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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꽃에 물들다

눈꽃에 물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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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18년 01월 22일
쪽수, 무게, 크기 592쪽 | 536g | 130*190*35mm
ISBN13 9791104915932
ISBN10 1104915936

책소개 책소개 보이기/감추기

목차 목차 보이기/감추기

책 속으로 책속으로 보이기/감추기

“5, 4, 3, 2, 1, Out.”
시계를 본 서후는 꼬았던 다리를 풀고 자리에서 일어섰다. 다부진 몸과 180이 넘는 커다란 키에 맞춤한 것처럼 딱 맞아떨어지는 검은색 슈트, 새하얀 셔츠에 대비되는 먹색 넥타이를 한 그는 머리카락 한 올까지 흘러내린 것이 없을 정도로 깔끔한 모습이었다. 그는 자신의 책상이 아닌 비서의 책상에서 눈을 똑바로 뜨고 숫자를 세고 있었다.
“좋은 아침입……!”
이제 막 출근한 비서의 인사에 그나마 멀쩡했던 미간까지 구긴 그는 심기가 말이 아니었다. 항상 그림자처럼 따라다니는 실장 진하도 지금은 말을 아낄 수밖에 없다.
“아웃!”
구김 없던 바지에 행여나 구김이라도 갔을까 온통 신경이 쓰이는데 거기에 비서까지 지각이라니. 서후가 가장 못마땅해하는 것이 지각하는 것이었다.
“저, 저기, 사장님.”
많이 지각한 것도 아니고 고작 30초쯤 늦은 비서는 억울할 수밖에 없었다.
“채 실장, 비서 좀 새로 알아봐.”
“네, 사장님.”
서후는 비서에게 눈길도 주지 않고, 임원 회의가 있는 회의실로 향했다. 진하도 뒤를 따르며 수첩에 메모했다.

-얼음송곳, 비서 채용 공고 내기

날카로운 눈빛으로 모든 것을 얼려 버릴 것 같은 냉혈 인간, 일명 얼음송곳 한서후. 진하가 부르는 한서후 사장의 별명이었다.
말 한마디를 해도 가슴에 비수를 콕콕 찌르고, 회의 중에도 못마땅하면 아버지뻘인 임원에게도 서슴없이 독설을 날리는 독설가.
이번에도 지각 한 번에 비서를 아무렇지 않게 갈아치우는 사장을 보면서, 오래전부터 일해온 진하도 혀를 내둘렀다. 진하는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며 서후의 뒤를 따랐다.
앞으로가 걱정이었다. 이미 성질이 더럽다는 소문이 나서 아무도 비서로 오려고 하지 않으니, 사람을 채용하는 데 애로사항이 많았다. 게다가 모셔오듯 겨우 힘들게 뽑아놓은 경력직조차 업무가 서툴다는 이유로 바로 해고해 버리곤 하니, 어떻게 해야 할지 눈앞이 깜깜하였다.
“후우.”
진하는 저도 모르게 한숨이 나왔다.
“한숨 소리 거슬려.”
“죄송합니다.”
한서후, 그는 서일그룹 차남이다.
서일그룹은 증권, 물산, 호텔을 아울러 패션 업계까지 두각을 나타내는 일류 기업으로 젊은 경영진이 이끌어 나가고 있어 더욱 집중받고 있었다. 그의 형인 젊은 총수가 회장으로 서른넷, 사장인 그의 나이도 서른둘인 것을 보면 많은 이들의 입에 오르내리기에 충분한 이슈거리였다.
그가 프랑스에서 유학 후, 바로 프랑스 지사 본부장으로 지내다 작년에 SnI 패션 대표로 취임하자, 서후를 시기하는 이들은 금수저보다 더한 다이아몬드 수저를 물고 태어났다 비아냥대지만 사실 그의 숨은 노력도 만만치 않았다.
낙하산 소리 듣기 싫어서 처음에는 원단 공장에서 직접 일을 했을 정도였지만, 그러면 뭐하겠는가, 성격이 매우 안 좋다는 소문이 온 그룹 내에 자자했다.
