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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이 나에게 시킨 일

여름이 나에게 시킨 일

문예중앙 시선-053이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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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17년 12월 11일
쪽수, 무게, 크기 128쪽 | 182g | 125*204*20mm
ISBN13 9788927809067
ISBN10 8927809068

책소개 책소개 보이기/감추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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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소개 (1명)

책 속으로 책속으로 보이기/감추기

발을 씻는다
버드나무처럼 길게 발가락을 내어놓는다
세상의 모든 염려를 품고
울음을 참고 있는 나무들이 있어
오늘 당신과 내가 여기에 있는 것이다

앞이 캄캄해서
어떻게 살아야 할지
두 발이 물속에서 한없이 겸손해진다
눈이 없는 물고기처럼 당신의 발등에서 조금 자려고 한다

이제 더는 애쓰면서 살지 말아요
어떻게든 사는 건
하지 말아요

읽지 않아도 되는 세상은 없었으므로
이제 나는 눈 없는 물고기로 살거나 죽거나
당신 옆에 눕고 싶은 것일 뿐
상처 가득한 지느러미가 환해질 때까지
달빛이나 축내면서

어떤 당부도 희미해진 지금
말간 물이 발목에서 뒤척이는 건
마치 어떤 전생 같아서
몽유의 날들을 세어본다
세어보는 손가락이 붉어져서
물가의 나무들은 속으로만 발가락을 키운다
---「물가에서 우리는」중에서


해변의 묘지 같아 그렇게 혼잣말을 하는 동안 나 없이도 식탁은 식탁이다. 공중에 떠 있는 바닥이라니 공중에 떠 있는 바닥이라니 가끔은 그 높이를 매만지며 낯설어지는 얼굴을 오래 떠올려보았지만 식탁의 에피소드는 끝났다. 낮이 지워지고도 밤이 오지 않았다. 유령처럼 그림자들이 앉아 있다가 잠들었다. 잠든 이들은 깨우는 게 아니야. 창문을 닫으며 내게 남은 마지막 표정 하나를 내려놓았다. 11월이 시작되고 있었고 죽은 벌레들이 잘 말라가고 있었다.
아무 이유도 없이 밥을 먹고 고요해지기 시작했다.

그러니까, 식탁 위에는 바다, 아니고 모래, 감쪽같이 지워진 발자국을 따라 어디로든 갈 수 있다고 부르던 노래들이 가득했다. 마주 앉은 얼굴은 자꾸만 멀어져서 해안선이 생겨난다고 나는 이제 없는 너의 다리를 발로 툭툭 찬다. 바닥이 만들어지지 않아서 아무것도 할 수가 없잖아. 나는 몇 개의 입술을 몰래 주워 넣고 말없이 밥을 먹는다. 고요해서 밥을 먹는다.
---「식탁의 목적, 그러니까 우리는」중에서


이제 그만
여기서 살까
늙은 버드나무 아래
이름표도 없이
당신과 앉아서
북해의 별이 될 먼지들과
여기와 아무 데나를 양손처럼 매달고
웃었다
세상의 폐허 말고
당신의 폐허
그 둘레를 되짚어가면서 말이죠
폐허의 옷을 지어 입으면
등은 따뜻할까요
머뭇대다가 지나친 정거장들이
오늘 별로 뜨면
이제 어떤 먼 곳도 그립지 않을 테죠
모든 것의 뒤만 볼 수 있는 세상
갑자기 당신이 이해돼버렸어요
지하 계단을 밝을 색으로 칠해볼까요
거기 막 떠난 물방울을 그려 넣기로 해요
켜켜이 폐허의 지층을 닮은 물방울들이
물그릇에 담겨
무엇으로든 막 자라나는 동안
끝에 기대어
당신에 기대어
함께 지워질 수 있다면
---「종점들」중에서


우리는 서로를 한눈에 알아보았으므로

유서를 쓰는 중이다

또박또박 비가 온다

끝에 닿아보자고

비로소 한 방향으로

머리를 두고 흘러갈 수 있다고

좋아서 좋아서

서로를 조문하는 중이다
---「여름비」중에서


공을 던진다
어디에도 닿지 않고
그만큼씩 나의 뒤는 깊어진다
내가 혼자여서 나무의 키가 쑥쑥 자란다
내가 던진 공은 자꾸만 추상화된다
새들은 구체적으로 날아가다가 추상화되고
생기지 않은 우리
속으로 자꾸만 공을 던진다
거짓말처럼 저녁이 오고 밤이 오고
오는 것들은 일렬로 내 앞을 지나간다
칸칸이 무엇도 눈 맞추지 않고
잘 지나간다
모든 것이 구체적으로 추상적이다
나는 불빛 아래에서 살았다 죽었다 한다
거리를 가늠할 수 없는 세계가
지루해지기 시작한다
나는 여전히 공을 던진다
내가 혼자가 아니라도 달라지는 것은 없다
---「캐치볼」중에서


