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년 초, 웹소설 전문 사이트들은 앞다투어 자체 집계한 누적 조회 수를 발표했다. 웹 사이트 ‘조아라’는 지금까지 누적 조회 수가 130억 회를 돌파했다고 선언했고, 네이버웹소설은 지난해 누적 조회 수만 45억 회라고 발표했다. ‘북팔’ 역시 2015년 누적 조회 수가 2억 회를 웃돈다고 공식 발표했다. 이제 평균 연봉이 2억 원이 넘는 웹소설 작가가 등장했고, 웹소설 시장은 매년 2∼3배 성장 신화를 갱신하고 있다. 2016년 웹소설의 매출 규모는 무려 800억 원에 이른다. 콘텐츠 시장이 핫 트렌드로서 웹소설에 주목하는 이유다. ---「소설의 종언, 그 이후」중에서
작품의 완성도는 논외로 하고, 다양한 플랫폼을 통해 스트리밍되고 있는 영상물들을 제치고 문학 형식인 소설이 웹에서 선전하고 있는 점은 일단 매우 긍정적으로 평가할 만하다. 특히 소설은 상상력과 언어 표현 능력 면에서 영상이 할 수 없는 부분을 건드리는 매체이므로, 문화적이나 교육적 측면에서도 중요하다. 웹소설의 진화를 조심스럽게 지켜보아야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웹소설은 이미 작가의 개념을 변화시켰고, 작가의 등용문인 등단의 경로를 바꾸었으며 작가와 아마추어의 구분조차 흐리고 있다. 물론 이런 점들은 순수문학 vs 대중문학이라는 이원화된 기존의 사고체계에서는 이해 불가한 것이다. 그러나 짧은 역사에도 불구하고 문학의 중심으로 부상한 웹소설의 파급력은 간과할 수 없는 정도에 이르렀다. ---「웹소설의 생성과 이념」중에서
이처럼 기존의 문학에서 허무맹랑하다고 폄하되던 이야기들이 거리낌 없이 유통될 수 있는 것은 작가가 자신을 감출 수 있기 때문이다. 다른 차원에서 온 신비로운 인물이 주인공이 되고, 마법의 세계가 펼쳐질 수 있는 것도 이 때문이다. 필명이라는 가면 뒤에 숨음으로써 작가에게 공상의 자유, 표현의 자유가 부여된 것이다. 웹소설을 준비하는 예비 작가를 위해 필명에 관계된 첨언을 하자면 이전에 실패했다고 해서 작품에 도전하는 것을 두려워할 필요가 없다는 말을 하고 싶다. 새로운 작품이 연재될 때마다 필명을 바꿀 수 있기 때문이다. 인기 작가들이야 필명을 그대로 사용하는 것이 유리하겠지만, 연재를 중단했거나 실패했다면 새로운 필명으로 다시 도전할 수 있다. 지난 이력을 지우고 새롭게 시작할 수 있단 점은 필명이라는 가면이 주는 또 하나의 자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