가 있는데 한 벤치 위에는 노파가 앉아 맞은편 벤치 위에 놓인 손수건 위의 사과로 다가서고 있는 소년을 바라본다. 노파의 눈에 파리는 보이지 않는다. 노파의 눈에는 사과의 흠집도 보이지 않는다. 소년의 눈에 사과의 흠집과 그 위에 앉은 파리의 모습이 보이는지 안 보이는지 나는 알지 못한다. 공원이 있다. 공원에는 많은 것이 있다. 공원은 무한을 닮았다.

--- p.50


복도

복도는 복도다, 복도는 걸어갈 수 있고, 복도는 서서 끝을 볼 수 있다, 복도는 너를 사랑한다, 복도는 말이 없고, 겨울밤의 복도는 조금 미쳐 있다, 복도에는 달빛이 흐르지 않고, 가로등빛이 흐르지 않고 복도의 불빛이 흐른다, 그것들은 흐르는 것들이다, 나는 복도의 끝에서 복도의 끝을 본다, 문을 열면서, 복도의 끝을 바라보면, 그 끝은, 어떤 아가리 같다, 용광로, 조금 떠서 날아가면 그 용광로에 삼켜질 수 있을 것 같은, 나는 너를 생각한다, 나는 그를 생각한다, 조금 미쳐서, 고개를 숙이고, 어떤 감동이 있는가, 누구에게도 묻지 않는다, 복도에는 창이 있고, 창밖에는 나무가 있고, 나무의 밖에는 세상이 있고, 세상의 밖에는 망설임이 있고, 망설임의 밖에는 황당함이 있고, 황당함의 밖에는 아무것도 없다, 그것 말고는, 내가 너에게 이 시를 줄 것 같으냐, 나는 조금 미쳐 있고, 조금 미쳐서 겨울밤의 이 누추한 시를 쓰고 있다, 복도는 복도다, 복도에는 어떤 것들이 흐른다, 나는 복도에서 무언가 망설였다, 창을 열면서, 너를 사랑했다, 창을 닫으면서, 너를 사랑했다, 복도는 망설이는 곳이다, 우주처럼, 복도는 우선 복도다, 복도는 하나의 지평을 가지며, 복도는 두 개의 지평을 가지며, 복도는 세 개의 지평을 가진다, 복도 말고는 아무것도 없다, 복도에 신문이 떨어질 때, 복도에 아이들이 뛰어갈 때, 복도에 세탁부가 지나갈 때, 복도에 손님이 지나갈 때, 복도는 여전히 복도다, 복도는 우울하다, 복도는 조금 휘어 있다, 복도는 정확한 직선이 아니다, 복도는 조금 미쳐 있다, 조금 미치고 있는 내가 바라보는 복도는 조금 미친 복도다, 복도는 깨끗하지 않다, 복도에서 벗어나야 한다, 복도에서 벗어나 문을 열고 마루로 진입해야 한다, 나는 복도에 문득 서 있었다, 복도의 다른 끝에 당신이 있었다, 내가 있었다, 복도는 너를 사랑한다, 사랑하는 복도, 우리의 시.

--- p.85


언덕이 반복되는 들판

언덕이 반복되는 들판. 그는 언덕 하나를 오르고. 그는 언덕 둘을 오르고. 그는 언덕 셋을 오르고. 그는 언덕을 잊는다. 언덕이 반복되는 들판. 그는 구름 하나를 쳐다보고. 그는 구름 둘을 쳐다보고. 그는 구름 셋을 쳐다보고. 그는 구름을 잊는다. 버려진 신발 하나. 버려진 우산 하나. 버려진 인형 하나. 그리고 나무 한 그루. 나무 두 그루. 나무 세 그루. 그는 지워진다. 언덕이 반복되는 들판. 파도가 굽이치는 바다. 거품 쿇나. 거품 둘. 거품 셋. 그는 파도를 잊는다. 파도가 굽이치는 바다. 갈매기 한 마리. 갈매기 두 마리. 갈매기 세 마리. 그는 파도를 잊는다. 버려진 등대 하나. 버려진 방파제 하나. 버려진 손수건 하나. 그리고 돌멩이 하나. 돌멩이 둘. 돌멩이 셋. 그는 지워진다. 파도가 굽이치는 바다. 기침이 반복되는 실내. 기침 한 번. 기침 두 번. 기침 세 번. 그는 아무것도 원망하지 않았다. 신음이 반복되는 실내. 신음 한 번. 신음 두 번. 신음 세 번. 그는 창밖의 검은머리방울새를 본다. 버려진 책상 하나. 버려진 기억 하나. 버려진 키스 하나. 그리고 눈물 하나. 눈물 둘. 눈물 셋. 우리는 천천히 지워졌다. 세상의 끝에서, 검은머리방울새를 기다리며.

