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의사소통 능력(Communicative Competence)
제2언어 말하기를 가르친다는 것은 어떤 무엇을 의미하는가? 이에 대한 여러 학자들의 견해가 있어왔는데, 먼저 오랜 시간 동안 유지되어 온 하나의 견해는 언어를 가르치는 것은 학습자가 목표 언어의 소리, 단어, 문법 규칙을 숙달하도록 돕는 것으로 여겨졌다. 즉, 언어의 이러한 요소들을 학습함으로써 언어적 능력(linguistic competence, Chomsky, 1966)을 갖게 되고 이를 이용하여 의사소통을 할 수 있게 된다는 것이다. 그러나 1970~80년대를 거치면서 언어 학습에 대한 관점에 중요한 전환이 나타나는데, 언어적 능력은 의사소통을 위해 필요한 하나의 요소이며 이것이 전부가 아니라는 것이다. 이러한 전환은 사회언어학적 연구, 교수법, 교육과정 및 언어학의 발전에 영향을 받은 것이었다(Bailey, 2005).
말하기에 대한 정의에서 언어적 능력을 포함하는 보다 광범위한 개념은 의사소통 능력(communicative competence)이다. ‘의사소통 능력’은 Chomsky가 언급한 ‘언어적 능력’에 어느 정도 상반되는 의미로 Hymes(1972)에 의해 제안되었는데 이는 특정 문맥 하에서의 문법 규칙(rules of grammar)과 적합한 사용의 규칙(rules of appropriate use) 둘 다를 포함하는 개념이다(Richards & Rodgers, 2001). 예를 들어, “Pass me the pen” 과 “Would you pass me the pen, please?”의 표현들을 정확히 사용하는 것은 문법 규칙에 속한다. 그러나 가까운 친구나 낯선 사람에게 이들 표현을 선택하여 적절하게 사용하는 능력은 사용의 규칙에 속한다. 즉, 말하기란 해당 언어의 문법 규칙과 사용의 규칙에 맞게 의사소통을 할 수 있음을 의미한다고 볼 수 있다.
1970년대 의사소통중심 교수법(communicative language teaching)이 등장하면서 연구자들은 의사소통 능력이라는 개념을 제2언어 습득에 적용하였다. 즉, 제2언어 습득에 있어서 의사소통 능력이란 무엇을 의미하는지를 규명하고자 하였다. 이와 관련된 대표적인 연구가 Canale과 Swain(1980)에 의해 이루어졌는데 이들은 제2언어에 해당되는 의사소통 능력을 네 가지 범주에서 설명하였다. 이 네 가지는 문법적 능력, 사회 언어적 능력, 담화능력, 전략적 능력이다. 먼저 문법적 능력은 정확한 발음, 어휘, 문법을 사용하는 능력을 의미하고 사회 언어적 능력은 다양한 문맥에 맞는 격(degree of formality and informality)이나 적합한 어휘 및 공손 전략(politeness strategy)을 사용하는 능력을 의미한다. 담화능력은 응집(cohesion)과 일관성(coherence)을 포함하는데 응집은 하나의 문장 내에서 문법적·단어적 관계가 적합하게 이루어져 있는지에 대한 것이고 일관성은 글에서 문장들이 주제에 맞게 일관되게 구성되어 있는지와 관련된다. 마지막으로 전략적 능력은 화자가 자신의 언어지식에 있는 결함(gap)을 메꾸기 위해 사용하는 전략들로 제스쳐나 그림 혹은 대체어 사용 등이 속한다.
