뇌가 하는 일은 기본적으로 바깥에서 오는 정보를 알아차리는 것입니다. 여기서 ‘바깥’이란 몸을 둘러싼 외부 환경뿐 아니라 내장을 비롯한 몸속의 다른 기관들도 포함합니다. 내장도 뇌에서 보면 바깥입니다. 우리 몸의 모든 곳에서, 모든 세포에서 뇌에 정보를 보냅니다. 눈, 코, 입, 귀, 피부뿐 아니라 내장, 그리고 내장과 내장 사이 등 몸의 어느 구석도 뇌와 연결되지 않은 곳이 없습니다. 이 연결이 있음으로 해서 뇌가 작업을 합니다. --- p.15
생쥐에게 미로에서 길을 찾아 목표지점에 이르게 하는 실험인데, 대부분의 생쥐들은 실험을 거듭할수록 미로에서 헤매는 시간이 줄어들고 목표지점에 차츰 빨리 도착합니다. 그런데 이 미로 찾기에 영 재주가 없는 한 생쥐가 운동학습을 하는 실험에서는 단연 두각을 나타냈습니다. 그 생쥐는 운동뇌가 뛰어난 녀석이었던 것이죠. --- p.17
후천적으로 시각장애인이 된 사람의 경우, 사과의 빨간빛이나 아침이 올 때의 묘한 색조 변화, 이른 봄의 연두색 이파리 같은 것을 처음에는 기억하지만 세월이 흐르면서 기억이 점차 희미해지고, 나중에는 기억해내려고 해도 떠올리지 못하게 됩니다. 외부에서 들어오는 정보가 차단되면 일단 기억된 것도 희미해지고 마침내 사라지는 것입니다. 기억이란 믿을 것이 못됩니다. 일본 영화 ‘라쇼몽’에는 한 사람의 주검을 놓고, 관련된 이들이 제각각 다른 진술을 하는 이야기가 그려집니다. 사실은 하나인데 기억은 다 다를 수 있습니다. --- p.44
차를 몰고 가는데 다른 차가 방향 표시등도 켜지 않고 갑자기 앞으로 끼어들면 기분이 어떻습니까. 대개는 불끈하면서 거친 소리가 툭 튀어나옵니다. 그런데 그 순간 자신의 뇌를 의식하면 상황이 달라질 수 있습니다. ‘아, 지금 어느 부위의 신경세포들이 발화하고 있구나’하고 생각하면 화난 감정을 더 키우지 않고 순간적인 감정에서 벗어나는 데 도움이 됩니다. --- p.53
마음이 뭘까요? 마음과 정신, 의식, 영혼은 서로 어떻게 다른 것일까요? 마음은 어디에 있을까요? 마음이 무엇이든, 뇌가 없으면 마음의 작용도 있을 수 없습니다. 뇌는 마음이 활동하는 무대입니다. 뇌와 마음을 완전히 동일시하는 것에 대해서는 논란의 여지가 있습니다. 하지만 뇌라는 실체를 연구함으로써 마음의 작용 원리를 더 잘 이해할 수 있는 것은 분명합니다. --- p.96
뇌는 ‘좋은 뇌’와 ‘나쁜 뇌’로 나뉘지 않습니다. ‘주인이 있는 뇌’와 ‘주인이 없는 뇌’로 구분됩니다. 뇌를 지켜보는 의식이 깨어 있으면 ‘주인이 있는 뇌’이고, 의식이 꺼지면 ‘주인 없는 뇌’가 됩니다. 주인 없는 뇌는 감정에 휘둘리고 정보에 수동적으로 끌려 다니기 쉽습니다. 내가 내 뇌의 주인이라는 의식이 있을 때 감정과 정보를 능동적으로 처리할 수 있습니다. ‘뇌가 곧 나’라는 생각보다는 ‘뇌의 주인이 나’라고 인식하는 것이 뇌를 더 잘 활용하는 데 도움이 됩니다. --- p.99
자신이 이루고 싶은 목표를 정하고 그것에 집중하면 원시정보가 나옵니다. 간절히 원한다는 것은 바로 굉장히 집중한 상태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간절히 원하면 원시정보가 작용하여 마침내 그것을 이룰 수 있는 것입니다. 꿈이 있어야 한다, 비전을 품어야 한다고 하는 이유가 여기 있습니다. 그런 의지가 있어야 뇌가 그것을 목표로 집중하고 원시정보를 꺼내 쓰는 것입니다. 의지의 불을 밝히면 원시정보가 나옵니다. --- p.103