서후가 회의실로 들어서자 모든 사람들이 인사하고 곧 회의가 시작되었다.
“그럼, 금년 S/S 패션 키워드 오드너리(oddinary)에 대해 먼저 살펴보겠습니다. 평범함(ordinary)과 특별함(odd)이라는 합성어로 평범함 속에 각자의 방식에 따라 다양한 특별함이 묻어남을 일컫는데요. 이번 컬렉션의 포인트는 바로 데님 컬러입니다. 70년대 유행한 데님 패션의 실용성과 편리성이 주목받으면서 오드너리에 걸맞은 키워드로 평가받고 있습니다.”
레이저 포인터로 스크린을 가리키며 설명하는 남자는 어린 나이에 팀장까지 올라 요즘 가장 촉망받는 디자인 팀장이었다. 그는 서후가 별다른 반응 없이 설명을 듣고 있자, 다음 주재인 유행 컬러에 대해 소개를 하려고 하였다.
“부드러운 느낌에 포인트 있는 디테일로 개성 있는 감각을 담았는가 하면, 과감한 컬러와 유니크한 디자인으로 시선을 사로잡습니다. 그리고 파스텔 톤과…….”
“그만.”
서후의 한마디에 불이 켜지고 설명하던 남자는 말을 멈췄다. 그러자 서후가 앞에 있던 자료를 들어서 가까이 보더니 휙 하고 테이블에 던져 버렸다.
“누가 못해. 심플리서티, 라이트, 오드너리. 그거 패션 쪽에서 모르는 사람 있습니까? 출장 가서 그거 안 보고 온 사람 있어요? 거기서 다 보고 느끼고 온 걸, 내가 복습하려고 여기 앉아 있습니까?”
서후의 호된 질타에 발표하던 남자의 얼굴에 당혹함이 비치고, 임원들 역시 멋쩍은 헛기침을 연신 내뱉고 있었다. 며칠 전, 서일그룹에서도 중요하게 생각하는 S/S 패션 키워드 ‘오드너리’ 설명회를 비롯해, 유행 트렌드를 알아보기 위해 그룹의 비서들과 임원진이 함께 프랑스로 출장을 다녀왔다. 그리고 그 트렌드를 분석한 회의가 지금 이 자리였다.
“당신! 연봉이 얼마야? 여기 계신 임원이라는 감투 쓰신 분들, 스톡옵션(Stock option)들 얼마나 받아요? 월급은 남들의 몇 배씩이나 가져가면서 이따위로 일할 겁니까? 집에서는 아주 훌륭한 부모를 뒀다고 자랑들 하겠죠. 그런데 나처럼 어린놈한테 욕먹는 건 압니까? 왜요? 욕먹으니까 기분 나빠요? 그럼, 이런 회의 자료는 만들지 말았어야지! 오늘 회의는 그냥 워밍업으로 하죠. 딱 하루 다시 줄 테니까 제대로 된 자료 준비해요.”
오늘도 서후의 호통으로 회의가 끝날 모양이었다.
서후의 옆에 서 있던 진하도 변명 한마디도 못하는 임원진도 식은땀이 나기는 마찬가지였다. 서후는 그렇게 호통을 친 뒤 그의 성격대로 빠르게 회의실을 빠져나갔다. 그제야 숨죽이고 있던 회의실이 웅성거리기 시작했다.
“회장실로 가셔야 합니다.”
“알아.”
뒤따라 나와 다음 일정을 알리자 서후는 단답형으로 답하고는 앞서 걸어가 버렸다. 그런 그의 모습에 남모르게 식은땀을 닦아내는 진하였다.
옆 건물에 위치한 회장실로 가기 위해 그는 바로 엘리베이터를 탔다. 쌍둥이처럼 닮은 건물은 중간에 연결된 통로가 있었고, 지하를 통해서도 갈 수 있었는데 그는 굳이 밖으로 나가서 정문으로 들어가 회장실로 올라가곤 했다. 잠시나마 쐬는 바람이 좋아서였다. 하지만 로비에 들어선 서후는 눈에 보이는 것 모두가 다 마음에 안 드는 것투성이라 속이 부글부글 끓었다.
