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장. 너그러운 부모, 버릇없는 아이?
‘나 세대(Me Generation)’, ‘밀레니얼(Millennials)’ 등 젊은 세대에 대한 비판적 시각이 언론과 베스트셀러에 오르내리고 있다. 이전 시대에 비해 양육 방식이 너그러워져서 아이들이 더 버릇없어졌다는 논조다. 1장에서는 이런 불만의 근원과 타당성을 따져본다. 이런 시각이 바탕에는 실상 오래전부터 젊은 세대를 못마땅하게 보는 풍조가 있으며 구체적인 근거도 없을 뿐더러 대개는 신세대를 비판하는 사람의 보수적 세계관에 영향을 받은 것임을 밝힌다.
2. 양육을 바라보는 이분법적 관점: 엄한 부모와 물러터진 부모 사이
1장에 이어 너그러운 양육에 대한 비판 현상의 원인을 자세히 짚어본다. 자신의 경험을 바탕으로 세상이 잘못되고 있다는 일반화와 자신의 신념에 일치하는 정보만 받아들이는 확증 편향, 개인 삶이 변하면서 보수화되는 현상을 감안하지 않고 세상 탓으로 돌리는 현상에 대해 주목하게 한다. 또한 양육 방식을 흑백으로 나눠, 대화와 존중에 기초한 양육마저 아이 망치는 너그러운 양육으로 동일시한 결과 엄한 교육의 입지가 커지고 있다고 분석한다. 이런 오류의 바탕에는 아이들이 당연히 복종하며 커야 한다는 보수적 신념이 자리 잡고 있는데, 엄한 교육방식은 오히려 아이 성장에 부정적이라는 연구 결과를 밝힌다. 저자는 엄하거나 너그러운 방식의 범주를 넘어선 협력(working-with) 양육 모델을 제시하면서 대화와 존중, 사랑에 기초한 양육을 제안한다.
3. 과잉 돌봄에 대한 과잉 반응
부모들의 양육 방식이 너그러워졌다는 비판처럼 과잉 돌봄과 헬리콥터 부모 현상이 만연하고 있다는 주장과 그 부정적 효과도 근거 없음을 밝힌다. 두드러진 일부 사례를 일반화해서 비난하다 보니 다양한 맥락과 변수는 간과된 채 부모의 관심과 지지가 도매금으로 매도되고 있다. 오히려 실제 연구 결과는 부모자녀 간의 끈끈한 유대가 아이들의 성장에 매우 중요함을 시사한다. 과잉 양육이나 헬리콥터 부모에 대한 이례적인 비판의 배경에는 다음 세대에 대한 경멸과 독립의 가치를 과대평가하는 문화적 풍토가 있음도 간과하지 말아야 한다.
4. 청춘의 아픔을 당연시하는 사회
전통적·보수적 교육관에서는 아이들이 자기 수준 이상으로 평가받거나 고생한 것에 비해 쉽게 성취하는 것을 반대한다. 따라서 보상(상)-경쟁-실패(승자와 패자 구분)의 구조가 장래의 쓰라린 상황에 대처하는 힘을 키운다고 믿는다. ‘익숙해지는 편이 좋다’라는 상투적 표현이 이런 논리를 정당화하는 데 동원되면서 불쾌한 경험을 감수하게 한다. 그러나 연구에 따르면 실패와 불쾌한 경험은 자존감을 떨어뜨리고 회피심리를 유발하며 그 이상으로 큰 심리적 피해를 입힌다. 그보다는 성공과 행복한 경험이 성공으로 이어진다. 이 장은 열정페이와 청년의 고통을 당연시하는 한국의 보수적 시각에 대한 반론이기도 하다.
5. 경쟁과 실패를 옹호하는 사람들이 놓치는 것
4장에서 조명한 보상, 경쟁, 실패 옹호 논리의 배경에는 아이들이 고생을 해봐야 하고, 뭔가를 너무 쉽게 성취해서는 안 된다는 대중적 신념이 자리 잡고 있다. 보상 옹호에는 받을 사람만이 받아야 한다는 ‘조건부’의 신념이, 경쟁 옹호에는 모두가 승자가 될 수 없으니 소수만이 인정받아야 한다는 ‘희소성’의 신념이, 실패 옹호에는 험한 세상을 이겨내기 위한 준비 과정이라는 ‘가치박탈’의 신념이 깊이 자리 잡고 있음을 밝힌다.
6. 자존감 폄하하기
자존감은 아이들의 성장뿐만 아니라 인간이 살아가는 데 중요한 요소이다. 전통주의자들은 이 개념마저 깎아내린다. 지난 수십 년에 걸쳐 아이들의 자존감이 올랐다는 주장은 근거가 부족하며, 요즘 아이들이 무턱대고 자기를 좋게 생각해서 문제라는 주장 속에는 흔히 ‘높은 자존감’과 ‘자기중심주의’가 뒤섞인 채 쓰이는 경우가 비일비재함을 밝힌다. 오히려 조건부 자존감이야말로 자신에 대한 신뢰를 약화시키며 인간관계를 왜곡시킨다고 말한다.
7. 마시멜로 이야기의 진실: 근성과 극기, 누구를 위한 것일까
유명한 마시멜로 실험이 원래 의미와 달리 당장의 즐거움을 참는 만족지연, 자제력이 장래의 성공과 연결된다는 식으로 널리 알려지면서 자제력·인내·근성(grit) 같은 요소가 성공의 열쇠라고 칭송받고 있다. 그러나 참고 견디는 게 좋다는 주장과 달리 아이의 성향과 맥락에 따라 역효과가 나올 수 있다는 사실은 간과된다. 한 우물만 파는 데서 오는 융통성 결여와 경직된 사고방식도 이들 덕목을 강조하기에 앞서 고려해야 할 내용이다. 이 장에서는 자제력·근성에 대한 열풍이 기존 체제의 이데올로기를 내면화하는 수단이 되기도 하며, 가난·범죄·비만 같은 문제를 개인의 의지 탓으로만 돌려 국가나 기업의 책임을 감추고 체제에 대한 복종을 정당화하는 정치적 의도도 있다는 강력한 메시지를 던진다.
8. 세상을 바꾸는 반항아로 기르려면
너그러운 양육, 헬리콥터 부모, 자기통제와 같은 주제는 다양한 맥락에 따른 해석 없이 이데올로기적으로 일반화되어 사회 전반의 동의를 얻고 있지만, 사회나 제도로 인한 문제의 근원을 덮고 개인을 탓하는 도구로 이용되기 십상이다. 당연시되는 문제에 의문을 품고 순응을 거부하는 아이로 키우기 위한 제안으로 책을 마무리한다. 더 좋은 세상을 만드는 일에 아이들이 책임감을 갖기 원한다면, 아이들에게 권한과 그에 따르는 책임을 주어야 한다. 이 말에는 노골적인 형태든 교묘한 형태든 우리의 통제를 줄여야 한다는 의미가 담겨 있음을 역설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