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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17년 12월 20일
쪽수, 무게, 크기 280쪽 | 152*224*20mm
ISBN13 9791196219710
ISBN10 1196219710

책소개 책소개 보이기/감추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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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수는 대제학을 삼대에 걸쳐 배출한 경화사족京華士族 출신으로 일가가 모두 한성에 뿌리내린 터줏대감들이었다. 용보 같은 대비전 염탐꾼 정도는 애초부터 맞수가 아니었다. 주상이 쓰러지자 만수의 형 시수는 도제조가 되었다. 임금의 환우를 돌보는 책임은 형이, 죽은 왕과의 작별은 동생 만수가 맡은 셈이었다. 대왕대비는 만수를 이조판서로 옮기고, 예조의 공백은 용보로 메우려 했다. 그때 만수가 사직상소를 올렸다.
“부족한 자질로 이조의 막중한 책임을 맡아 불충을 저지를까 염려되옵니다!”
결국 용보는 보름 만에 예조에서 내의원 제조로 눌러 앉게 됐다. 장안에 감투 바꿔 쓰기, 보름판서란 말이 오가며 망신살이 뻗쳤다. 댕기머리아이들까지도 쌤통이라고 놀려댔다. --- p.109

“참의 어른이 살아서 천주님을 만난다고 하셨다고요?”
“분명 그랬네!”
사영은 목소리에 확신이 가득 차 있었다.
“복잡하게 어찰의 뒤를 쫓느니 청나라에 도움을 청할 것이네. 임금의 숨은 뜻을 덮어 버리려는 자들이 있으니 진상을 밝히자고 요구하면 청나라도 움직일 것이야. 상국의 황제가 그것을 보자고 하면 조정도 버틸 재간이 없겠지.”
명호는 자기 귀를 의심했다. 이건 명백한 모반이었다.
“원규가 남곽 선생을 만나려고 했다지? 침변서에서 단서를 찾은 거야. 만일 조선의 새 임금이 선친의 뜻에 반하는 짓이라도 벌이면 청나라가 개입할 여지가 생겨. 남곽 선생을 통해 이 사실을 천자께 알리려고 했겠지.”
사영은 과연 머리가 비상했다. 잔잔한 파편 몇 조각을 모아 큰 그림을 그려냈다. 아버지의 유지를 받드는 것은 자식의 의무였다. 그 뜻을 거스르면 용상에 오를 수 없다. 하지만 명호는 이 천재가 하는 일이 불안하기만 했다. 원숭이도 나무에서 떨어질 때가 있다. 남의 눈에 보이지 않는 진실만을 쫓으면 보통사람과 눈높이를 맞출 수 없는 법. 명호는 황사영의 단호함에 기가 질렸다.
“그게 설사 처숙부일지라도 훼방꾼은 모두 쳐낼 것이네.” --- p.119

