확장메뉴
주요메뉴


닫기
사이즈 비교
소득공제
추억에서 일주일을

추억에서 일주일을

: Paris 1980-1990

첫번째 리뷰어가 되어주세요
베스트
포토 에세이 top100 9주
정가
14,000
판매가
12,600 (10% 할인)
배송안내
서울특별시 영등포구 은행로 11(여의도동, 일신빌딩)
지역변경
  • 배송비 : 유료 (도서 15,000원 이상 무료) ?
eBook이 출간되면 알려드립니다. eBook 출간 알림 신청
  •  해외배송 가능
  •  최저가 보상
  •  문화비소득공제 신청가능

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17년 12월 25일
쪽수, 무게, 크기 224쪽 | 451g | 148*198*20mm
ISBN13 9788993489705
ISBN10 899348970X

책소개 책소개 보이기/감추기

목차 목차 보이기/감추기

저자 소개 (1명)

책 속으로 책속으로 보이기/감추기

에스프레소에 물이나 우유를 타 먹을 수 있다는 걸 며칠이 지나서야 알았다. 더군다나 에스프레소에 뜨거운 물을 탄 게 아메리카노라는 건 십수 년이 더 지난 다음에나 알았다. 그날 난 생전 처음 독한 에스프레소를 원 샷하고는 정말로 쌍코피를 터트렸다. 사람들이 작은 잔에 담긴 에스프레소를 혀로 핥아먹는 것만 미리 봤어도 조심했을 텐데.
어쨌든 나의 몽마르트르 보헤미안 생활은 커피가 아닌 코피를 마시며 시작되었다.

고흐가 자주 갔다는 화방에는 온갖 피그먼트(안료:분말)가 황홀하게 진열돼 있었다. 내친김에 들어가 라피즈 라즈리(청금석 물감)를 찾았다. 조그만 비닐봉지만 한 작은 게 20만 원이란다. 고흐는 이걸 몇 봉지나 썼기에 동생에게 돈을 부쳐달라고 편지를 썼을까?
어쨌거나 푸른색은 비싼 색이니 푸른 하늘을 자주 올려다볼 일이다.


호텔 데 자르 55호. 수많은 아티스트가 거쳐 간 전설의 방. 한국인으로는 고인이 된 함대정 선생님과 오지호 선생님이 묵어가셨던 방. 먹어도 먹어도 허기가 채워지지 않는 이상한 위장을 지닌 나는 그 방에서 기계체조로 다져진 다부진 몸 하나 믿고 파리 생활을 시작했다. 55호는 언제나 착지가 불안했던 내가 처음으로 안착한 방이었다.


인터뷰 때 태식이가 도와줘 둘이 그림 한 장씩 펼쳐 가면서 교수 세 명에게 면접을 봤다. 언어의 장벽 앞에서 간신히, 아주 위태롭게 대답하는데 뀌에꼬 선생이 대뜸 ‘너는 나이도 먹고 1983년에 개인전도 한 놈이 왜 학교에 들어오려고 하느냐?’고 묻는다. 아니, 묻는 것 같았다. 대충 듣자니 대답을 창의적으로 못하면 떨어질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나는 대답했다.


잠시 후 오 층 내 방에 오신 사장님은 한 번 더 깜짝 놀라신다. 좁은 방에 내 작품이 잔뜩 걸려 있었기 때문이다. 돈이 없어 캔버스를 못 사니까, 캔버스는 딱 하나만 사고 그림 마칠 때마다 그걸 떼어서 벽에 차곡차곡 붙여놨던 것이다. 그걸 장군님께 차트 넘기며 설명하듯 보여드리는데 그렇게 흐뭇할 수가 없었다.
“야, 너 어디 내놓아도 되겠다!”


피카소는 젊은 시절 여기저기 파리 화랑들을 찾아다니며 ‘여기 피카소 그림 없어요?’라고 묻고 다녔다. 화랑 주인들은 피카소를 하도 찾으니까, 수소문해서 작품을 가져다 놓았고 피카소는 식구들을 풀어 그걸 다 사들였다.


다른 건 다 해결되었는데 보증인 두 명이 없었다. 대사관을 찾아가 봤지만 거들떠보지도 않고, 마침 대사관에 근무하던 안면 있는 프랑스 여직원 두 명이 보증을 서 줬다. 대사관에 근무하던 한국 남성이 자기 허락 없이 보증받았다고 야단법석을 치는데 하도 기가 막혀서 그냥 대사관 앞마당에 여권을 찢어 버렸다. 대한민국 국민이란 게 슬프고 억울했다.


