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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시아 국제사회와 동아시아 상상

동아시아 국제사회와 동아시아 상상

: 한국국제정치사상 연구

[ 양장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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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17년 12월 15일
판형 양장?
쪽수, 무게, 크기 604쪽 | 153*224*35mm
ISBN13 9788952119827
ISBN10 89521198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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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소개 (1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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탈식민화와 근대화 과정은 국제사회 형성의 개연성을 높인다. 동아시아 국제사회에서는 역사상 지배와 종속, 가해와 피해의 상호관계가 있었고, 지금도 정치, 경제, 문화 등 제반 분야에서 역내 불균형과 균열과 차별이 존재하며, 완전한 균형을 이루기 어려운 불균형이 일상화되어 있다. 따라서 동아시아 국제사회론은 일정 부분 동아시아의 균형을 지향하는, 역내 불평등의 해소를 의도하는 비판적, 규범적 국제관계론이 될 수밖에 없다. 특히 역내 불균형에서 소국으로서 생존과 발전을 모색해야만 했던 한국의 경우는 더욱 그렇다. 동아시아 국제사회론이 동아시아 역내의 세력불균형과 폭력을 윤리적 차원에서 극복하는 공공성과 윤리의 문제를 모색하지 않을 수 없는 까닭이다. --- p.27

개항기 동아시아 국제사회는 주권국가체제의 새로운 요소들을 받아들이면서도 지역의 구도와 역사성이 만들어 낸 동아시아의 장소성으로 인해 유럽 국제사회와는 다른 사회성 ? 불균형적 사회성, 혹은 불균형에서 비롯된 왜곡된 사회성 ? 을 보였다. 일본제국이 패권화를 통해 역내 세력불균형을 심화하고 서구에 대항하는 서양-동아시아 간 세력균형의 주체로 부상하면서 일본형 제국체제가 성립하고 일본적 문명기준을 내세워 국제체제와 국제사회의 간극을 해소하려는 국제사회(제국사회)관이 출현하였다. --- p.70쪽

정의의 표명은 국제적 불평등, 국제적 불의를 개선할 가능성이 보일 때 강렬해진다. 변동은 권력불균형에서 야기되며, 권력불균형의 현실은 권력균형을 이루려는 동력을 초래하기 때문이다. 변동기에는 생존과 자주독립을 바라는 소망에서 이상적 질서가 상상되곤 한다. 특히 글로벌 대국이나 리저널 강국이 자국에 유리한 질서를 만들고자 폭력을 행사할 때 상상력은 고조된다. 신의 의지나 종교적 원리에서 나오는 절대정의가 상정되지 않는 한, 정의는 의도적으로 동원된다. --- p.93

상상력은 정체성의 표현이기도 하다. 동양 상상, 동아시아 상상은 외재적 조건들에 의해 촉발되고 규정되지만 자기 생존을 위한 것인 한 자기 정체성 문제를 안고 있기 마련이다. 19세기 주권국가체제와 근대문명관이 들어오면서 동아시아에서는 인종, 국민 개념/관념이 출현할 계기가 마련되었다. 세계나 글로벌리즘을 매개로 내셔널 차원의 대응을 모색할 때 내셔널리즘은 필연적으로 출현하지 않을 수 없고, 내셔널리즘에 의해 네이션(민족, 국민) 개념/관념이 창출되는 과정을 거치게 된다. --- p.116

동양연대, 동양평화는 한중일의 복합적 애증을 나타내는 말이었다. 강국으로 성장한 일본에 대한 기대, 또는 그 기대를 일탈하는 일본의 침략 행태에 대한 비판의 표현이었고, 복합적 애증을 초월하여 동양 공간의 자기화를 상상하게 해 주는 말이었다. 한국인들에게 그것은 주권이 취약한 현실을 보완하는 표상이었다. --- p.175

동아시아 지역의 공공성에 대한 상상 혹은 기대는 러일전쟁을 계기로 러시아와 일본이 한반도를 중심으로 형성한 리저널 세력구도가 붕괴되면서 파탄하게 된다. 일본이 제국주의 팽창을 통해 글로벌 대국으로 성장하고 글로벌 세력구도의 한 축을 담당하게 되었을 때, 동아시아국가들의 주권평등과 동아시아의 공공성은 왜곡되거나 소멸하게 되며, 더 이상 ‘국제사회’를 매개로 한 동아시아 상상은 어려워진다. --- p.211

탈냉전과 동북아 국가들의 발전과 자율성 증대는 이중적 세력균형을 상상할 여지를 제공할지도 모른다. 역내 균열을 초래했던 역외 국가(특히 미국)와 양자 관계를 유지하면서 역내 다자간 협력관계를 구성하려는 의지와 실천이 출현하는 가운데, 정립 개념은 어떤 현재적 함의를 줄 수도 있다. 물론 이 정립이 19세기 후반의 그것과 같을 리는 없다. ‘정립’을 출현시킨 동아시아의 국제정치적 조건이 다르며, 특히 공간의 범주와 공간에 대한 상상력이 바뀌었기 때문이다. --- p.247

동양 상상을 매개했던 지리, 인종, 문명이란 요소는 냉전체제가 동아시아를 분단하면서 의미를 상실하였다. 동아시아의 평화는 제도적 평화와 이념적 평화의 측면에서 상상할 여지가 없어지고 미국과 소련이 주도하는 관계적 평화에 의존하게 된다. 냉전체제에서 ‘동북아의 안정과 평화’는 관계적 평화를 의미하는 상투어였다. 탈냉전과 지구화의 맥락, 동아시아 국가들의 발전과 경쟁, 경제적 상호의존과 군사적 긴장은 동아시아 평화의 존재양태를 새롭게 성찰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 p.295

