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ynn Raye Harris 린이 처음 할리퀸과 만난 건 할머니께서 벼룩시장에서 상자 하나를 집으로 가져오셨을 때였다. 로맨스 소설을 읽으며 셰이크나 왕자와 결혼하고 싶다는 꿈을 꿨지만 결국 군인과 결혼해 전 세계를 돌아다녔다. 지금 할리퀸에서 정열 넘치는 이야기들을 쓰고 있으니 어찌 생각하면 꿈을 이룬 셈이다. 화끈한 남자 주인공과 당찬 여자 주인공, 그리고 해피엔딩이 좋다고 말하는 그녀는 노스앨라배마에서 잘생긴 남편과 두 마리의 정신없는 고양이들과 함께 살고 있다.
“무엇을 도와 드릴까요, 미스터, 어, 라시드?” 길고 긴 이름 중 기억하는 단어가 있어서 다행이었다.
“내 것을 찾으러 왔소, 미스 슬론.”
셰리든은 초조한 모습을 들켜 남자와의 기 싸움에서 지고 싶지 않았다. “라시드라는 성을 가진 고객께 출장 연회 서비스를 한 기억이 없군요. 하지만 혹시 실수로 사모님의 은 식기를 챙겨 왔다면 당연히 돌려 드려야지요.”
“난 은 식기를 가지러 온 게 아니오, 미스 슬론.”
남자는 어쩐지 격노한 얼굴이었다. 그가 커다랗고 우아한 고양이의 몸짓으로 한 걸음 다가왔다. 너무 가까워 체취를 맡을 수 있을 정도였다. 무더운 여름의 미풍과 알싸한 향신료 향이 풍겼다. 당혹스러웠다. 셰리든은 짐짓 아무렇지 않은 척 손바닥으로 책상 모서리를 쓸었지만 목소리가 떨렸다. “그럼 말씀해 주시면 당장 찾아볼게요.”
“그건 불가능할 것 같소.” 남자의 시선이 그녀의 배로 향하고…. 셰리든은 의심이 확신으로 변해 속이 울렁거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