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붉은 수염 진료담

붉은 수염 진료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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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18년 01월 05일
쪽수, 무게, 크기 376쪽 | 434g | 130*210*30mm
ISBN13 9791188152193
ISBN10 118815219X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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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병뿐만 아니라 모든 병에 대해서 치료법 같은 건 없어.”
노보루는 천천히 교조를 보았다.
“의술이 발전하면 바뀔지도 모르지. 하지만 그래도 그 개체가 가지고 있는 생명력을 뛰어넘을 수는 없을 거야.”라고 교조는 말했다. “의술이라고 해봐야 대단할 것 없어. 오랜 세월 이 일을 할수록 의술이 별것 아니라는 사실을 더 크게 느끼게 될 뿐이야. 병이 발생하면 어떤 개체는 그것을 극복하고, 다른 개체는 져서 쓰러지지. 의사는 그 증상과 경과를 판단할 수 있고, 생명력이 강한 개체에는 다소간의 힘을 보태줄 수도 있어. 하지만 그것뿐이야. 의술에 그 이상의 능력은 없어.”
교조는 자조와 슬픔을 드러내듯 떡 벌어진 어깨의 한쪽을 추슬러 올렸다. “―지금 우리가 할 수 있는 일 가운데 가장 먼저 해야 할 것은 빈곤과 무지와의 싸움이야. 빈곤과 무지에 이겨나감으로 해서 의술의 부족한 부분을 메울 수밖에 없어. 알겠나?” --- p.57

“인생은 교훈으로 넘쳐나. 하지만 모든 사람에게 해당하는 교훈은 하나도 없어. 사람을 죽여서는 안 된다, 도둑질을 해서는 안 된다는 원칙조차 절대적인 것은 아니야.” 그리고 목소리를 낮춰서 말했다. “나는 이 사실을 시마다 에치고에게 말할 거야. 그렇게 하고 싶지는 않아. 물론 비열한 행위에 조건은 없지만, 그렇게 하지 않으면 안 될 때는 어쩔 수가 없어. 지금은 교훈에서 등을 돌려야 할 때야.” --- p.92

“그들도 인간이라는 사실을 믿기로 하자. 그들의 죄는 참된 능력도 없으면서 권위의 좌에 앉았다는 것과, 몰라서는 안 될 사실을 모른다는 데 있어. 그들은,”하고 교조는 거기서 입을 굳게 다물었다. “그들은 가장 빈곤하고 가장 어리석은 사람들보다 더 어리석고 무지한 거야. 그들이야말로 가엾게 여겨야 할 인간들이야.” --- p.108

“하지만 그들도 역시 인간이야.” 지친 기색이 역력한 투로 교조가 말했다. “슬프구나. 그들 역시 인간이라는 사실을 인정하지 않을 수 없어. 틀림없이 식구도 있을 거야. 의사로서의 재능이 없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할지라도 다른 살아갈 수단이 없다면 어떻게 하겠는가? ―처자식을 먹여 살리고 하루하루 살아가기 위해서는 설령 몹쓸 짓이라는 사실을 안다 할지라도 배운 도둑질을 할 수밖에 없지 않겠는가.”
--- p.2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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