제국-식민지체제에 들어 일본의 동화정책이 전개되는 가운데 민족정체성과 인종정체성이 보다 분명하게 길항하는 양상을 보였다. ‘일선동조’의 인종정체성이 표방되는 가운데 식민지 한국인들에게 확실한 민족 개념이 성립하였고 반제국의 민족주의가 운동의 형태로 전개되었다. 역사의 아이러니라 말하지 않을 수 없다. 총력전체제에 들어 내선일체가 전개되면서 인종정체성이 민족정체성을 압도하고 왜곡하는 사태가 벌어졌다. 일본제국은 민족적 이익을 위해 동양 ‘인종’의 미명하에 백인종을 상대로 ‘대동아전쟁’이라는 인종전쟁을 일으켰던 것이다. --- p.331

평화헌법은 전후일본의 국제사회관, 질서-정의관을 규율하는 유력한 규범으로서 기능한다. 하지만 “정의와 질서를 기조로 한 국제평화”를 보는 관점은 엇갈린다. 진보적 지식인과 행동가들은 보편이념인 ‘평화’를 ‘정의’로 간주하고 ‘평화’로써 ‘질서’를 규정하고자 한다. 평화헌법을 민주주의적 정의관과 질서관의 근거, 지켜야 할 가치로 본다. 한편, 보수적 지식인과 행동가들은 ‘평화’를 권력 관계에 의존하는 현실의 ‘질서’에 결부시켜서 파악하고, 그 ‘질서’를 수정하는 것을 ‘정의’라 생각한다. 전후일본의 평화 관념에 잠복한 ‘질서’와 ‘정의’의 관념은 근대일본의 그것들과 어느 정도 연속하는 걸까. --- p.376

국제사회의 온전한 운용은 공공성을 전제로 한다. 공공성 문제는 이익의 경쟁과 충돌이 일어나는 이익사회의 관점에서 생각할 수 있다. 발전국가를 지향하는 동북아 국가들에서 이익 추구의 경쟁을 제쳐두고 동북아 국제사회를 논할 수는 없다. 국제사회에 요구되는 국제공공성은 국가들의 에고이즘을 인정하는 현실주의적 사유와 주체(주권과 자율성)의 확립과 지역패권의 배제를 지향하는 규범주의적 사유의 균형 위에서 모색될 수 있다. --- p.408쪽

아시아적 가치론은 동아시아의 변화와 생성에 대한 욕구와 필요성의 산물로서 ‘초월될 수 없는 신화’일 수밖에 없다. 아시아의 복권을 얘기하는 편이 더 현실적일지도 모르지만, 차별과 모순의 공간이라는 존재론적 성격을 벗어나 동아시아를 하나의 지역으로 상상하는 인식론적 토대를 구축하는 데 아시아의 신화와 아시아적 가치라는 허구가 필연적으로 요구될지도 모른다. ‘요괴’는 그러한 신화의 한 표현이다. 동아시아라는 “한 마리의 요괴가 세계를 배회하고 있다”는 야마자키의 패러디는 동아시아에 관한 진실의 한 면을 꿰뚫은 것이 아닐까. --- p.443쪽

권력관계에서는 국민국가가 존속하는 한 상호평등과 상호견제는 공공성의 요체일 수밖에 없다. 연대성은 외부의 위협에 대응하는 것이지만 진정성을 가지려면 내부의 공공성에 근거해야만 한다. 역외세력의 지나친 관여와 역내국가의 세력불균형이 가져올 위험성에 대해 부단히 경계해야 하며 국제사회의 공공성을 추구하는 비판규범이 요구된다는 점에서 정립의 사유는 지금도 시사적이다. 주체의 상호인정, 연대성과 공공성의 균형, 소통망의 구축은 동아시아 국제사회 형성에 필요한 조건이다. --- p.473

대중문화가 동아시아인의 공통감각을 높이는 유력한 토대가 될 수 있는 까닭은 대중문화가 근대문명에 의해 매개된다는 사실 때문이다. 대중문화는 근대문명을 우산으로, 근대문명의 세례를 받아 성립한다. 동아시아 국제문화에서 찾을 수 있는 공통감각은 개별문화들의 과거 전통이 아니라 개별문화들이 현재 공유하는 근대성을 매개로 배양될 수 있다. 대중문화는 이익(자본)과 결부되어 지역성을 획득한다. 대중문화는 이익 추구의 욕망에 추동되면서 향유자들의 공감의식을 높일 수 있다. 동아시아의 대중문화는 근대성을 매개로 이익과 문화가 결합해서 성립한 것이다. 이익이 공통의 감성을 추동한다. 이익은 동아시아 국제사회의 질서를 구성하는 동력일 뿐 아니라 동아시아인들의 공통감각을 키우는 근거가 될 수 있다. --- p.525

문명은 힘의 동학을 규율하는 규범(제도)에 틀을 제공한다. 문명은 개별문화를 넘어 보편적 의미를 부여하는 매개다. 문명이 제공하는 의미권을 공유했을 때 의미권 내에서 보편적으로 타당한 공공성이 성립할 수 있다. 개항기 동양 상상에서는 유교문명이 공공의 의미권을 구성한다고 여겨졌지만, 탈냉전기 동아시아 상상에서는 과거의 동양문명이 더 이상 공공의 의미권을 구성하지 못한다. 근대문명이 동아시아 공간을 규정하고 근대화와 개체평등의 주권국가체제가 성립한 상황에서 동아시아 국제사회의 공공성은 근대문명과 근대국가 패러다임에 정초하지 않을 수 없다. 유교와 같은 전통적 문화요소의 부활 내지 현대적 변용으로 모색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동아시아 국가들은 근대문명의 틀에서 경제적 이익과 발전을 추구하는 존재다.
--- p.544-5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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