라파엘 소토(Jesus Rafael Soto) 선생을 만난 건 최대 행운이었다. 파리 퐁피두 미술관에 설치된 옵티컬 아트에 마음을 빼앗긴 후 사는 곳을 백방으로 수소문했다. 선생이 자주 드나드는 필름가게 아가씨가 전화번호를 일러줘 아틀리에를 무작정 찾아가 만났다.


나는 카페 주인에게 혹시나 싶어 세자르 교수 작업실에 가야 하는데 혹시 여기 안 오시냐고 물었다. 대뜸 ‘너 보자르 다니냐?’고 묻는다. 그렇다고 했더니 가끔 다섯 시쯤 들린다고 한다. 조수가 와 있다고 가리키는데 거기 허옇고 긴 수염이 인상적인 할아버지가 앉아 있었다. 할아버지 조수라니!


얼마 전 아이들과 강릉에 다녀왔다. 문화유산을 보여주겠다는 아빠의 말에 모두 기대가 컸다. 십여 년 전 들렀던 강릉 선교장에 다시 가봤다. 솔직히 그날 나는 실망했다. 선교장과 율곡 생가, 경포 바다가 아름다워 강릉 시민을 너무나 부러워했었는데, 선교장 뜯어고친 걸 보고 화가 났다. 그곳 사람들이 무엇을 잃었는지도 모른다는 것이 답답했다. 십여 년 전 아내와 함께 들렀던 선교장과 그 주변은 너무 아름다웠다. 나중에 꼭 아이들과 다시 한 번 와 보겠노라고 약속하고 아이들과 함께 간 건데 실망만 안고 돌아왔다.


간신히 이응노 선생님 주소를 알아내 바로 무작정 파리 북쪽에 있는 선생님 작업실로 달려갔다. 초인종을 누르는데 손이 바르르 떨렸다.
직접 대문을 열고 나온 이응노 선생님과 나는 그 자리에 서서 울어버렸다. 대뜸 하시는 첫 말씀이 ‘무서워서 어찌 왔노’ 였다. 정부에서 접촉 금지령을 내린 터라 12년 동안 유배 아닌 유배를 당하시고 계셨던 거다. 물론, 한국 사람들은 아무도 찾아가지 않았다.


사람 사귈 때 돌처럼 반듯하지 않으면 사귀지 말아야 한다. 입으로 시를 읊으며 머릿속으로는 남의 무덤을 파는 걸 위선자로 여겼던 스승들은 은자인 체하며 출세를 노리는 자들을 추하게 여겼다. 글을 몰라도 농부가 밭을 갈며 아내를 손님같이 공경하면 설익은 선비보다 낫다고 했다.


외롭다고 징징거리는 나 자신을 보니 한심했다. 그래서 84년에 나는 노스텔지아와 이별을 하려고 여행을 떠났다. 무전취식하며 식당 마당도 쓸어주고 포도도 따고 짐도 들어주며 노르망디, 보르도, 니스, 모나코 지중해까지 거의 한 달을 배낭과 침낭만 가지고 다녔다. 자연과 친해지니 향수병이 극복되는 것 같았다. 다리에 근력도 생겨 하루 한 끼만 먹어도 끄떡없을 정도였다.


처음 미술을 시작했을 때는 정말 무식해서 그림을 잘 그렸다. 하지만 서양 신화를 답습하는 오류는 반드시 바로잡겠다고 마음먹었는데 그런 내 오류를 바로잡은 건 한국이 아니라 파리에서였다. 그곳에서 모더니즘과 포스트모더니즘의 오류를 극복한 내 예술세계가 고구려 고분벽화를 수놓았던 습식 프레스코를 만날 수 있었으니 말이다.


생제르맹 데 프레 보나파르트가 보자르 옆에 있는 블라키아 화랑은 한스 아펠, 알레친스키로 대변되는 코브라 그룹과 피카소, 뒤뷔페, 라우센버그, 타피에스 등 세계적인 대가들이 무명시절일 때 그들의 재능을 발굴, 개인전을 열어준 것으로 유명한 화랑이다.
나도 추천을 받았지만 포트폴리오 들이밀고 당당히 개인전을?했다. 다니던 학교 옆에 있었기에 감회가 더욱 새로웠다. 블라키아 화랑 전시회 때 파리에 계신 대가님들께서 와 주셔서 너무 행복했다.


아쉽게도 우리나라도 이젠 개를 버리는 나라가 됐다. 개든 사람이든 버려지는 일은 없었으면 좋겠다. 버려지는 개의 심정은 모르지만 혼자 남겨지는 예술가의 심정은 조금 알기에.
--- 본문 중에서

출판사 리뷰 출판사 리뷰 보이기/감추기

회원리뷰 (0건) 회원리뷰 이동

  등록된 리뷰가 없습니다!