홍경래는 가슴에 총을 맞고 꺼꾸러졌다. 나머지 반군 두목들도 사로잡혔다. 성 안은 아비규환이었다. 넉 달간의 항전 끝에 산 자보다 죽은 이가 훨씬 많았다. 그래도 포졸들은 송장 더미에서 숨이 붙어 있는 자를 억척스럽게 솎아냈다. 감히 주상을 능멸하고 세상을 바꾸겠다고 설친 놈들을 편히 죽게 할 수 없다는 어명이 떨어졌던 것이다.
이날 잡은 포로는 삼천에 가까웠다. 그중 아녀자와 열두 살 미만 어린것들을 뺀 이천이 하루 새에 목이 달아났다. 농사를 지을 수 있는 한창 나이의 남정네들이 모두 형장의 이슬로 사라졌다. 그리고 정주는 한동안 버려진 땅이 되고 말았다. 임금은 만수에게 진노를 풀지 못했다. 만수는 경주로 유배를 떠나라는 하교를 받았다.
“절해고도가 아니라 경주이니 그나마 다행일세.”
정주는 마음에서 우러나는 위로를 건넸다. 지난 신유년 옥사에서 만난 약용이 이 광경을 보면 뭐라고 할까? 다른 이들은 이승을 등지고 천주를 만나려고 목숨을 버렸다. 하지만 약용은 살아남았다. 코흘리개 애들, 노비, 아녀자, 하루 끼니를 걱정하는 늙은이처럼 낮은 곳에서 뒹구는 인생들과 함께 말이다. 만수는 정주성의 마지막 날에 한 일이 무엇인지 헤아려 보았다. 그리고 글만 읽다가 이천에 이르는 양민이 죽게 내버려 두었다며 머리칼을 쥐어뜯었다.
만수는 문득 살아온 인생을 돌이켜 보았다. 여태껏 만수는 선대왕이 글로 지은 보금자리에서 뒹굴었을 뿐이었다. 잘못된 글은 멀리하고 성현의 말씀만을 암송했다. 그런데 이 모든 것이 글 모르는 백성에게는 어떻게 비춰졌을까? 백성을 지켜야 할 목민관이 까마득한 옛 글만 붙잡고 늘어졌다. 백성을 몰인정하게 외면하고 성현의 꿈만 좇았다. 글은 안식처가 아니라 소박한 꿈마저 가둔 좁은 울타리였다. 스스로를 글로 된 벽에 가두고 세상을 등진 셈이었다.
“그자는 했지만 나는 할 수 없었네. 소중한 백성과 명예, 가문, 형제를 맞바꿀 엄두도 내지 못했어! 백성을 위해 내 혈육을 내줄 수는 없었네.”
만수는 선혈을 토해내듯 장탄식을 거듭했다. 약용은 천주를 버리고 또 다른 천주를 구했다. 만수는 그 천주를 모른다. --- p.269~270

대화가 힘겨운지 자리에 누운 노인은 한참 뜸을 들였다.
“천주님을 모른다고 부정했습니다.”
노인이 한마디 뗄 때마다 늘그막의 참회가 묻어났다. 힘겨운 대화는 별 말이 없어도 더디기만 하다. 말하는 이가 힘들면 듣는 이도 고통스럽다.
“베드로도 예수님을 세 번이나 모른다고 했습니다.”
노인은 자지러지게 기침을 해댔다. 잠시 후 숨을 고르고 다시 말을 이었다.
“형님을 배반하고 조카를 죽음으로 내몰았습니다. 조카사위와 매형을 대역죄로 고발하고 주문모 신부님을 팔아 넘겼습니다.”
덧칠하지 않은 적나라한 고백이었다. 젊은이는 이 얘기 끝에 잠시 말을 끊었다. 잠시 후 숨을 고르고 마디마디 혀 밑에 머금은 채 우물거렸다.
“대신 수천 명을 살리셨지요.”
젊은이는 조용히 눈을 감고 가슴에 손을 얹었다. 천주학이란 낙인을 지우고자 애썼건만 약용은 다시 천주에게로 돌아왔다. 이제 이 죄인의 마지막 뒤안길을 겸허하게 정리해야 한다.
“천주 앞에서는 누구나 죄인입니다. 죄를 용서받았으니 행복한 분이십니다.”
용서라는 말에 노인의 눈가가 젖어 든다. 애닮은 고백을 마치자 그간 쌓였던 설움이 눈물로 변해 왈칵 쏟아졌다.
“제 죄 값을 치르려고 애쓴 징표입니다.”
노인은 책장에 꽂힌 책 한 권을 넌지시 건넸다. 표지에 만천유고蔓川遺稿라고 쓴 제목이 채 마르지도 않았다.
“옛 매형 집에 흩어져 있던 문서와 억울하게 죽은 한 청년의 글귀를 모아 엮었습니다. 아녀자, 노비들도 함께 볼 수 있게 언문기도문도 넣었습니다. 부디 소중히 간직해 주십시오.”
신부는 약용의 메마른 손마디를 따뜻하게 쓰다듬었다.
“이제 곧 뜻이 다르다고 배격하는 이 없고, 참된 글을 짓지 못한다고 비웃는 자 없는 천국의 도읍으로 들어가십니다. 영원한 삶을 누리는 그 도읍으로 들어가시면 됩니다.”
신부는 영원한 생명을 누릴 거라며 위로했다. 이 말 끝에 약용도 아픈 몸을 조용히 눕혔다.
--- p.273~27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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