여기는 다녀가는 세계. 동의 없이 손가락 사이로 빠져나가는 마음들. 낮의 식물들은 불안으로 잘 자라고 밑그림 속을 걸어가는 내가 아는 사람들도 곧 떠난다. 완성되지 않는 그림들이 이 세계의 완성이라고 공원의 저녁 속에서 조금씩 말라가는 잎사귀들 체온들, 공원은 어느 순간 아주 사라지기도 한다. 그 속에는 세상에서 밀려난 사람들이 모래처럼 잠들어 있기도 하다. 잠 못 드는 고양이가 훔쳐보던 어둠도 있다. 불빛도 있다. 오지 않을 것을 알면서 기다리는 마음들이 모여 공원의 세계는 완성된다. 버려지고 잊혀진 마음들이 반짝 별로 뜨는 이유다. 그러나 공원이 아주 사라지지 않는 이유도 그것이다. 지금 여기는 다녀간 것들의 이름으로 남은 세계. 윤곽을 지우며 지나간 사람들의 내일이 둥둥 떠다닌다. 빈 술병 하나가 햇살에 반짝 죽고 있다. 희고 빛나는, 내가 없는 세계.
---「공원 2」중에서


가로등 아래에서 너와 난 셔틀콕을 보낸다. 그러니까 너와 나는 셔틀콕을 따라다녔다. 너는 내게 아무것도 보내지 않고 나도 내게 있는 힘껏 아무것도 보내지 않는 셔틀콕을 따라 밤이 흩어진다. 흘러간다. 직선 같은 곡선의 음악들이 사방으로 흩어져서 킥킥거리는 공원에서 사람들은 둥글게 트랙을 돌았다. 뭐라고 쓰는지도 모른 채 연필 꼭대기 지우개처럼 흔들리다가 우리는 여기에 없는 세계로 자랄 거야. 투명해지는 연필처럼 아무것도 남지 않는 세계로 한 발씩 빠질 거야. 우리는 언제나 직선으로 날아가는 척 숨을 죽이다가 서로의 가슴팍에서 멀어지지. 트랙을 버리고 어디론가 사람들이 사라지고 난 뒤에도 너와 나의 셔틀콕은 계속된다. 잠시 세계는 보였다가 사라지고, 이 세계를 벗어난 셔틀콕을 바라볼 뿐, 그게 우리들의 세계, 밤의 허공을 향해 헛손질하는 마음 셔틀이 없는 우리들의 세계.
---「한밤의 셔틀콕」중에서


선생님, 죽고 싶어요. 죽고 싶어요
너는 날마다 아름다워지는구나
그런 게 아니라니까요, 최소한 자퇴라도 해야겠어요 해야겠어요
넌 그렇게라도 하고 싶은 게 있으니
정말 아름답구나

급식 지도 선생님이 운동장 한가운데를 지나간다

선생님, 그래도 다시 태어나고 싶어요
처음부터 다시 다시 다시
아무런 희망이 없어요 없다구요
너무 오래 살았나 봐요 살았나 봐요

운동장에 급식 지도 선생님이 지나간 길이 선명하다

잘못했어요
뭐든 다 잘못했어요
이 베개만은 가져가지 마세요
그게 베개였구나
근데 얘, 헤어롤 떨어지겠다 다시 말아봐

선생님, 그게 아니구요
사는 게 왜 이래요
날마다 벼랑이고 끝 같아요
끝 같은 게 아니고 끝이어서
아름답구나
그 끝을 그렇게 발랄하게 넘어갈 수 있으니
그런 슬픔을 가져본 적 없구나
---「학교생활-상담실」중에서


처음부터 없었다
그저 잠시 생겨났다 사라지는 것들
빗방울이 둥글어진다 해도 그것은 먼 고장에서의 일
형태 있는 모든 것은 거짓말의 이름
거짓말 놀이는 날마다 새롭게 시작된다
우리는 반죽처럼 비벼져서
오늘은 누군가의 빵이 되고
오늘은 누군가의 그리운 사람이 되어
입과 귀로 흘러든다
난간에 세우고 흔들고
밤을 선물해주고 피를 부르고
이래도 모르겠니
이래도 모르겠냐고 위로한다

처음부터 없었다는 걸 모르지
몇 개의 사물이 서로의 이름을 바꾸고 있다
우리의 저녁은 날마다 90도 서쪽으로 멀어졌고
끝내 헤어지거나 만난다
오늘은 식탁에 물병을 놓아야겠다
조금 기운 식탁 자리 끝에 두 손을 공손하게 올리고
혼자 먹는 밥
물병자리 너머로
남쪽 물고기들이
포스트잇처럼 지느러미를 흔든다
아무도 오지 않아도
식탁 위에 차려지는 별
상형문자처럼
정직한 손이 만드는 밤의 낮
---「파주 3」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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