‘가족적인 분위기? 웃기시네. 캐주얼 입고 다니면 다 가족적인 분위기야? 하! 저 옷 꼬락서니 봐라.’
“안녕하십니까?”
인상 쓰며 지나는 그에게 안내 데스크에 있던 여직원이 인사했다. 제법 정중하게 인사를 했지만, 그는 눈에 거슬리는 것이 있는지 걸음을 멈추었다. 그 바람에 뒤따라가던 진하는 하마터면 서후의 등에 부딪칠 뻔했다.
“잠깐, 규정이 바뀌었나?”
“네?”
“신발, 옷, 다 규정에 어긋나. 이 옷 말이야. 어디서 만든 유니폼인 줄 알아?”
위아래로 훑어보는 서후의 눈빛에 여직원은 말문이 막히고 얼굴이 빨개졌다.
“원래 스커트는 이게 아니었어. 품평회 때도 내가 참석했는데.”
서후가 직접 참석했고, 디자인을 고르는 데에 한몫했다. 하지만 여직원이 입고 있는 옷은 그때의 유니폼과는 완전히 다른 디자인으로 변신해 있었다.
“저, 사장님.”
진하가 몰려드는 직원들의 시선을 의식하며 서후에게 귀띔했다.
“직원들 시선이…….”
“점심시간이 되려면 아직 30분은 족히 남았는데. 벌써 입구녕에 밥을 처넣으러 내려가는 직원들이 보이면 바로 시말서 작성할 각오하라고 하고, 나는 지금 내 회사에서 만든 유니폼을 이 1층 안내를 맡고 있는 직원이 훼손한 것에 대해 묻고 있는데 말이야. 왜? 채진하 실장은 불만 있나?”
“아닙니다.”
그 순간 로비에 있던 직원들이 우르르 바람처럼 사라졌다. 여직원은 사시나무 떨듯 떨면서 금세 눈물이라도 흘릴 것처럼 주렁주렁 눈물을 매달고 있었다.
“죄송합니다. 제가 이것을 조금 손본 것은 사실입니다. 하지만 훼손할 생각은…….”
“회사 지급품을 손봤다? 어디 사규(社規)에 그렇게 나왔지?”
“죄송합니다. 다시 원상태로…….”
“채 실장, 담당자 불러. 이따가 내 사무실로 오라고 해.”
“네, 사장님.”
진하가 대답을 하며 수첩에 해야 할 일을 새로 적고 엘리베이터를 잡자, 여직원은 결국 눈물을 흘리고 말았다.
“죄송합니다. 사…….”
여직원의 사과 따위는 필요 없는 서후는 손을 들어 직원의 말을 막으며, 입으로는 ‘STOP!’이라고 외쳤다. 그리고 엘리베이터가 도착하자 바로 몸을 싣고는 여직원이 울든 말든 신경 쓰지 않았다.
회장실이 있는 꼭대기 층에 도착해서야 서후의 인상이 부드럽게 변했다.
“안녕하십니까, 사장님.”
“네.”
“오늘은 넥타이가 화사해서 얼굴이 더 밝아 보이세요. 굉장히 잘 어울리십니다.”
회장 비서 유하온의 칭찬에 서후가 넥타이를 만지며 살짝 미소 짓는 것이 아닌가! 한서후 사장의 미소라니! 진하는 놀란 나머지 입을 크게 벌렸다.
“들어가시죠. 기다리고 계십니다.”
하온의 말에 서후는 답하지 않고 고개만을 끄덕이고는 그녀를 유심히 바라보았다.
하이힐을 신고 카펫 위를 걸으면서도 전혀 흐트러지지 않는 걸음걸이, 올백으로 넘겨 업스타일로 말아 올린 깔끔한 헤어스타일, 한 톨의 주름 없이 날이 서 있는 스커트 정장까지 어디 하나 마음에 안 드는 곳이 없었다.
똑똑.
하온이 살짝 문을 두드리며 말했다.
“회장님, 한 사장님 오셨습니다.”
“들어오라고 해요.”