2) 유창성과 정확성
제2언어 말하기 교수 · 학습에서 염두에 두어야 할 사항 중 하나는 유창성과 정확성의 균형을 맞추는 것이다. 유창성은 불필요한 주저함이나 느려짐 없이 자연스런 흐름으로 자신감 있게 언어를 사용하는 능력인데(Hedge, 1993) 여기에서 초점을 두는 것은 의미를 전달하는 것과 화자 간 의미를 협상하는 것이다. 반면, 정확성은 언어 규칙에 맞는 문법, 발음, 표현, 담화 규칙을 사용하는 능력을 의미하는 것으로 화자가 언어 규칙에 맞는 정확한 표현을 사용하는지가 관심의 대상이다. 제2언어 교수법에서는 시기별로 유창성 또는 정확성을 강조해왔는데 1970년대 말에는 반 문법 접근법(anti-grammar approach)이 주류를 이루며 언어 교사들이 정확성으로부터 등을 돌리기도 하였다(Lazaraton, 2001). 그러나 지금은 유창성과 정확성 모두가 제2언어 학습에 중요한 요소라는 데에 동의하고 있다. 우리나라 초등영어 교육과정에서도 영어 학습 초기에는 학습자들에게 부담을 주지 않고 흥미를 유지하도록 하기 위해 유창성이 먼저 추구되지만, 이후 정확성 또한 동등하게 중요한 목표가 된다.
3) 오류 수정
학생의 발화에 오류가 있을 때 교사는 어떻게 해야 할까? 무엇을 할지 결정하는 것은 간단한 일이 아니다. 지나친 오류 수정은 학생을 당황하게 하고 더 이상 말하고 싶지 않게 할 수도 있다. 반면, 교사가 학생의 오류를 무시하고 그냥 지나치면 그 학생은 자신의 오류를 인지하지 못하고 반복적으로 같은 오류를 범하게 되어 오류의 화석화(fossilization)로 이어질 수 있다. 오류 수정에는 두 가지 주요 방법이 제안되어 왔는데 이는 명시적 오류 수정과 암시적 오류 수정이다.
(1) 명시적 오류 수정
명시적 오류 수정에서 교사는 학생에게 무엇이 틀렸는지 얘기해주고 수정된 형태를 제시해주며 학생이 이것을 반복하게 한다:
학생: I see a movie last Saturday.
교사: ‘See’ is not right. You should say ‘saw’ instead because it is what you did in the past. Say it after me, “I saw a movie last Saturday.”
(2) 암시적 오류 수정
암시적 오류 수정에서는 교사가 학생의 발화를 정확한 형태로 수정하여 다시 말하기(recast)만 하고 학생에게 무엇이 틀렸는지 알려주지 않는다. 학생이 교사의 발화와 자신의 발화의 차이점을 느껴 차후에는 수정된 형태를 사용하도록 유도하는 것이다.
학생: There is three book in the bag.
교사: OK, there are three books in the bag.
그렇다면 언제 명시적 오류 수정을 사용하고 언제 암시적 오류 수정을 사용하는 것이 좋은가? 이에 대한 답은 학습자들이 어떤 유형의 학습 활동을 하고 있는지에 달려있다. 통제되고 유도된 말하기 활동 중에는 학습자들의 오류가 즉각적이고 명시적으로 수정되는 것이 좋은데, 그 이유는 이러한 활동을 통해 학습자들이 목표 표현을 정확히 익혀야하기 때문이다. 반면, 화자간의 의미 교환을 통해 주어진 과업을 완성하게 하는 것이 주된 목적인 자유로운 활동 중에는 오류가 암시적으로 수정되거나 활동이 끝난 이후에 다루어지는 것이 바람직하다.
명시적 또는 암시적 오류 수정에는 교사가 직·간접적으로 오류의 수정된 형태를 제시해주는 과정이 포함된다. 그러나 Bailey(2005)는 교사가 정확한 형태를 제시하기 보다는 학생 스스로가 자신의 오류를 수정하여 말하도록 돕는 것이 학습자의 기억과 실제적인 학습을 증가시킬 수 있다고 주장한다. Bailey에 의하면 교사는 여러 가지 방법으로 학생들이 자신의 말하기 오류를 수정하도록 도울 수 있는데, 예를 들어, 학생이 오류를 범하는 순간 어깨를 들어 올리거나 손바닥을 보여주는 등의 제스처를 사용할 수 있다. 이렇게 해서 학생이 자신의 발화에 오류가 있다는 것을 알아채고 즉시 수정하여 다시 말해보도록 하는 것이다.
학생들의 말하기 능력을 향상시키기 위해서는 어떤 방법으로든 이들이 범하는 오류가 다루어지는 것이 중요하다. 학습자들이 자주 범하는 오류나 중요한 오류에 대해서는 교사가 사례를 모아 수업시간에 집중적으로 다루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 본문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