--- p.83


네모난 종이 상자

상자가 있다. 네모난 상자가 있다. 둥그런 상자는 없다. 상자가 있다. 네모난 상자가 있다. 네모난 상자는 종이상자다. 네모난 종이상자가 있다. 네모난 종이상자가 여러 개 네모난 방에 쌓여 있다. 둥그런 방은 있다. 둥그런 방은 많지 않다. 그건 드문 경우다. 나는 드문 경우에 있지 않고 흔한 경우에 있다. 네모난 방에 네모난 종이상자가 여러 개 있다. 상자는 나무로 되어 있을 수도 있고 플라스틱으로 되어 있을 수도 있다. 네모난 방에는 네모난 종이 상자가 쌓여 있는데 그 중에 세 개를 나는 옮기려고 한다. 네모난 방에 있는 네모난 종이상자는 꽤 크다. 얼마나 큰지에 대해서는 줄자를 가지고 재어본 후에 여기다 쓰면 되겠지만 대충 백과사전 반 질이 들어갈 정도라고 해두자. 반 질이라는 말은 태어나서 처음 써본다. 꽤 큰 종이상자임에 분명하다. 종이상자에는 모두 BLUE BIRD라고 써 있다. 자세히 보니 재봉틀을 담았던 상자다. 이렇게 많은 재봉틀이 집에 있을 리는 없고 어떤 재봉틀 대리점이나 재봉틀 공장에서 얻어온 상자일 것이다. 이 네모난 재봉틀 종이 상자에는 옷이 가득 들어 있다. 나는 네모난 방에 있는 옷이 가득 들어간 많은 네모난 재봉틀 상자 중에 세 개를 옮기기로 한다. 나는 상자를 하나씩 들어 엘리베이터 앞에 놓는다. 나는 엘리베이터 안에 상자를 놓는다. 나는 엘리베이터에서 상자를 꺼낸다. 나는 상자를 차에 싣는다. 둘은 트렁크에 싣고 하나는 뒷좌석에 싣는다. 나는 앞좌석에 타고 이동한다. 운전은 다른 사람이 한다. 나는 운전을 하지 않는다. 차가 멈춘다. 나는 차에서 네모난 상자를 꺼낸다. 나는 네모난 상자를 하나씩 들고 계단을 오르고 복도를 걷는다. 나는 상자 세 개를 문 앞에 쌓는다. 나는 열쇠로 문을 열고 상자를 집안으로 옮긴다. 나는 상자 두 개를 포개어놓고 나머지 하나는 다른 곳에 놓는다. 나는 네모난 커다란 재봉틀 종이 상자를 어떤 집에서 어떤 집으로 옮겼다. 아침을 먹은 후에, 커피를 여러 잔 마시고 담배를 피운 후에, 책을 조금 읽은 후에, 오전에.

--- p.50

출판사 리뷰 출판사 리뷰 보이기/감추기

추천평 추천평 보이기/감추기

세상의 햇빛이 끝내주게 맑다. 요망한 살의가 느껴질 정도다. 그가 만국의 기표, 만상의 이름들을 드리블해나간다. 그는 혹시 이른 치매를 걱정하고 있는지 모른다. 햇빛 아래 사물들이 너무 선명해 되레 모든 게 비현실적으로 여겨지는 건지도 모른다. 그가 바라보는 현실은 대개 비현실보다 불분명하고, 요상한 작전과 비열한 협잡질투성이인지 모른다. 그는 스스로 착하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그는 아름다운 문장들에 현혹되는 자신을 먼발치에 두고 그저 강가를 서성이거나 언젠가 읽었거나 선망했던 지명들을 맨몸으로 답사하면서 세계의 모든 기억을 지우려 한다. (이를 앙다물고 첫 번째 슛! 골대를 살짝 비껴간다.) 그가 바라는 모든 건 세계의 요원한 희망이요, 다시 맞닥뜨리면 욕지기가 올라올 부끄러운 추억에 불과하다. 그는 삶도 죽음도 아닌 지점에서 “미치느라 바쁘다”. 그는 “영원한 고립의 척후”에 자신을 두고 힘겨운 반복놀이를 한다. 문장의 궁극이 그의 목표는 아니다. 온전한 삶도 경원할 만한 죽음도 그의 몫이 아니다. 그는 다만, 자신으로부터 우울과 침잠과 고독과 분노를 떼어내 보잘것없는 세계의 기표들 위에 덧대놓을 뿐이다. (그리하여 두 번째 슛! 적의 골키퍼가 의외로 날래다.) 이제 더 울 일도 웃을 일도 없으니 그저 한 번 더 웃고 그보다 더 여러 번 울 일만 남았다. 그 투명한 누혈들이 기나긴 문장의 사슬을 엮어 “지렁이의 아방가르드”를 실천한다. 그는 어쩌면 치매보다 각성을 더 두려워하는 건지 모른다. 그는 내게 참 나쁜 친구다. 그가 울 때, 나는 그보다 더 울고 싶어 하는 내 마음을 감춘 채 성을 낸다. 울음을 그친 그의 표정엔 ‘조까라마이싱’이라 쓰여 있다. 그가 상복하는 항우울제 이름이다. 아무나 먹어선 안 된다.
강정(시인)

회원리뷰 (0건) 회원리뷰 이동

  등록된 리뷰가 없습니다!