그 말에 하온이 문을 열어주며 서후에게 가벼운 웃음을 보였다.
하온은 모델처럼 늘씬한 몸매에 큰 키의 소유자였다. 그렇다고 마르기만 한 것이 아니라 적당한 볼륨감을 가지고 있어 한눈에도 매력적인 여성이었다. 서후는 하온을 스쳐가며 자신도 모르게 헛기침이 나와 빠른 걸음으로 안으로 들어갔다.
“어서 와. 앉아. 바쁘니?”
“앉으라는 거야. 바쁜 걸 묻는 거야?”
회장인 형의 반대편에 앉으며 약간은 퉁명스럽게 어떻게 보면 투덜거리는 것처럼 보이게 말하는 서후였다.
“1층에서 한바탕했다며?”
“무슨 한바탕?”
1층에서의 일이 벌써 보고가 되었나 보다. 서후는 자신보다 키도 크고 잘생기고 나이는 두 살 많은 형이자 서일그룹 회장인 한재후를 보고 인상을 썼지만, 재후는 부드럽게 웃으며 서후를 바라보았다.
차가운 인상인 서후와는 다르게 웃을 때 눈꼬리가 살짝 휘어지는 것이 바로 그의 매력 포인트였다. 부드러운 인상과 순한 인성처럼 성격 또한 좋은 것이 그의 매력이었다. 어떻게 보면 닮은 것 같으면서도 다른 점이 서후보다 재후의 인기를 좋게 만들었다.
또한 패션 기업을 보유하고 있는 총수답게 패션 감각마저 뛰어나 지금 입고 있는 밝은 그레이색의 슈트는 그의 얼굴에 맞게 매치되어 있어 매력을 한층 돋보이게 하고 있었다.
‘저렇게 웃으니까 여직원들이 좋아서 난리지. 유하온도 좋아하고.’
“우리 유 비서가 말해줬어. 너, 아래 왔는데. 그러고 있다고.”
“흠흠.”
그걸 또 어떻게 봤대? 하필이면 유 비서에게 들킬 게 뭐람. 서후가 그녀에게 그런 모습을 보였다는 것에 민망해하고 있는 그때, 하온이 차를 갖고 들어왔다.
“대추차입니다. 맛있게 드세요.”
살며시 찻잔을 내려놓으며 보이는 그녀의 미소가 기분 좋게 했다. 서후도 살짝 고개 숙여 화답하며 웃었다.
“고마워요.”
그렇지만 방금 형과 했던 대화 내용이 떠올라 괜히 하온의 눈치를 보게 되었다. 그 모습만 보고 이상한 성격이라고 생각하면 곤란한데, 라고 생각하는 서후였다.
“아, 유 비서, 우리 점심은 도시락으로 할까 하는데.”
재후는 흔히 있는 일처럼 편하게 하온에게 말했다.
“네, 준비하겠습니다. 한 사장님께서는 고기보다는 새우가 좋으시죠? 그것으로 준비하겠습니다.”
“하하. 어째 나보다 너를 더 챙긴다.”
그런 말 같은 건 개의치 않는지 하온이 웃으며 서후를 바라보자, 그의 얼굴이 약간 붉어져 있었다.
“항상 먹는 거니까 그렇지.”
“다른 지시 사항은 없으십니까?”
“아, 유 비서는 도시락이 좋아, 아니면 식당?”
“저는 식당에서 먹겠습니다.”
“그래요. 나가 봐요.”
끝까지 빈틈없는 자세로 나가는 하온의 뒷모습을 힐끔대는 서후의 입술이 비죽거렸다. 사귀는 사이에 서로 저렇게 딱딱하게 대할 필요 있나? 형도 그렇고. 왜 그렇게 대하지? 내 앞에서까지 말이야. 비밀이 새어 나갈까 봐 그런가? 서후는 연인 사이면서 데면데면한 재후와 하온이 그저 이상하게 보였다.
“형은 결혼 안 해?”
“갑자기 그건 왜?”
“형이 가야, 나도 가지.”