첫번째 리뷰어가 되어주세요.

한줄평 (0건) 한줄평 이동

  등록된 한줄평이 없습니다!

첫번째 한줄평을 남겨주세요.

배송/반품/교환 안내

배송 안내
반품/교환 안내에 대한 내용입니다.
배송 구분 예스24 배송
  •  배송비 : 2,500원
포장 안내

안전하고 정확한 포장을 위해 CCTV를 설치하여 운영하고 있습니다.

고객님께 배송되는 모든 상품을 CCTV로 녹화하고 있으며, 철저한 모니터링을 통해 작업 과정에 문제가 없도록 최선을 다 하겠습니다.

목적 : 안전한 포장 관리
촬영범위 : 박스 포장 작업

  • 포장안내1
  • 포장안내2
  • 포장안내3
  • 포장안내4
반품/교환 안내

상품 설명에 반품/교환과 관련한 안내가 있는경우 아래 내용보다 우선합니다. (업체 사정에 따라 달라질 수 있습니다)

반품/교환 안내에 대한 내용입니다.
반품/교환 방법
  •  고객만족센터(1544-3800), 중고샵(1566-4295)
  •  판매자 배송 상품은 판매자와 반품/교환이 협의된 상품에 한해 가능합니다.
반품/교환 가능기간
  •  출고 완료 후 10일 이내의 주문 상품
  •  디지털 콘텐츠인 eBook의 경우 구매 후 7일 이내의 상품
  •  중고상품의 경우 출고 완료일로부터 6일 이내의 상품 (구매확정 전 상태)
반품/교환 비용
  •  고객의 단순변심 및 착오구매일 경우 상품 반송비용은 고객 부담임
  •  직수입양서/직수입일서중 일부는 변심 또는 착오로 취소시 해외주문취소수수료 20%를 부과할수 있음

    단, 아래의 주문/취소 조건인 경우, 취소 수수료 면제

    •  오늘 00시 ~ 06시 30분 주문을 오늘 오전 06시 30분 이전에 취소
    •  오늘 06시 30분 이후 주문을 익일 오전 06시 30분 이전에 취소
  •  직수입 음반/영상물/기프트 중 일부는 변심 또는 착오로 취소 시 해외주문취소수수료 30%를 부과할 수 있음

    단, 당일 00시~13시 사이의 주문은 취소 수수료 면제

  •  박스 포장은 택배 배송이 가능한 규격과 무게를 준수하며, 고객의 단순변심 및 착오구매일 경우 상품의 반송비용은 박스 당 부과됩니다.
반품/교환 불가사유
  •  소비자의 책임 있는 사유로 상품 등이 손실 또는 훼손된 경우
  •  소비자의 사용, 포장 개봉에 의해 상품 등의 가치가 현저히 감소한 경우 : 예) 화장품, 식품, 가전제품, 전자책 단말기 등
  •  복제가 가능한 상품 등의 포장을 훼손한 경우 : 예) CD/LP, DVD/Blu-ray, 소프트웨어, 만화책, 잡지, 영상 화보집
  •  소비자의 요청에 따라 개별적으로 주문 제작되는 상품의 경우
  •  디지털 컨텐츠인 eBook, 오디오북 등을 1회 이상 다운로드를 받았을 경우
  •  eBook 대여 상품은 대여 기간이 종료 되거나, 2회 이상 대여 했을 경우 취소 불가
  •  중고상품이 구매확정(자동 구매확정은 출고완료일로부터 7일)된 경우
  •  LP상품의 재생 불량 원인이 기기의 사양 및 문제인 경우 (All-in-One 일체형 일부 보급형 오디오 모델 사용 등)
  •  시간의 경과에 의해 재판매가 곤란한 정도로 가치가 현저히 감소한 경우
  •  전자상거래 등에서의 소비자보호에 관한 법률이 정하는 소비자 청약철회 제한 내용에 해당되는 경우
소비자 피해보상
  •  상품의 불량에 의한 반품, 교환, A/S, 환불, 품질보증 및 피해보상 등에 관한 사항은 소비자분쟁해결기준(공정거래위원회 고시)에 준하여 처리됨
환불 지연에
따른 배상
  •  대금 환불 및 환불 지연에 따른 배상금 지급 조건, 절차 등은 전자상거래 등에서의 소비자 보호에 관한 법률에 따라 처리
  •  쿠폰은 결제 시 적용해 주세요.
1   12,600
뒤로 앞으로 맨위로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