첫번째 리뷰어가 되어주세요.

한줄평 (0건) 한줄평 이동

  등록된 한줄평이 없습니다!

첫번째 한줄평을 남겨주세요.

배송/반품/교환 안내

배송 안내
반품/교환 안내에 대한 내용입니다.
배송 구분 예스24 배송
  •  배송비 : 2,500원
포장 안내

안전하고 정확한 포장을 위해 CCTV를 설치하여 운영하고 있습니다.

고객님께 배송되는 모든 상품을 CCTV로 녹화하고 있으며, 철저한 모니터링을 통해 작업 과정에 문제가 없도록 최선을 다 하겠습니다.

목적 : 안전한 포장 관리
촬영범위 : 박스 포장 작업

  • 포장안내1
  • 포장안내2
  • 포장안내3
  • 포장안내4
반품/교환 안내

상품 설명에 반품/교환과 관련한 안내가 있는경우 아래 내용보다 우선합니다. (업체 사정에 따라 달라질 수 있습니다)

반품/교환 안내에 대한 내용입니다.
반품/교환 방법
  •  고객만족센터(1544-3800), 중고샵(1566-4295)
  •  판매자 배송 상품은 판매자와 반품/교환이 협의된 상품에 한해 가능합니다.
반품/교환 가능기간
  •  출고 완료 후 10일 이내의 주문 상품
  •  디지털 콘텐츠인 eBook의 경우 구매 후 7일 이내의 상품
  •  중고상품의 경우 출고 완료일로부터 6일 이내의 상품 (구매확정 전 상태)
반품/교환 비용
  •  고객의 단순변심 및 착오구매일 경우 상품 반송비용은 고객 부담임
  •  직수입양서/직수입일서중 일부는 변심 또는 착오로 취소시 해외주문취소수수료 20%를 부과할수 있음

    단, 아래의 주문/취소 조건인 경우, 취소 수수료 면제

    •  오늘 00시 ~ 06시 30분 주문을 오늘 오전 06시 30분 이전에 취소
    •  오늘 06시 30분 이후 주문을 익일 오전 06시 30분 이전에 취소
  •  직수입 음반/영상물/기프트 중 일부는 변심 또는 착오로 취소 시 해외주문취소수수료 30%를 부과할 수 있음

    단, 당일 00시~13시 사이의 주문은 취소 수수료 면제

  •  박스 포장은 택배 배송이 가능한 규격과 무게를 준수하며, 고객의 단순변심 및 착오구매일 경우 상품의 반송비용은 박스 당 부과됩니다.
반품/교환 불가사유
  •  소비자의 책임 있는 사유로 상품 등이 손실 또는 훼손된 경우
  •  소비자의 사용, 포장 개봉에 의해 상품 등의 가치가 현저히 감소한 경우 : 예) 화장품, 식품, 가전제품, 전자책 단말기 등
  •  복제가 가능한 상품 등의 포장을 훼손한 경우 : 예) CD/LP, DVD/Blu-ray, 소프트웨어, 만화책, 잡지, 영상 화보집
  •  소비자의 요청에 따라 개별적으로 주문 제작되는 상품의 경우
  •  디지털 컨텐츠인 eBook, 오디오북 등을 1회 이상 다운로드를 받았을 경우
  •  eBook 대여 상품은 대여 기간이 종료 되거나, 2회 이상 대여 했을 경우 취소 불가
  •  중고상품이 구매확정(자동 구매확정은 출고완료일로부터 7일)된 경우
  •  LP상품의 재생 불량 원인이 기기의 사양 및 문제인 경우 (All-in-One 일체형 일부 보급형 오디오 모델 사용 등)
  •  시간의 경과에 의해 재판매가 곤란한 정도로 가치가 현저히 감소한 경우
  •  전자상거래 등에서의 소비자보호에 관한 법률이 정하는 소비자 청약철회 제한 내용에 해당되는 경우
소비자 피해보상
  •  상품의 불량에 의한 반품, 교환, A/S, 환불, 품질보증 및 피해보상 등에 관한 사항은 소비자분쟁해결기준(공정거래위원회 고시)에 준하여 처리됨
환불 지연에
따른 배상
  •  대금 환불 및 환불 지연에 따른 배상금 지급 조건, 절차 등은 전자상거래 등에서의 소비자 보호에 관한 법률에 따라 처리
  •  쿠폰은 결제 시 적용해 주세요.
1   7,200
뒤로 앞으로 맨위로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