“너는 결혼할 사람 있기는 하고? 너도 성격 좀 죽여. 로비는 직원뿐 아니라, 외부 손님도 드나드는 곳이야. 무슨 일개 직원과 그렇게 말싸움을 해?”
대추차를 마시던 서후가 멈칫했다.
“말.싸.움? 형은 일개 직원과 말싸움을 해? 제일 먼저 손님을 맞이하는 회사 로비의 얼굴이, 다른 업계도 아니고 패션 회사에서 지급되는 회사 유니폼을 제멋대로 몽땅 수선해서 입었기에 대표로서 지적한 것뿐인데, 말싸움이라고? 그게 그냥 넘어갈 일이야?”
“내 말은, 조용히 불러다가 따끔하게 말해도 됐을 거라는 뜻이야. 소리 지를 일이 아니라는 거다.”
“당장에 혼을 내야지.”
“후, 녀석 까칠하기는.”
이때 노크 소리와 함께 하온이 들어왔다.
“식사 준비되었습니다.”
하온이 사무실 옆에 마련된 회장 전용 식당으로 그들을 안내했다. 서후는 남자 둘이 밥을 먹으려니 참 재미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면서 괜히 재후의 배려심을 탓했다. 그냥 함께 먹자고 하지 무슨 의견을 물어보나 모르겠다. 나 같으면 ‘유하온 너도 와서 앉아, 같이 먹게.’ 이렇게 말했을 텐데.
나란히 앉은 재후와 서후는 조용한 분위기에서 밥을 먹었다. 서로 사업에 관한 이야기를 하면서.

“같이 못 먹어? 흠. 나는 같이 먹고 싶었는데. 안 그랬으면 회장님이 도시락 시켜준다고 했을 때 그거 먹을걸.”
하온은 전화 통화를 하면서 직원 식당으로 향하고 있었다. 1년째 남몰래 연애 중인 연인과 함께 먹을 생각이었는데 아무래도 그가 많이 바쁜 것 같다. 사내 커플이라서 공개적으로 데이트도 하지 못하는데 요즘은 만나기도 힘들었다.
[아, 미안. 조금 바쁘네. 다음에는 꼭 같이 먹자. 안 그래도 내가 기분이 별로야. 브리핑하는데, 그대로 퇴짜 맞았어.]
“아아, 한서후 사장님 성격이 워낙 그렇잖아. 그래도 일은 완벽하다며?”
[완벽한 거 사양이야. 진짜, 사장만 아니면…….]
“나 배고파. 안 되겠어, 오빠. 나중에 보자. 끊어.”
하온은 고급 도시락이나 받아먹을 걸 잘못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연인 세형과 직원 식당에서 함께 먹으려고 깔끔하게 거절했던 건데. 사람을 무슨 점심시간까지 부려먹는 건지 모르겠다.
“하온 씨, 같이 가.”
“아, 채 실장님.”
서후의 비서 진하가 뛰어오면서 불렀다.
“오늘 메뉴는 뭔가?”
직원 식당은 한식 코스, 양식 코스, 퓨전 한식 코스 이렇게 세 가지 코너로 진행되는데, 오늘 한식이 갈비탕이라는 것을 이미 확인하고 내려오는 길이었다.
“저는 갈비탕 먹으려고요.”
“와, 갈비탕. 나도 그거. 특갈비탕이나 나왔으면 좋겠다.”
하온은 사원증을 단말기에 대고 결제를 마친 뒤 포켓에 넣었다. 직원 식당은 사원증에 결합되어 있는 신용카드로 손쉽게 결제를 할 수 있어 따로 식권을 구매하거나 할 필요가 없어 편리했다.
“특이랑 일반이랑 차이가 뭐예요?”
“차이? 특이랑 일반?”
“아휴, 썰렁해.”
진하는 스물아홉으로 하온보다 한 살밖에 많지 않음에도 얼굴이 노안이라 그녀와 나이 차이가 꽤 나 보였다.
“오늘 얼굴이 참 화사해 보여요.”
직원들의 영양을 책임지고 있는 영양사에게 하온이 먼저 인사했다.
“그래요? 날씨가 추운데, 얼굴이라도 화사해야죠.”
