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주 이용희의 국제정치론과 한국회화사론을 분석한 연구서
한국 국제정치학의 태두이자 한국회화사를 개척한 동주(東洲) 이용희(李用熙)의 주요 저작을 권별로 해제하고 분석한 글의 모음집이다. 동주의 주요 저작을 중심으로 동주의 학문과 사상을 조명하고, 이를 통해 한국 사회과학과 한국미술사에서 동주가 갖는 학문적 위상과 의미를 탐색해 본 것이다. 최대한 객관적이고 중립적인 관점에서 동주의 학문과 사상을 보고자 했다. 이 책은 동주 이용희 탄생 100년 서거 20주기를 맞이하여 발간된 『동주 이용희 전집』(연암서가, 2017)의 별권으로 기획되었다.
동주 이용희는 한국 국제정치학과 미술사 연구 양 분야를 개척하고 또 일가를 이룬 학자였다. 이용희는 1949년 부임 이래 서울대학교 정치학과에서 국제정치학 과목을 담당하였고, 1956년에 서울대학교 외교학과를 창설하였으며, 국제정치학회를 창립하는 등 한국 국제정치학의 초석을 다진 한국 국제정치학의 태두였다. 또한 회화 감상을 중시하는 한국미술사 연구의 길을 연 개척자이기도 했다. 이용희는 ‘이동주(李東洲)’라는 필명으로 한국회화사와 관련된 중요 저작을 다수 간행했을 뿐 아니라 독자적인 미술사론을 제시하였다. 동주는 한국회화사 연구에 중요한 족적을 남겼다.
동주는 고대와 현대, 동양과 서양, 인문학과 사회과학을 넘나드는 폭넓은 지식과 깊은 이해를 바탕으로 한국 정치와 한국 미술의 장소적 존재 양태를 읽어내는 섬세한 감성과 치밀한 논리를 겸비한 비범한 존재였다. 그의 당호와 미술 용어를 빌려 말한다면, ‘때를 읽는(讀時)’ 지성과 세상을 읽어내는 ‘감식안(鑑識眼)’을 가진 지성인이었다. 국제정치권, 의미권이라는 권역과 전파, 장소의 논리를 중시하는 동주의 국제정치론, 그리고 문화권, 회화권의 시대적 미관과 감식안을 중시하는 동주의 미술사론은 세계 보편의 시야를 잃지 않으면서도 ‘우리’, ‘나’의 관점에서 한국의 역사적, 장소적 개별성을 주체적으로 탐색하는 혜안과 성찰로 가득 차 있다.
이제 오래 묵혀 있던 동주의 텍스트들이 옷을 바꿔 입고 부활하였다. 독자들이 동주를 보다 쉽게 접할 수 있게 되었다. 이 텍스트들을 통해 동주는 말로 포장되는 전설에서 벗어나 역사적 인물로서 분석과 성찰의 대상으로 다시 살아날 것이다. 동주의 텍스트들은 과거의 것을 반추하는 자료가 아니라 현재를 성찰하고 미래를 생각하는 재료로서 살아 움직일 것이다. 동주의 학문과 사상은 단순한 지식의 영위가 아니라 체험의 소산이었기에 적실성을 가지며 현재적 의미를 갖고 우리에게 다가올 것이다. 동주의 학문과 사상을 해명하는 일은 비단 동주 연구에 그치지 않는다. 한국 지성사의 중요한 단면을 밝히는 작업이 될 것이다. 과거의 동주를 이해하는 데 머무르지 않는다. 현재의 우리를 성찰하는 의미를 갖게 될 것이다.
이 책에서 한국을 대표하는 중견 정치학자, 미술사학자 14인은 이용희의 주요 개별 저작을 권별로 정밀하게 해설하고 분석한다. 장소와 권역의 논리에 입각하여 정치언어와 아름다움의 의미를 읽어낸 동주의 학술세계를 탐구한다. 한국 정치학과 미술사의 현재에 관한 반성적 성찰을 제공한다.
동주(東洲) 이용희(李用熙, 1917-1997)
한국 국제정치학과 한국 미술사 연구를 개척한 연구자. 전 서울대학교 외교학과 교수. 기미독립선언 33인의 한 사람인 이갑성(李甲成) 선생의 장남으로 서울에서 출생. 중앙고보와 연희전문학교를 졸업하였다. 젊은 시절부터 인문학에 심취하였고 위창 오세창 댁을 드나들면서 한국회화를 보는 눈을 길렀다. 연전 졸업 후에는 만철도서관에 근무하면서 동아시아 역사와 사회과학에 관심을 갖게 되었다. 1948년 이래 서울대학교 정치학과에서 국제정치학을 담당하였고 1956년 서울대학교 외교학과를 설립하였으며 한국국제정치학회를 창립하여 수차례 학회장을 역임하는 등 한국국제정치학을 이끌었다. 이동주(李東洲)라는 필명으로 한국회화사 연구와 저술에서도 중요한 업적을 남겼다.
동주 이용희는 권역과 전파, 장소의 논리를 내세운 독자적인 국제정치론을 전개하였고, ‘문화권’, ‘회화권’ 개념을 도입하여 한국회화의 시대적 미관을 이해하고 감식안을 중시하는 미술사 방법론을 제시하였다. 고대와 현대, 동양과 서양, 인문학과 사회과학을 넘나드는 해박한 지식과 깊은 이해를 기초로 한국의 정치와 미의 장소적 존재양태를 주체적으로 성찰한 실천적 지성인이었다. 1962년 한국 대표로 유엔총회에 참석하였고 만년에는 대통령 정치특보, 국토통일원 장관, 대우재단 이사장, 아주대 총장, 세종연구소 이사장 등을 역임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