습관을 바꾸는 방법은 두 가지입니다. 해당 뇌회로를 폐쇄하거나, 새로운 뇌회로를 만드는 것입니다. 보통은 앞의 방법보다 뒤의 방법이 더 효과적입니다. 예를 들어, 담배 피우는 습관을 바꾸려 할 때, 담배는 건강을 해치니까 끊겠다고 결심하고 흡연욕과 전면전을 치르는 경우가 있고, 건강을 위해 운동을 시작했다가 어느덧 담배를 더 이상 피우지 않게 되는 경우가 있습니다. 흡연욕과 전면전을 치르는 것은 뇌회로를 폐쇄하는 방식이고, 운동을 시작하는 것은 새로운 뇌회로를 만드는 방식입니다. 뇌회로를 폐쇄하려고 하면 뇌는 거기에 저항합니다. 금연이나 금주에 따르는 금단증상이 바로 뇌의 저항입니다. 이 저항을 의지가 이겨내지 못하면 금연과 흡연을 계속 반복하게 됩니다. 그래서 뇌회로를 폐쇄하려는 시도는 번번이 좌절하기 일쑤입니다. --- p.105
뇌는 정보에 민감하지만, 한편으로는 그것이 현실의 정보인지 가상의 정보인지 분간을 잘 하지 못합니다. 현실과 상상을 뚜렷이 구분하지도 않고, 꿈 꿀 때 그것이 꿈인지 생시인지도 뇌는 모릅니다. 그래서 무서운 꿈을 꾸면 실제로 심장 박동이 빨라지고, 싸우는 꿈을 꾸면서 진짜 소리를 지르기도 합니다. 고통스러운 꿈을 꿀 때는 식은땀이 흐릅니다. 뇌 속에서 만들어진 장면이 꿈이라는 것을 뇌가 모르고 몸에 그런 반응이 일어나도록 지시를 하는 것입니다. 영화를 볼 때도 마찬가지입니다. 영화는 현실이 아니라 스크린에 쏘아진 빛일 뿐입니다. 그런데 우리는 영화를 보면서 눈물을 흘리고 웃고 무서워하고 분노합니다. 심지어 공포 영화를 보다가 심장 마비를 일으키기도 합니다. 이처럼 뇌는 가상의 정보에도 실제처럼 반응하여 몸에 생리적, 화학적 변화를 일으킵니다. --- p.110
‘어떻게 살고 있는가’는 ‘뇌를 어떻게 쓰고 있는가’와 같은 물음입니다. 잘 살고 싶은 만큼 뇌를 잘 써야 할 것입니다. 어떻게 하면 뇌를 잘 쓸 수 있을까요? 뇌를 잘 쓰기 위한 첫 번째 기준은 뇌에 긍정적 정보를 주는가, 부정적 정보를 주는가 입니다. 자신의 습관을 관찰해 보십시오. 무의식적 선택이 주로 긍정적인 쪽인가, 부정적인 쪽인가. 만약 평소에 부정적인 말을 많이 하는 언어 습관을 가졌다면 그 사람의 뇌에는 정보처리를 부정적으로 하는 뇌회로가 형성되어 있는 것입니다. 이 회로는 피해의식을 강화하고 도전의식을 차단합니다. 이를 수정하는 가장 좋은 방법은 긍정적인 말을 의식적으로 많이 하는 것입니다. --- p.116
많은 신들이 있습니다. 신이 많은 것은 인간이 모르는 것이 그만큼 많다는 얘기입니다. 비와 천둥과 바다의 실체를 알지 못했을 때 인간은 거기에 신이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러나 비가 오는 법칙, 천둥이 치는 법칙, 파도가 이는 법칙을 알게 되자 더 이상 그런 현상에 신의 이름을 붙이지 않았습니다. 실상을 모를 때는 신이다가, 알면 법칙이 되는 것입니다.
--- p.12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