하온은 얼마 전에 새로 온 영양사가 무척 마음에 들었다. 야리야리하면서도 강단 있게 생겼고, 오목조목하게 생긴 이목구비가 예뻤다. 큼직큼직하게 생긴 자신과는 반대되는 외모여서 호감 가는 스타일이다.
“네, 수고하세요.”
웃을 때에 들어가는 보조개도 닮고 싶었다. 하온은 손가락으로 보조개를 만들어봤다.
“하온 씨, 뭐 해. 여기 음식 나왔어.”
“아, 예.”
하온은 앉아서 물부터 마시는 자신과는 달리 벌써 먹고 있는 진하를 보니 안 먹어도 배가 불렀다. 마른 체형인 진하가 실은 엄청난 대식가라는 것이 언제 봐도 놀라웠다. 하온은 그런 진하의 그릇에 고기를 덜어주었다.
“하온 씨는 남자한테 잘할 스타일이야. 이렇게 하면 누가 안 좋아하겠어.”
“여성 비하 발언은 아니죠? 그냥, 음식 남기면 안 될 거 같아서 드리는 겁니다.”
“난 또 챙겨주나 했지.”
“요새 다이어트 중이거든요. 날씨가 추워지니까 군살이 늘어요.”
“흐음. 나를 남자로 보는 건 아닌 게 확실하네. 그런 말도 하는 걸 보면. 씁쓸하네.”
틀린 말이 아니라서 하온은 진하를 보면서 웃었다.
“남자로 보고 있어요. 채 실장님을 여자로 보면 큰일 나잖아요. 헤헤.”
“어이쿠, 농담까지?”
하온은 모두와 잘 어울리는 성격이라 사람들과 함께 있을 때면 꾸밈없이 잘 웃었다.

점심을 간단하게 먹고 원단 공장으로 가기 전, 서후는 이 건물의 자랑인 건물과 건물 사이를 다리로 연결하여 전망을 볼 수 있는 곳에 와 있었다. A동은 그룹 본사 경영본부, 금융회사가 들어서 있고, B동은 디자인, 물산, 광고 회사와 사무실들이 있었다.
서후는 건물과 건물 중간 다리에 있었다. 오피스 주변에 이런 전망을 볼 수 있는 곳은 서일그룹이 유일할 것이다. 건설 당시 쌍둥이 건물을 연결하며 쉼터로 조성한 것이다. 서후는 이곳이 좋았다. 잠시 틈을 내서 쉴 수 있고 먼 곳을 보며 사색을 즐길 수 있는 곳이기도 했다. 잠시나마 마음을 비우기에 좋았다.
그때 안주머니에 넣어둔 휴대폰이 울려 확인하니, 진하였다.
‘후, 잠시도 쉴 틈을 안 주네.’
서후의 미간이 자신도 모르게 구겨졌다.
[사장님, 어디십니까? 지금…….]
“내려갈게.”
서후는 엘리베이터를 타기 위해 B동으로 향하며 전화를 끊었다. 복도 끝으로 나와 회의실 앞을 지나던 그때, 서후의 걸음이 우뚝 멈춰 섰다.
“하아. 으음. 좋아. 이런 것도 스릴 있다. 그치?”
“가만있어 봐. 하아. 오늘 기분 진짜 그렇단 말이야. 흐음.”
회의실을 지나가는데 이상한 소리가 들렸다. 결코 회사에서 들려서는 안 되는 소리에 서후의 걸음이 소리의 발생지로 돌려졌다.
‘감히 회사에서 이런 짓을 한다는 말이지?’
그렇게 서후가 막 회의실에 들어선 순간.
툭! 떼구르르.
원형 구슬 하나가 굴러와 그의 구두코에 맞고 멈춰 섰다. 발 앞에 떨어진 원형 구슬을 집느라 서후는 누군가가 뒷문으로 도망치는 것을 보지 못했다.
--- 본문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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따른 배상
  •  대금 환불 및 환불 지연에 따른 배상금 지급 조건, 절차 등은 전자상거래 등에서의 소비자 보호에 관한 법률에 따라 처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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