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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18년 01월 05일
쪽수, 무게, 크기 136쪽 | 134g | 110*178*20mm
ISBN13 9788960903586
ISBN10 8960903582

책소개 책소개 보이기/감추기

목차 목차 보이기/감추기

책 속으로 책속으로 보이기/감추기

나의 할아버지는 자존심이 아주 강해서 모든 요리가 성공하기를 바랐는데, 요리에 관해 아는 바가 없어서
요리를 망쳐도 전혀 알지 못했다. 그는 이따금, 사실은 아주 드물게 요리를 망쳤다고 인정했는데, 그건 순전히 우연의 결과였다. 대고모의 언제나 의욕 넘치는 비평은 오히려 요리사가 어떤 요리를 제대로 할 줄 몰랐다는 의미여서 할아버지에게는 정말이지 용납하기 힘든 일로 보일 수밖에 없었다. 종종 할아버지와 논쟁을 벌이지 않으려고 대고모는 입술 끝으로 맛을 보고는 의견을 내놓지 않았는데, 그것만으로도 우리는 즉각 호의적이지 않은 의견이라는 걸 알 수 있었다.
--- p.27~28

우리가 내뱉는 첫 말들, 우리가 쓰는 첫 편지들이 우리 주위로 습관과 예의범절로 이루어진 첫 거미줄을 짜기에, 이후의 우정에서도 우리는 그것을 떨쳐버릴 수가 없다. 이 시간 동안 우리가 내뱉는 과장된 말들은 앞으로 지불해야 할 어음이나 부도수표로 남아 그걸 남발한 걸 우리는 평생 후회하며 값비싼 대가를 치러야 할 것이다. 독서 속에서 우정은 돌연 본래의 순수성을 되찾는다. 책과 나누는 우정에는 상냥한 말이 필요 없다. 이 친구들과 우리가 저녁 시간을 같이 보내는 건 정말 그러고 싶기 때문이다. 적어도 우리는 그들과 헤어지는 걸 대개 아쉬워한다.
--- p.79

모든 문장은 사실 다른 문장과 닮았다. 문장들은 모두 한 인물의 유일무이한 억양으로 말해지기 때문이다.
--- p.81

과거는 우리 가운데, 스치고 만질 만큼 가까이서 햇살 아래 꼼짝 않고 서 있다.
--- p.96

모든 예술에서 재능이란 표현할 대상을 향한 예술가의 접근처럼 보인다. 둘 사이의 거리가 존속하는 한 과업은 끝나지 않았다. 이 바이올린 연주자는 자신의 바이올린 악절을 아주 잘 연주한다. 그러나 여러분은 그 효과를 보고 박수갈채를 보낸다. 그는 명인이다. 이 모든 것이 결국 사라지고 났을 때, 예술가가 바이올린 악절에 완전히 녹아들어 하나가 되어야 기적은 일어날 것이다. 다른 세기들에는 어떤 대상에 관해 이야기하는 고상한 정신들과 대상 사이에 언제나 일정한 거리가 있는 것처럼 보인다.
--- p.125~1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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